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 최근 한국갤럽 조사에 의하면 85%까지 올라 하나회 숙청, 금융실명제 실시, 지방자치제 단행 등으로 집권초기 지지율이 급등한 김영삼 전 대통령(83%)을 제치고 역대 대통령 1위를 기록했다.

근로자와의 현장 대화, 많은 일자리 창출, 권위의식을 내려놓은 측근 및 야당 대표들과의 만남, 국민과의 격의없는 소통 등 변화와 혁신에 국민들이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잘 살펴보면, 박근혜 전대통령과 비유한 반사이익도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다.

측근 물리치기, 소통-협치 등 박 전대통령이 안 하거나, 못하던 국정행위에 반대되는 조치를 취한 덕을 많이 보고 있는 것. 박근혜와 최순실이 그야말로 ‘반면교사( 反面敎師)’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화 이상군 감독대행도 이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물론 대행 취임후 일정 부분 이를 본따고 있어 팀은 최근 5승 3패로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권혁 등 최근 2년간 무리하게 등판했던 선수들을 쉬게 하고, 선수 기용도 차분하게 하는 걸 보면 전임 김성근 감독의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좀 더 팀 전력과 선수들 성향을 분석 및 파악해 팀을 정비하면 한화 성적이 더 오를수도 있다.

이 대행으로서는 두가지 사례를 유의할 필요가 있다(물론 구단도).

먼저, 군대의 소원수리(訴願受理)이다. 군 제대자들은 다 경험한 거지만, 군에서는 부대의 기강이 해이해지거나, 새로운 지휘관이 오면 병사들을 상대로 군 생활의 애로사항을 직간접으로 들어, 이를 향후 지휘 때 참고사항으로 삼는다. 병사들은 그간 억눌려서 하지 못했던 말을 이때 쏟아낸다.

다음은 메이저리그 지미 하인즈 감독이다. 그는 데뷔 해인 1969년 만년 하위팀인 뉴욕 메츠를 일약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어 ‘미러클 메츠’라는 닉 네임을 만든 장본인이다. 그가 왜 감독 첫해에 엄청난 돌풍을 일으킬수 있었을까. 팀 전력은 거의 그대로인데도.

하인즈는 코치 시절, 감독이 잘못하는 점들을 꼼꼼이 메모했다. 선수 기용(특히 투수교체), 특정 선수의 편애(편가르기), 무리한 작전 등을 틈날 때마다 적어놔 차후 사령탑이 됐을 때를 대비했다.

무리한 훈련, 실수하거나 삼진을 당한 선수에 대한 비난 등 선수들이 싫어하는 점들도 적나라하게 수첩에 적었다. 하인즈가 단시일에 성공한 것은 단적으로 이야기해서, 선수들이 싫어했던 부분을 배제하고, 선수들이 하고 싶어하는 점을 강력히 실천한 점이다.

연합뉴스 제공
이 감독대행은 혹 코치 시절 메모를 제대로 안했다면 일요일 경기후, 혹은 월요일(휴식일)오후에 1군 선수들을 한명씩 불러 애로사항을 청취, 이를 팀 운영에 참고하면 팀도 살고, 선수도 살 수 있다.

구단 입장에서는 이 감독대행의 선수단 운영을 적절히 조율할 필요가 있다. 이 대행은 은근히 정식 감독 계약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는 전체 144경기의 38%(55경기)를 치른 6월 5일 현재 5위 LG와 4.5경기 뒤져 있어 수치상으로는 얼마든지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하다. 그러니까, 김성근 감독 못지 않은 무리수를 둘 가능성이 없지 않다. 감독 직에 대한 욕심이 없다 하더라도 스포츠맨은 지는 걸 죽음보다 더 싫어하므로 매 경기 전력은 다하는 건 당연지사다. 그게 혹사로 이어질수 있다.

이런 점에서 구단의 처사는 이해가 안간다. 이제 겨우 페넌트레이스의 중반기에 접어드는 시점이라면, 이 대행을 정식 감독으로 승격시켜 힘을 실어주든지 아니면 새 감독을 영입해 한화의 중장기 프로그램을 맡겨야 한다. 이런 어정쩡한 스텝을 밟고 있으면 선수들도 우왕좌왕 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감독과 구단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2군(퓨처스 리그) 선수를 적극 활용하라는 것이다. 현재 주전 선수들은 지쳐 있고, 팀 분위기는 처져 있다. 이럴 때는 2군 유망주를 과감히 기용해 덕아웃 분위기를 살려야 한다.

2군 선수는 물론, 기량이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꿈의 무대’인 1군에서 맹활약해 이름을 떨치고 연봉 상승도 꾀하는, 엄청난 투지와 분발심을 가지고 있으므로 ‘기량+알파’의 에너지를 뿜어 낼 수 있다.

물론 이를 감독 경험이 있는 박종훈 단장이 모를리 없지만, 그는 현재 지휘권이 없으므로 팀을 물끄러미 바라볼 수밖에 없다. 경력으로 보나 팀 내부사정을 꿰뚫고 있는 상황으로 보나 박 단장이 사실 차기 감독 1순위인데 한화의 사령탑 결정은 럭비공이므로 뚜껑이 열리기 전까지는 아무도 알수 없다.

한화는 어느 팀보다도 더 구단주(김승연 한화 그룹회장)의 의향에 감독 결정을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이런 전근대적인 인사 시스템을 근절해야 한화 이글스가 한단계 더 도약할수 있다고 많은 야구인들은 판단하지만 글쎄~.야구 칼럼니스트/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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