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에서 역대 최다인 1495경기를 뛰었지만 이제는 삼성맨이 된 강민호. 삼성 라이온즈 제공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롯데가 14년 간 팀을 지켜온 안방 마님을 떠나보냈다.

강민호는 21일 삼성과 4년 총액 80억원(계약금 40억원, 연봉 총액 40억원)에 삼성과 FA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은 강민호 영입으로 안방을 확실히 강화했으며, 이승엽이 빠진 중심 타선도 깔끔하게 채우는데 성공했다. 젊은 투수들의 성장도 강민호 효과로 기대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롯데는 강민호 이탈로 울상을 짓게 됐다. 강민호는 통산 1495경기를 롯데에서 뛰며 구단 최다 경기 출전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통산 성적 역시 2할7푼7리 218홈런 778타점으로 양의지와 함께 최근까지도 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포수로 평가받아왔다. 당연히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롯데 역시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강민호가 팀에서 차지했던 상징성을 고려해 4년 총액 80억원을 제시했다. 이는 삼성과 표면적으로는 동일한 액수이며 4년 전 첫 FA 당시 안겼던 75억원보다도 높은 금액이다. 75억원에 잔류했을 때에도 강민호는 당시 가장 높은 몸값을 기록한 선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민호의 마음이 삼성으로 움직였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이미 롯데는 2016시즌까지 통산 7년 동안 한솥밥을 먹었던 황재균도 kt로 떠나보내야 했다. 협상 테이블조차 제대로 차려보지 못했다. 물론 2017시즌에는 황재균이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섰기 때문에 롯데의 전력은 아니었다. 그러나 5년 만에 가을 야구를 경험한 상황에서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황재균이 필요했던 것이 사실이다.

강민호는 황재균보다 포지션의 특성상 대체 자원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팀 내 비중이 더욱 큰 선수다. 실제 강민호는 올시즌 포수 마스크를 쓰고 리그에서 가장 많은 1032.2이닝을 책임졌다.

김사훈이 57경기 239.2이닝으로 그 뒤를 받쳤지만 타율 1할8푼4리 8타점으로 공격에서 제 역할을 다해주지 못했다. 1998년생 나종덕의 경우 잠재력을 높게 평가받고 있으나 데뷔 첫 시즌 1군 경험은 5경기가 전부였다. 강민호가 프로 3년 차부터 서서히 입지를 굳혔듯 나종덕도 온전한 성장을 이루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같은 상황에서 롯데가 만약 손아섭까지 놓칠 경우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손아섭은 올시즌 144경기에서 타율 3할3푼5리 20홈런 80타점 113득점 장타율 5할1푼4리 출루율 4할2푼 25도루 등을 기록했다.

특히 손아섭은 2년 동안 리그에서 유일하게 288경기를 모두 출전했고, 379안타 231득점 역시 전체 1위에 해당되는 기록이다. 단순히 기록적인 부분 외에 악바리 정신으로 팀에 불어넣는 에너지까지 감안하면 더 이상은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집토끼다.

하지만 외야 자원이 필요한 타 팀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물론 강민호를 놓친 만큼 롯데도 자금의 여유는 있지만 손아섭이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잔류를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이 절대 아니다.

롯데는 지난해 이대호에게 4년 150억원의 사상 최고액을 안기며 야심찬 도약을 선언했고, 실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며 그 첫 발을 성공적으로 내디뎠다. 하지만 1년 만에 또 다른 핵심 멤버들이 모두 팀을 떠나버릴 경우 ‘이대호와 여덟 난쟁이’ 시절로 돌아가는 최악의 사태가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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