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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정규리그 통산 900승을 바라보고 있는 김경문 감독에게도 ‘초보’ 딱지가 붙었던 시절이 있다. 김경문 감독이 당시의 ‘겁 없는 야구’로 두산의 벽을 넘을 수 있을까.

김경문 감독은 올해로 가을 잔치에만 총 10차례나 초대됐다. 그러나 잔치의 마지막 주인공이 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특히 지난 2년 동안에는 본인이 감독으로서 첫 발을 내디뎠던 두산, 그리고 제자 김태형 감독의 벽에 연이어 가로막혔다.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동안 김경문 감독은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지난 2004년을 떠올렸다.

당시 김경문 감독은 최하위 전력으로 꼽히던 두산을 많은 이들의 예상을 뒤엎고 정규시즌 3위에 올려놨다. 뚝심과 믿음으로 대표되는 그의 야구 스타일이 사령탑 첫 해부터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특히 KIA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9회와 12회 두 차례 1사 만루 기회에서 모두 강공을 택했고, 결국 홍성흔의 그랜드슬램이 터지면서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하기도 했다.

과감한 승부수들도 꺼냈다.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발이 빠르지 않은 안경현에게 도루 사인을 냈고,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으나 백전노장 김응용 감독의 심기를 건드리기 충분했다. 또한 2차전에서는 당시 정규시즌 12승 투수 박명환 대신 통산 1승도 없었던 전병두를 선발로 기용하는 파격을 택하기도 했다.

물론 승부수들이 모두 통했던 것은 아니다. 결국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 이후 내리 3연패를 당하며 그 해 모든 일정을 마쳐야만 했다. 그러나 겁 없이 달려들었던 당시의 야구는 김경문 감독이 10번의 포스트시즌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발판이 됐다.

김경문 감독은 초짜 시절의 거침없었던 모습을 이번 가을 야구에서 다시 보여주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현장에서는 “김태형 감독이 후배지만 배울 것이 있다면 배우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결국 과거 본인의 모습이 현재 김태형 감독과 상당히 닮아 있기도 하다. 김태형 감독 역시 지휘봉을 잡기 직전 포스트시즌에서 탈락했던 팀을 뚝심 있게 이끌며 빠르게 명장 반열에 올라섰다.

특히 주변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본인의 확고한 야구 철학을 추구해왔으며, 어떤 상대를 만나든 어떤 위기에 놓이든 전혀 위축된 모습을 보이는 일이 없었다. 시즌 막판 에이스 니퍼트가 아쉬운 모습을 보였을 때에도 “잘 하면 이기고, 못 하면 지는 것”이라며 그저 무덤덤한 반응을 드러냈고, 정규시즌 막판 1위 싸움을 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한국시리즈에 직행하지는 못했지만 이러한 그의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의 마인드가 KIA에게 상당한 압박감을 심어준 것도 사실이다.

이는 김경문 감독이 오랜 감독 생활을 이어오며 잠시 잊고 있던 부분일 수도 있다. 실제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도 김경문 감독은 “오히려 잘 몰랐던 감독 첫 해에 가장 겁 없이 도전했던 것 같다. 경험이 생길수록 좋은 점도 있지만 부담이 더 생기는 면도 있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하기도 했다.

오랜 경험 속에서 노련미를 얻었지만 과거와 같은 패기는 더 이상 가지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때문에 김경문 감독이 언급한 “배우겠다”의 의미를 더욱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물론 1년 전과 동일하게 김태형 감독은 4차전까지의 선발 투수를 모두 공개했고, 김경문 감독은 1차전 선발 외에는 신중하게 말을 아꼈다.

그러나 변화의 징후가 있다. 김경문 감독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외국인 맨쉽이 아닌 장현식을 선발 카드로 꺼냈다. 큰 무대 경험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이를 잘 극복해냈고, 두산과의 맞대결에서도 여러 차례 당당한 피칭을 했던 장현식을 과감하게 믿고 맡겼다. 비록 실패로 돌아갔지만 2004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전병두 카드를 꺼냈을 때의 모습이 떠오르는 상황이다.

장현식의 패기가 곧 김경문 감독이 이번 시리즈에서 보여주고 싶은 본인의 모습이다. 이번 시리즈는 바로 ‘13년 전 김경문’과 ‘3년 차 김태형’ 감독의 패기 대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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