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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채태인(36)이 오랜 기다림 끝에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롯데는 12일 넥센과의 사인 앤 트레이드를 통해 채태인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채태인은 지난 10일 넥센과 1+1년 10억원(계약금 2억원, 연봉 2억원, 옵션 매년 2억원)의 FA 계약을 체결한 뒤 12일 박성민과 트레이드 돼 롯데에서 새롭게 야구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채태인에게 올 겨울은 추웠다. 생애 첫 FA 자격을 남들보다 늦은 타이밍에 취득했지만 연봉 대박은커녕 찾아주는 팀이 없었기 때문이다. 넥센 역시 박병호가 메이저리그에서 복귀함에 따라 채태인의 활용도가 크게 떨어진 상황.

넥센이 보상 선수 대신 채태인의 지난해 연봉 3억원의 300%인 현금 9억원만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각 구단들은 이조차 부담스러워했다.

자칫 미아가 될 수도 있었던 위기에서 손을 내민 구단은 롯데였다. 하지만 롯데 역시 채태인에게 확실한 대우를 해주기는 어려웠다. 이미 손아섭, 문규현을 잔류시키고 민병헌을 영입하는데 많은 돈을 쏟았을 뿐 아니라 2017시즌 돌아온 이대호가 1루수와 지명타자를 맡고 있기 때문에 채태인에게까지 통 큰 투자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채태인으로서는 기회를 잡았다는 사실이 현 시점에서는 가장 중요하다. 돈의 문제를 떠나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채태인은 2017시즌 109경기를 소화하며 타율 3할2푼2리(342타수 110안타) 12홈런 62타점 46득점 장타율 5할 출루율 3할8푼8리의 성적을 남겼다. 2016시즌보다 출전 경기 수는 줄었지만 대부분의 기록이 향상됐다. 여전히 자기 몫은 충분히 해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지난 5년 동안 세 자릿수 안타 행진을 이어왔고, 2016시즌을 제외하면 3할 이상의 타율도 때려냈다. 이 기간 타율 3할4푼3리를 기록했는데 1200타석 이상을 소화한 선수 중에는 오직 테임즈(0.349)만 그보다 더 좋은 기록을 남겼다. 같은 기준에서 출루율(0.404)은 14위, 장타율(0.497)도 23위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다만 노쇠화의 징후가 뚜렷하지 않았음에도 채태인이 이번 FA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것은 몸상태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삼성 시절부터 고질적인 무릎 통증을 비롯해 발목, 허리, 어깨 등이 좋지 못했고, 5년 간 400타수 이상을 채운 시즌이 한 차례 뿐이었다. 타율, 장타율 등과 달리 누적 기록에서는 살짝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채태인이 삼성에서 넥센으로 트레이드 됐을 때도 비슷한 이유가 적용됐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삼성이 언급한 ‘불펜 보강 및 포지션 중복 문제 해결’도 일리는 있지만 채태인이 건강한 모습을 증명했다면 구자욱을 좀 더 일찍 외야 자원으로 기용했거나 더 좋은 카드를 받아올 수 있었다.

어쨌든 채태인으로서는 우타 일색의 롯데 타선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팀의 약점을 채워나갈 필요가 있다. 이미 채태인은 2012년에도 54경기 타율 2할7리에 그치는 최악의 부진을 겪은 뒤 연봉이 54.5%나 삭감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2013시즌 94경기 타율 3할8푼1리 11홈런, 2014시즌 타율 3할1푼7리 14홈런 99타점 등으로 부활한 경험이 있다.

당시처럼 연봉 상승으로 재평가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명예가 달린 문제다. 채태인이 고향 부산에서 자존심을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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