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한화와 정근우의 FA 협상이 계속해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가운데 KIA 김주찬의 계약이 정근우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주찬은 지난 16일 KIA와 계약 기간 2+1년, 계약금 15억원, 연봉 4억원 등 총액 27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이제 시장에 남은 미계약 선수는 5명으로 줄었다. 이 가운데 소위 이름값이 가장 높은 선수는 단연 정근우다. 통산 1485경기에서 타율 3할5리 106홈런 621타점 949득점 621도루 출루율 3할8푼을 기록한 정근우는 이미 역대 최고의 2루수로 거론될 만큼 뛰어난 업적을 쌓았다.

정근우의 FA 협상이 많은 이들의 예상보다 훨씬 길어지고 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2013시즌을 마치고 한화와 4년 70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한 그는 한화에서도 변함없이 뛰어난 성적을 남겼다. 4시즌 동안 494경기 47홈런 244타점 384득점을 올린 가운데 타율(0.312), 출루율(0.391), 장타율(0.454) 모두 커리어 평균 기록을 넘어섰다.

내구성에서도 큰 문제를 노출한 것은 아니다. 팀 내에서 4년 간 가장 많은 경기와 타석을 소화했고, 지난 해에만 105경기 출전에 그쳤을 뿐 첫 3년 동안에는 모두 125경기 이상씩을 채웠다.

수비 역시 클러치 상황에서 실책이 종종 나온 것으로 인해 기량 저하 우려를 받고 있지만 문제가 큰 것은 아니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2루수 기준 2017시즌 정근우의 수비율(0.979)은 2016시즌과 동일한 수치이며, 2015시즌(0.984)과 비교해도 뚜렷한 하락세로 보기 어렵다. RF9(Range Factor)에서는 2017시즌 5.88을 기록해 리그 2루수 중 압도적 1위에 올랐다.

물론 전성기와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고, 향후 수비 범위 등이 더욱 위축될 수도 있지만 기량 저하를 알리는 심각한 징후가 나타났다고 보긴 어렵다.

정근우는 2년 이상 충분히 활약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한화 입장에서는 2년 계약 제시라는 뚜렷한 원칙을 세워놓은 상태다. 협상이 계속해서 평행선을 달리는 이유다.

이같은 상황에서 KIA와 김주찬의 계약이 한화-정근우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여지가 있다. 김주찬은 최근 4시즌 동안 타율 3할3푼3리 62홈런 297타점 313득점 출루율 3할8푼1리 장타율 5할3푼4리의 성적을 남겼다. 공격에서의 전반적인 기록은 정근우보다 낫다. 반면 수비에서의 기여도나 내구성에서는 정근우가 앞서 있다.

KIA와 2+1년, 총액 27억원에 계약한 김주찬. KIA 타이거즈 제공
정근우 입장에서는 김주찬보다 한 살 어리기 때문에 최소 김주찬과 동일한 2+1년, 혹은 그 이상의 계약을 충분히 원할 수 있다. 만 38세의 손시헌도 계약 기간 2년에 NC와 합의했다. 본인에게 유독 가혹한 평가가 내려진다고 생각하기 쉽다. 정근우는 17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제대로 된 협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조심스럽게 드러내기도 했다.

한화 입장에서도 김주찬의 계약이 정근우의 마음을 자칫 상하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구단의 사정을 생각했을 때 선수의 뜻을 모두 받아들이기는 여전히 어렵다는 방침.

김주찬의 경우 우승 프리미엄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지만 한화는 하위권에 놓인 팀으로서 리빌딩이 절실한 팀이다. 당장의 성적보다 미래 자원 발굴에 초점을 둬야 하는데 3년 이상의 기간 보장은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옵션을 최소화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한화 측은 협상의 여지를 두지 않고 일방 통보 형식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강조했다. 정근우가 하와이로 개인 훈련을 떠나기 전 박종훈 단장이 몇 차례 만남을 가졌고, 이후 운영팀에서도 에이전트와 협상을 이어왔다.

한화 관계자는 “‘협상’이라는 단어 자체가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을 의미하는 만큼 입장 차를 좁힐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주찬의 계약이 한화와 정근우의 협상 상황에 극적인 반전을 가져다 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양 측 모두 말을 최대한 아낄 뿐 김주찬의 계약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없다.

또한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깊은 상처가 남는다면 다음 시즌 선수와 팀 모두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최근 정근우가 훈련을 마치고 하와이에서 귀국했다. 기존보다는 대화가 좀 더 수월하게 풀릴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상황. 하지만 협상이 이후에도 계속 늘어지기만 한다면 양 쪽 모두에게 좋을 것이 없다. 한화와 정근우가 과연 오는 31일 스프링캠프 돌입 전까지 만족스러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까.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