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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대전=박대웅 기자] 김성근 감독과 결별한 한화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그려질까.

한화는 23일 김성근 감독의 사의 표명을 수용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2014년 10월 김 감독이 한화의 제10대 감독으로 취임한 이후 2년 7개월 만에 결국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2009년부터 6시즌 동안 5번이나 최하위에 그쳤던 한화는 김성근 감독을 선임한 이후에도 여전히 포스트시즌 진출의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과거에 비해 승률과 순위를 어느 정도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불꽃 투혼’으로 상징되는 뚜렷한 팀 컬러를 장착했다. 무기력한 모습, 쉽게 포기하는 모습을 벗어던지고 마지막까지 끈질긴 승부를 펼쳐 수많은 반전 드라마를 연출한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 체제에서 나타난 악재도 많았다. 소위 ‘내일이 없는 야구’로 매 경기 사활을 걸었기 때문에 혹사 여파로 그동안 부상자들이 속출했고, 유망주보다는 즉시 전력감을 수집해오면서 선수단 평균 연령 역시 부쩍 높아졌다. 미래가 점점 더 어두워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김성근 감독이 지나간 자리에 풀 한 포기 남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만큼 애초부터 우려했던 부분이지만 사태는 생각보다도 더욱 심각하다. 팀을 재건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전망.

한화는 지난해 11월 계약 기간 1년이 남아 있던 김성근 감독을 유임하기로 결정했으나 동시에 선수단 체질 개선을 위해 프런트 혁신을 통한 구단 전문성 강화 및 문화 재정립 작업에 착수해왔다. 특히 최우선 목표를 중장기 우수선수 육성으로 설정해 유망주 발굴, 선수관리 효율성 제고 등의 세부 미션까지 마련했고, 프런트 이원화 개편 작업으로 박종훈 단장을 영입했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과 박종훈 단장은 구단 발전을 위해 건전한 소통을 주고받기보다는 서로의 자존심을 앞세워 기싸움을 펼치는 모습만을 끊임없이 이어왔다. 또한 중장기 육성의 경우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는 문제지만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그동안 대대적 투자로 빠른 시일 내에 승부를 보려했기 때문에 방향 설정이 상당히 애매해졌다.

또한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명장으로 평가받아왔던 김인식-김응용-김성근 감독 모두가 초라하게 팀을 떠나면서 한화는 감독들의 무덤이라는 이미지가 더욱 강해졌다. 명문팀으로 도약시킬 감독을 구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며, 이미 막강한 힘을 갖게 된 프런트가 새 감독과 또다시 파워게임을 하거나 지나친 간섭을 한다면 결국엔 제자리걸음일 뿐이다.

한화는 어느 정도 팀이 정상화될 때까지 이상군 투수 코치가 감독 대행으로서 선수단을 이끌 계획임을 밝혔다. 하지만 시즌 일정이 3분의 1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놨기 때문에 감독 대행 체제로 올시즌을 모두 보낼 경우 자칫 차기 시즌 대비가 그만큼 늦어질 수 있다. 새 감독과 코칭스태프를 빠르게 구성하는 것 역시 미래에는 좀 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아직 한참이나 남은 올시즌을 적응기 정도로 흘려보내는 것과 다를 바 없어 신중한 선택이 요구된다.

시즌 도중 김성근 감독과의 결별은 한화에게 위기가 될 수도 있고, 도약을 위한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한화가 새로운 도화지에 그릴 밑그림 구상을 어떻게 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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