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길준영 기자] 롯데가 사인 앤 트레이드로 채태인을 영입했다.

채태인(36)은 지난 10일 넥센과 1+1년 10억원(계약금 2억원, 연봉 2억원, 옵션 매년 2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한 뒤 12일 좌완투수 박성민(20)과 트레이드 돼 롯데로 향했다.

롯데 타선은 2018년 큰 변화를 맞는다. 민병헌과 채태인이 합류한 가운데 클린업에서 활약하던 강민호가 떠났고, 채태인과 역할이 겹치는 최준석과의 결별도 유력해졌다.

그렇다면 2018년 새로운 롯데 타선은 어떤 모습일까.

민병헌(좌)과 채태인(우). 롯데 자이언츠, 스포츠코리아 제공
지난해 롯데의 상위타순과 클린업을 트리오를 구성한 전준우-손아섭-최준석-이대호-강민호는 108홈런 410타점을 합작했다. 새로운 조합인 손아섭-전준우-채태인-이대호-민병헌의 지난 시즌 성적을 합하면 98홈런 393타점이다. 홈런과 타점만 본다면 지난 시즌 조합이 좋아 보인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지난 시즌 조합의 OPS(출루율+장타율)는 8할8푼1리였다. 하지만 새로운 조합의 OPS는 8할9푼5리로 지난 시즌 조합보다 높다. 볼넷/삼진비율 역시 253볼넷/443삼진에서 244볼넷/418삼진으로 좋아진다.

병살타도 79개에서 63개로 줄어든다. 지난 시즌 롯데의 고민 중 하나가 바로 병살타였다. 팀 병살타 146개로 독보적인 1위를 기록했다. 채태인과 민병헌은 지난 시즌 다른 팀에서 뛰었기 때문에 지난 시즌 병살타 개수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최준석·강민호가 민병헌·채태인으로 교체된 것은 분명 병살타 감소를 기대할만하다.

지난 시즌 롯데는 땅볼 타구가 많았다. 롯데의 땅볼/뜬공 비율은 1.15로 리그 평균 1.02보다 높았다. 땅볼은 주자가 있을 때 병살타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다만 땅볼이 많다고 무조건 병살타가 많은 것은 아니다. 발 빠른 좌타자인 손아섭은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땅볼(175개)을 기록했지만 병살타는 7개 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준석과 강민호는 땅볼이 많을 뿐만 아니라 발이 느린 우타자다. 이들은 도합 39개의 병살타를 기록했다.

채태인은 강민호, 최준석보다 땅볼 비율은 낮고, 발은 빠르지 않지만 좌타자라는 이점이 있다. 민병헌은 발이 빠를 뿐만 아니라 땅볼보다 뜬공을 더 많이 치는 타자다.

타순구성에도 짜임새가 생긴다. 지난해 롯데 주축타자들은 우타 일색이었다. 롯데 타선의 좌타석비율은 28.5%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낮았다. 그 때문에 주축타자 중 유일한 좌타자인 손아섭이 1번부터 3번까지 부지런히 타순을 옮겨 다녀야 했다.

하지만 좌타자인 채태인이 중심타선에 들어오면 조금 숨통이 트인다. 손아섭이 테이블세터에 고정될 경우 테이블세터와 중심타선에 좌타자를 1명씩 배치할 수 있게 된다.

채태인이 라인업에 들어오면 같은 좌타자인 김문호가 빠질 가능성이 높지만 하위타선에 주로 배치된 김문호와 달리 채태인은 중심타선에 들어갈 수 있다.

이번 겨울 FA시장은 베테랑 선수들에게 최근 기승을 부리는 한파보다 더 냉랭하다. 아직도 FA시장에는 7명의 미계약자가 남아있다. 채태인도 사인 앤 트레이드 방식이 아니었다면 계약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채태인은 여전히 중심타선을 맡아줄 수 있는 가치 있는 선수다. 롯데 역시 큰 금액을 투자하지는 않았지만 사인 앤 트레이드라는 독특한 방법으로 영입할 만큼 채태인에게 관심을 보였다.

꽁꽁 얼어붙은 FA시장에서 벌어진 이 독특한 영입은 최근 2년간 팀 득점 순위에서 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롯데 타선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