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76)이 한화와 작별하는 장면이 특이했다. 김 감독은 지난 21일 홈에서 열린 삼성전이 끝난 후 매우 상기돼 있었다. 아니, 화가 잔뜩 나 있었다. 양측 선수단이 대충돌(벤치 클리어링)을 일으킨데다 대접전 끝에 7-8, 한 점차로 져 4연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시즌 확실한 꼴찌로 여겨지는 삼성에게 3연전 스윕(3연패)의 망신을 당했으니 분노의 정도를 짐작할만 하다.

다음날이 월요일로 휴식일이어서 김감독 스타일상 특훈을 지시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자 구단 직원이 재빠르게 달려와 “감독님, 이젠 더 이상 경기후 훈련은 안됩니다.” 사실상 해임 통보였다. 수십년 이어온 ‘김성근 시대’에 조종(弔鐘)이 울린 것.

그런데 오죽했으면 직원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을까(물론 단장의 지시였겠지만). 김성근 감독 취임 이후 무리한 훈련으로 선수 부상이 잇따르고 성적은 곤두박질치니, 구단으로서는 마지막 브레이크를 걸지 않을 수 없었다.

김 감독이 떠나게 된 것은 선수들과의 나이 차로 인한 불통이 큰 원인이다. 갓 고교를 졸업한 신인 선수와 김감독과는 57세 정도 차이가 난다. 김감독이 손자뻘인 어린 선수들의 개인주의 취향이나 스타일을 알 수가 없을 것이다.

그가 50년에 가까운 지도자 생활동안 추구해온 지옥훈련은 성과도 많았지만 이젠 통하지 않는다. 3연패, 5연패를 당해도 ‘체벌식 훈련’은 역효과일 뿐이다.

전격적으로 한화 지휘봉을 반납한 김성근 전 감독.

다른 예를 들어보자. 원정 경기를 갔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창밖으로 빗소리가 크게 났다. 전날밤 야간 경기로 피로에 젖어있는 선수들은 “야, 오늘 경기가 취소되겠구나. 늦잠 좀 자도 되겠네~”라며 눈을 다시 붙이려는데, 전화벨 소리가 울린다.

매니저가 “오늘 비오지만 실내에서 연습이야. 아침 밥 먹고 10시까지 집합!” 그러면 선수들은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이럴 땐 아침 잠을 푹 자게 하고 오후 훈련을 하는 게 컨디션 유지에 도움이 된다.

사실상 야구계를 떠나지만 김감독에게 고언(苦言)을 드린다. 몇 번 언급한 사실이지만 1987년 여름, 김 감독이 OB 구단(현 두산)으로부터 계약 연장 불가 통보를 받고 위기에 처했을 때, 필자가 신생 태평양 돌핀스 감독으로 적극 추천해 ‘야신(野神)’의 첫걸음을 떼게 해줬기 때문이다.

야인으로 돌아가면 그를 부르는 초중고, 대학팀이 많을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아직 그에게서 배울 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8순을 바라보는 노익장이지만 아낌없이 그간 쌓은 재능을 ‘야구 꿈나무’들에게 전수해야 한다. 그야말로 ‘백의종군’이다.

그는 소문난 야구계의 ‘알부자’다. 야구에서 번돈, 야구인을 위해 기꺼이 쓰는 ‘진정한 야신’으로 추앙받길 고대한다. 야구 칼럼니스트/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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