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댓글요? 이제는 못 읽겠더라고요.”

한화 한용덕 감독이 KIA와의 지난 주중 3연전 당시 공식 인터뷰를 마치고 편한 분위기 속에 취재진과 여담을 이어가던 중 남긴 발언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좋은 분위기라면 댓글을 통해 오히려 힘을 얻을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한 감독 스스로가 만들어낸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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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는 16일 현재 10승8패로 리그 단독 3위에 올라있다. 한화가 개막 10경기 이상을 소화한 시점에서 단독 3위에 오른 것은 2015년 이후 3년 만의 일이다.

특히 18경기 만에 10승 고지를 밟은 것은 2006년 이후 처음이기도 하다.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돌풍의 대상이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한화라는 자체만으로도 의미 부여의 이유는 충분하다.

한용덕 매직이 한화의 돌풍 중심에 서 있다. 비시즌 동안 한화는 이렇다 할 전력 보강 요소가 없었다. 내부 FA를 잔류시키는데 급급했고, 특급 메이저리그 출신 3인방이 뛰었던 지난해와 달리 외국인 선수에 대한 투자 규모도 절반 이하로 위축됐다. 젊은 선수들의 육성 강화 기조를 일찌감치 드러내며 당장의 성적보다 미래를 대비하는 움직임을 가져갔다.

하지만 한용덕 감독은 취임 당시부터 “성적과 관련해 일정 부분 마음을 내려놓아야 하는 점에 대한 괴로움은 있다. 우선 순위는 육성이 될 것이다”고 언급하면서도 “하지만 좀 더 이길 수 있는 야구를 할 것이다.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임기 3년 내에 우승권에 도전하는 팀을 만들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 한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탄탄해진 팀 전력을 선보이며 이러한 약속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불펜과 타선의 힘이 돋보인다는 점은 과거와 비슷하지만 한 감독은 김성근 전 감독 체제에서 가장 큰 아쉬움으로 지적됐던 퀵후크를 최소화했고, 불펜의 부담을 고르게 분산시키는 등 마운드 운용을 보다 유연하게 가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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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지난해 수없이 감행됐던 희생번트를 극단적으로 줄이면서 이를 적극적인 베이스 러닝을 통해 만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태균의 부상 공백, 최진행의 심각한 부진이 전혀 염려되지 않을 만큼 전반적으로 타자들의 타격감이 좋기 때문에 이같은 공격 지향적인 야구도 큰 힘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한화 레전드 코치들과 함께 선수들에게 이글스 정신 및 자신감을 심어주는 등 소통에도 적극적인 모습이며, 이를 통해 송은범 등 기존과는 전혀 다른 활약을 펼쳐주고 있는 선수들도 나타나고 있다. 믿음이 불러온 변화다.

초반 8경기에서 2승6패에 그칠 때까지만 하더라도 여론은 좋지 못했다. 특히 SK에게 이틀 연속 10점 차 이상의 완패를 당하면서 상황은 최악으로 흘렀다. 팀 타율과 평균자책점 모두 하위권에 머물렀을 뿐 아니라 극단적인 이닝 쪼개기 등 투수 운용 역시 전임 감독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두산 코치 시절 능력을 인정받았던 한 감독이지만 그도 시즌 초 부진이 찾아오면서 감독 이름 앞에 ‘돌’을 붙이는 비하 별명을 피해갈 수 없었다.

한용덕 감독도 팬들의 이러한 원성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한화와 관련된 기사를 찾아보고 그 밑으로 달리는 댓글들 역시 검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남은 것은 상처 뿐이었다.

한 감독은 “어느 순간부터 댓글을 읽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운을 뗀 뒤 “(초반 성적이 부진한 당시) 아들이 집으로 초대를 한 적이 있는데 당시 내가 스마트폰을 한참 만지고 있으니 그만 열어보라고 하더라. 그 때 느꼈다. 무엇보다 가족을 비롯한 지인들도 함께 상처를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아팠다”고 댓글과 거리를 두게 된 배경을 솔직히 털어놨다.

한 감독이 댓글을 여전히 멀리하고 있다면 찬사와 환호로 뒤바뀐 현재의 여론도 건너 듣는 정도가 전부일 터. 하지만 주변 반응을 떠나 팬들과의 약속을 조금씩 이행해나가고 있다는 사실에 한 감독 역시 최근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또한 향후 위기의 순간이 찾아오더라도 본인이 설정한 목표를 향해 주위 반응에 흔들리지 않고 뚜벅뚜벅 나아갈 계획이다.

“졌을 때는 몸이 천근만근인데 이기면 3, 4시간만 자도 거뜬하더라고요. 요즘 경기가 대부분 역전으로 흘러가서 이제는 별반 이렇다 할 반응도 없어요. 조금씩 내공이 쌓이고 있나 봅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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