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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KIA와 두산이 가장 강력한 선발 카드 2장을 소진했다. 3, 4차전은 불펜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해졌다.

두산과 KIA는 지난 25일과 26일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 2차전에서 나란히 1승씩을 기록했다.

2경기 모두 전반적으로 투수전의 양상이 전개됐다. 외국인 에이스 대결로 펼쳐진 1차전에서는 KIA 선발 헥터가 6이닝 5실점(4자책점)으로 다소 아쉬움을 남겼지만 니퍼트는 6이닝 3실점을 기록하며 데일리 MVP의 주인공이 됐다.

2차전은 말 그대로 명품 투수전이었다. 양현종이 9이닝 무실점으로 한국시리즈 역대 10번째 완봉승의 주인공이 됐으며 장원준 역시 비록 팀은 패했지만 7이닝 무실점으로 만만치 않은 모습을 보였다.

선발 투수 4명이 모두 최소 6이닝 씩을 소화한 가운데 KIA는 팀 타율 1할9푼, 두산은 1할7푼5리에 그쳤다. 선발진이 타선을 잠재운 양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3, 4차전에는 양 팀의 선발 카드 무게감이 다소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3차전에 KIA는 팻딘, 두산은 보우덴을 예고한 상태이며, 4차전에는 변수가 있을 수 있지만 임기영-유희관의 대결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만약 3, 4차전 선발들이 1, 2차전만큼 오랜 이닝을 버텨주지 못한다면 결국 불펜들의 비중이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다.

두산은 함덕주-이용찬-김강률 필승조 전력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었지만 플레이오프와 달리 한국시리즈에서는 다소 주춤한 모습이 있었다. 특히 함덕주가 2경기 연속 8회에 득점권 주자를 쌓고 물어났으며, 2차전에서는 내보낸 주자에게 결국 결승 득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함덕주, 김강률에게 부담이 유독 집중돼 있는 점도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KIA는 1차전에 심동섭-임창용-김세현이 나란히 1이닝씩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2차전에서는 양현종의 완봉승으로 연투 없이 모두가 최소 이틀 간의 충분한 휴식도 취하게 됐다. 다만 KIA 불펜은 정규시즌부터 불안한 모습이 잦았고, 홈이 아닌 원정에서는 유독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원정 경기 불펜 평균자책점은 7.17로 리그 최악의 지표를 남겼다.

이처럼 양 팀 모두 불펜 쪽에 어느 정도 고민이 있는 가운데 결국 베테랑들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두산은 이현승이 무게 중심을 잡아줄 필요가 있다. 올해 정규시즌 3승2패 5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점 3.98을 기록한 이현승은 8월 극도의 부진을 보이다가 9월 이후 서서히 안정감을 찾은 상태다.

특히 이현승은 가을 무대에서 누구보다 강했던 투수이기도 하다. 통산 23경기에서 3승1패 4세이브 1홀드를 수확한 가운데 평균자책점 1.30(27.2이닝 4자책점)의 짠물 피칭을 했고, 한국시리즈에서는 7경기 8.2이닝 비자책 1실점으로 더욱 완벽한 모습을 보였다. 비록 NC와의 플레이오프에서는 0.1이닝 3실점으로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현승이 반등한다면 두산의 뒷문도 더욱 탄탄해진다.

KIA는 임창용의 경험이 큰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 포스트시즌 통산 성적은 1승6패 9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4.08(70.2이닝 32자책점)로 이름값만큼 압도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임창용은 포스트시즌 34경기(역대 공동 4위), 한국시리즈 20경기(역대 8위)에 등판하며 누구보다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KIA에서 10경기 이상 포스트시즌 무대를 경험한 투수는 임창용과 함께 고효준(12경기) 뿐이다.

불펜 핵심 자원 중 심동섭은 단 3경기, 김윤동은 이번이 첫 가을 무대이기 때문에 승부처에는 김기태 감독의 성향상 임창용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 실제 임창용은 지난해 LG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 및 이번 한국시리즈 1차전까지 계속해서 김기태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이현승과 임창용 모두 전성기에서 내려왔고 마무리 자리에서도 물러난 상태지만 여전히 불펜의 정신적 지주나 다름없다. 과연 두 선수가 불펜 전반에 안정감을 불어넣으며 3차전부터는 뒷문 대결까지도 뜨겁게 만들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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