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이 열리기 전, 롯데를 강력한 4강 후보로 점찍었던 전문가나 해설위원들의 코가 완전 납작해졌다. 롯데가 개막 7연패에 이어 총 13경기를 치른 9일 현재 2승 11패로 최하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당분간 하위권 탈출은 어려워 보이고 팀의 목표인 5강 이상 진출 가능성도 매우 희박해 보인다. 롯데가 왜 이 지경이 됐을까.

롯데의 올시즌 초반 부진이 심상치 않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모든 부진과 실패에는 뿌리가 깊은 원인(遠因)과 최근에 생긴 근인(近因)이 있다. 롯데 자이언츠의 부침과 흥망성쇠에 관한 분석은 박사학위 논문감일 정도로 긴 과제인데, 여기서는 대략적으로 훑어본다.

먼저 원인을 살펴보자. 일본 롯데 그룹의 신격호 회장은 1960년대 말 프로야구 센트럴리그의 도쿄 오리온스를 인수해 ‘롯데 오리온스(현 지바롯데 마린스)’를 창단시킨다. 프로야구팀을 인수한 이유는 우수한 신입사원을 모집하기 위해서였다. 일본 롯데그룹은 당시 상장기업이 아니어서 그룹의 신뢰도나 인지도가 낮아 유명 대학 졸업생들이 입사를 꺼렸다. 프로야구단을 인수하면서 이 문제는 해결됐다.

신격호 회장은 롯데 오리온스 초기 경영진에 야구단 운영 방침을 아래와 같이 지시했다고 한다.

“롯데는 재일교포 기업인만큼 야구를 너무 잘해서는 안 된다. 우승권에 들면 일본 소비자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적당히 중위권을 유지하다 가끔 우승을 노려라.”

이 운영방침은 1982년 한국 프로야구 창단팀 롯데 자이언츠에도 그대로 이어졌다고 한다. 한국과 일본의 프로야구 구단주는 똑같은 신격호 회장인 탓이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방침이었다. 롯데 자이언츠의 당시 연고지인 부산, 경남(울산 포함)은 최고의 야구시장으로 성적이 오르면 관중이 덩달아 많아지고 롯데 제품은 더 많이 팔리기 때문이었다.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무쇠팔 최동원이 혼자 4승을 따내는 기적을 이뤄냈지만 롯데는 출범이후 1990년대말까지 투자에 인색한 야구팀으로 팬들과 언론의 비난 대상이 됐다. 아마 프로야구단에 투자를 많이 해 늘 우승권에 성적이 머물렀다면 경기당 평균 관중 2만명은 너끈히 돌파, 사상 최초로 흑자를 내는 구단으로 이름을 날렸을 것이다.

최근 5,6년 사이 뒤늦게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과잉, 비효율적인 투자여서 좋은 성적으로 연결이 되지 못하고 있다.(2013년 5위, 2014년 7위, 2015~2016년 각 8위, 2017년 3위). 급기야 올시즌 초반에는 최하위 추락이라는 불명예까지 덮어쓰게 됐다.

롯데 급추락의 제1원인은 ‘배터리의 붕괴’다. 선발 투수들은 잇단 안타 허용에 수시로 볼넷을 내주며 5이닝을 버티지 못한다. (볼넷 허용 64개로 최다 1위, 가장 적은 SK는 31개). 강민호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는 2진급 포수들은 투수와 야수들을 불안케 하며 대량실점의 빌미가 되고 있다.

여기에 과잉 투자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2016년말 이대호를 영입하며 무려 150억원을 썼고, 지난해말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맺으며 손아섭에 98억원, 민병헌에 80억원(이상 4년 계약)을 들이는 등 세 선수에게만 한해 구단 운영자금에 육박하는 328억원을 투입했다. 팀이 잘 나갈 때는 돈을 많이 받는 선수들이 부진해도 묻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저연봉 선수들의 상대적 박탈감으로 팀워크는 삽시간에 무너진다.

팀타격 부진에 가장 비난의 표적이 되는 선수는 이대호다. 그는 9일 현재 타율 2할4푼5리에 홈런은 겨우 하나고 타점은 5개에 그치고 있다. 아직 초반이긴 하지만 너무 빈타다. 팬들은 의아해한다. 배가 출렁일 정도로 복부 비만이 심한데 왜 코칭스태프는 체중 관리를 안 하는지.

이대호는 시즌 초반 부진으로 비난의 표적이 된 상태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지난해 김성근 전 한화 감독은 말했다. “FA 계약 맺은 선수들은 배부터 나오더라”고. 선수야 일반인이 평생 꿈도 못 꿀 거액을 챙기고는 몸 관리를 등한시 할 수 있지만, 구단에서야 ‘팀의 보배’를 내버려둬서는 안 되지 않은가.

배가 나오면 숙면을 취하지 못해 집중력을 잃게 되고, 스윙이 간결해지지 않는다. 당연히 코칭스태프들이 매주 비만도를 체크해 선수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신경 써야 한다.

거기에다 채태인의 영입으로 이대호는 ‘반쪽 1루수’가 됐다. 외야는 넘쳐 나고, 쓸 만한 좌완 중간 계투나 마무리가 없다는 건 나머지 9개팀에 좌타자가 즐비한 상태에서 구단 프런트와 코칭스태프는 ‘직무유기’를 저지른 셈이다.

강민호를 내보내며 비슷한 기량의 포수를 외부에서 데려오지 않거나 겨우내 육성을 게을리 한 것 역시 코칭스태프의 커다란 잘못이다.

염경엽 SK 단장은 넥센 감독 시절, 주전 유격수 강정호가 외국 진출이든 FA든 팀을 떠날 것에 대비해 김하성을 2년간 키웠다. 김하성은 지난해 강정호 대신 4번타자를 맡았고 유격수 공백도 잘 메웠다.

‘롯데 살리기’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연고 팬들의 변함없는 성원은 기본이다. 연패에 빠지면 감독은 무기력해져 어이없는 악수(惡手), 예를 들어 투수 교체나 선수 기용을 잘못할 가능성이 많아진다. 이럴 때일수록 코치들은 조언을 더 잘해야 되고, 감독은 자신의 고집을 버리고 이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선수들은 당연히 근신(勤愼)해야 한다. 담배를 피우는 선수는 당장 금연을 단행해야 하고 술 좋아하는 선수는 술을 끊지 못하면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귀가하는 코치를 붙잡아 10분이라도 더 타격이나 수비훈련을 가져야 한다. 패배의식에 빠지지 않도록 서로 서로 칭찬하고 격려해야 한다. 5강은 힘들더라도 1승이라도 더 올리겠다는 열성어린 진정성을 시즌 끝까지 팬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롯데 응원 팻말에 “롯데가 이겨야 집구석이 조용하다”는 문구가 있다. 이 말은 야구 광팬인 부산 사람이 아니면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롯데가 이기면 가장(家長)이 휘파람을 불며 집에 들어와 집안이 화평해진다. 반대로 롯데가 지면 가족들에 대한 가장의 엉뚱한 화풀이로 집안이 시끄러워진다는 뜻이다.

롯데 선수단은 지금이라도 더욱 단결하고 컨디션 유지를 잘해 부산시내 각 가정의 행복지수를 높여주길 간절히 기대해본다. 야구 칼럼니스트/前 스포츠조선 야구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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