한화 정은원이 본인의 인생 첫 홈런볼을 들고 설레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날 홈런볼 뿐 아니라 팀의 승리구까지 함께 글러브 속에 간직하고 있었다. 사진=박대웅 기자
[스포츠한국 고척=박대웅 기자] 한화 정은원이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한화는 지난 8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10-9로 짜릿한 역전승을 따냈다.

한화는 8회까지 3점 차로 뒤져 패색이 짙었지만 9회에만 4점을 뽑아내며 대역전 드라마를 완성시켰다.

이성열의 역전 적시타가 대미를 장식했지만 경기 후 “(정)은원이가 팀 분위기를 살리는 발판을 마련해줬다. 형들이 이후 신이 나서 정신을 차린 것 같다”는 언급처럼 정은원의 투런포가 한화의 역전 본능을 일깨웠다. 정은원은 9회 무사 1루 기회에서 넥센 마무리 조상우의 5구째 시속 152km 정중앙 직구를 통타, 중앙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본인의 프로 데뷔 첫 안타를 추격의 투런포로 장식하는 짜릿한 순간이었으며, 결국 이를 계기로 팀이 승부를 뒤집어 정은원의 한 방은 더욱 눈부신 성과로 남게 됐다.

인천고를 졸업하고 2018 신인 2차 3라운드 24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정은원은 4월부터 1군 무대를 밟았지만 타석에 설 기회 자체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지난달 14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뒤 퓨처스 무대에서 7경기 타율 3할7푼9리의 맹타를 휘두르며 5월 초 다시 한용덕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거듭된 부진 속에 2군으로 내려간 정근우의 자리를 채우는 일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지만 정은원은 수비부터 차근차근 자신의 몫을 다해낸 뒤 이번에는 타석에서도 대형 사고를 치며 한화의 미래를 이끌 내야수로 우뚝 섰다.

경기 후 정은원은 “첫 홈런을 쳤을 때 어떤 느낌보다는 실감이 안났고 ‘단지 쳤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운을 뗀 뒤 “이전 경기 5번의 타석에서 안타가 계속 나오지 않았다. 신인이라서 조급함이 있었는데 때문에 볼카운트나 볼배합 수싸움에서 계속 속았다. 오늘은 볼카운트가 유리했고 자신있게 방망이를 돌린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시속 152km의 공은 처음이지만 아마추어 시절부터 빠른 공에는 자신이 있었다”고 홈런 당시의 순간을 돌이켰다.

그는 이어 “팀이 이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 가장 기쁘다. 앞으로도 시합에 나가게 되면 더욱 노력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각오를 전했다.

정은원의 홈런은 프로 데뷔 처음일 뿐 아니라 야구 인생의 첫 홈런이기도 했다. 실제 고교 3년 간 타율 3할5푼의 맹타를 휘둘렀고, 2루타(9개), 3루타(10개) 역시 자주 때려냈지만 총 215타석에서 홈런만은 기록해보지 못했다. 또한 개인에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었지만 KBO리그에서도 2000년대생의 첫 홈런이 터진 날이기도 했다.

정은원은 “홈런은 태어난 이후 처음 때려본다. 중·고교 시절에도 기록해보지 못했다”며 미소를 지은 뒤 “2000년생이 드물기 때문에 KBO리그에서 그런 기록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 더 많은 기록들을 쌓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정은원은 본인이 태어나기 4년 전인 1996시즌 프로에 데뷔했던 박진만을 주저없이 롤모델로 꼽았다. 짜릿한 홈런을 때려낸 이후였지만 공격에 대한 욕심보다 수비를 통해 경기를 지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 그의 숨겨진 포부였다. 홈런볼 뿐 아니라 글러브 속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또 하나의 공, 바로 승리구에서 팀을 먼저 생각하는 그의 진실된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내야수이기 때문에 공격도 중요하지만 팀 승리를 위해서는 단단한 수비가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박진만 선배님은 넓은 수비 범위로 팀 승리의 핵심이 된 분이셨잖아요. 저도 원래 포지션이 유격수였기 때문에 더 닮고 싶은 점이 많습니다. 물론 포지션에 연연하지 않고 어떤 역할이든 팀을 위해서라면 늘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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