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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한화 배영수(36)가 부정투구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배영수는 지난 20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 도중 부정투구에 해당될 수 있는 동작을 취했다.

당시 배영수는 본인의 허벅지에 로진백의 가루를 묻힌 뒤 공을 문질렀다. KBO 야구 규칙 8조 2항 ‘투수 금지사항’에 따르면 이는 명백히 부정투구에 해당되는 행위다.

하지만 롯데 측의 별다른 항의가 없었고, 심판 역시 이를 발견하지 못하면서 배영수가 마운드를 내려갈 때까지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 단지 중계화면에 부정투구 행위가 잡혔고, 한 야구 팬이 이를 우연히 발견하면서 뒤늦게 논란이 번졌다.

한화 이상군 감독 대행은 22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배영수의 부정투구와 관련된 질문에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행은 배영수의 동작이 큰 이슈가 됐는지 전혀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으며 “아직 해당 장면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자세한 확인 이후 그에 대한 입장을 전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문제는 배영수가 이미 4월27일 사직 롯데전에서도 반칙 투구 논란의 중심에 섰다는 점이다. 이날 배영수는 평범하게 공을 던지다가도 다리를 몇 차례 흔들며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동작을 취해 롯데 측의 항의를 받았다. 배영수 역시 잘못된 투구였음을 차후 인정했으나 고의성이 전혀 없었음을 밝혔는데 8월 들어 또 한 번 비슷한 상황이 나오면서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다.

이번 사태로 많은 야구 팬들이 배영수에게 실망감을 드러내는 분위기다. 대형 야구 커뮤니티에서는 올시즌 배영수의 다른 경기들 뿐 아니라 과거 삼성 시절 부정투구 의심 행동이 담긴 영상들이 쏟아지고 있으며, 그의 커리어 전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날선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습관적으로 이뤄진 부정행위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던 심판들을 향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지만 결국 1차적인 원인을 제공한 배영수를 옹호하기는 힘들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배영수가 그동안 프로통산 446경기, 2036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수만 개의 공을 던질 때마다 매번 부정투구로 의심될 행동을 한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일부라고 할지라도 과거 논란의 여지가 있는 행동들이 팬들의 레이더에 지속적으로 발견되면서 단순히 지나칠 일이 더 이상 아닌 상태다.

KBO 최다승의 주인공 송진우 전 한화 코치의 경우에도 해설위원 시절 중계 도중 현역 때 바셀린으로 글러브를 닦아왔다고 밝혀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송 코치는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며 절대로 편법이 아니었음을 적극 해명했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부정투구가 아니냐는 의문이 끊이지 않았고, 오랜 기간 곤욕을 치러야 했다. 배영수 역시 커리어 내내 불명예 꼬리표가 따라붙을 수 있는 문제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현역 최다인 134승의 영광 뿐 아니라 그동안 수없이 넘어져도 다시 일어났던 오뚝이 정신마저 부정투구 논란으로 그 의미가 한순간 퇴색될 수 있는 상황을 맞게 됐다는 점이다.

특히 배영수는 지난 시즌을 통째로 날린 뒤 명예회복을 위해 마무리캠프부터 교육리그 등 모든 훈련에 누구보다 착실히 임해왔다. 두 딸에게 아빠가 야구 선수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더욱 이를 악물었기 때문에 논란과는 별개로 그가 흘려온 진정한 피와 땀마저 의심받게 된 현재의 상황이 착잡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오얏나무 밑에서 갓 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의심받을 행동조차 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번 사태는 분명 배영수 스스로가 주의를 기울이지 못해 원인을 자초한 부분이 크다. 물론 배영수로서도 억울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두 차례나 부정투구 논란 경기의 상대팀이었고, 4월에는 패배까지 당했던 롯데 입장에서는 더욱 억울할 수 있는 일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향후 대처다. 이상군 대행이 상황의 심각성을 뒤늦게 감지했기 때문에 배영수도 본인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는 사실을 절대 모를 수가 없는 상황이다. 당장 23일 경기를 앞두고 배영수 본인 또는 최소 이상군 대행이 부정투구와 관련해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만약 정당하지 못한 투구였음을 또다시 인정할 경우엔 깨끗한 사과라 할지라도 커리어에 큰 오점을 지우기 어렵게 된다. 반대로 납득하기 힘든 해명을 할 경우에는 더 큰 후폭풍이 몰아칠 여지도 있다. 침묵 역시 좋은 대처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 6월17일 2000이닝 돌파의 대기록을 세운 뒤 가슴 벅찬 소감을 밝혔던 수원 kt 파크에서 배영수가 이번에는 어렵게 말문을 열어야만 할 상황을 맞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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