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 전용 의자와 책상이 치워진 모습. 사진=박대웅 기자
[스포츠한국 대전=박대웅 기자]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첫 날 한화 홈구장의 분위기는 어땠을까.

한화는 23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IA전을 앞두고 김성근 감독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21일 삼성전을 마친 뒤 선수들의 훈련 방식과 관련해 구단과 충돌을 겪은 김성근 감독은 그 자리에서 사의의 뜻을 드러냈다. 현재 김 감독은 모처에서 그룹 관계자와 사안에 대해 협의를 하고 있으며, 한화는 사의 표명 수용 여부가 최종 확정될 경우 이를 발표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김 감독이 자리를 비우게 되면서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 곳곳에도 그의 빈 자리 흔적이 느껴졌다.

먼저 덕아웃 한 쪽에 마련된 김 감독의 전용 책상과 의자가 자취를 감춘 가운데 이날 경기는 이상군 코치가 임시 감독대행으로 선수단을 지휘하게 됐다. 당초 구단이 김광수 수석코치에게 임시 감독대행직을 제안했지만 이를 고사하면서 이 코치가 감독직을 맡게 됐으며, 김 수석코치는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대신 정민태 코치가 올라와 수석의 역할을 책임지게 됐다.

경기 전 몸을 푸는 한화 선수들의 분위기도 다소 어두웠다. 김 감독 사의 표명이 전해진 뒤 애써 내색하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평소와 같은 활발함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김성근 감독의 아들로 잘 알려진 김정준 코치의 표정 역시 무덤덤했다.

관중석에서도 김성근 감독의 이름이 마킹된 유니폼을 입은 관중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1회말 울려퍼지는 한화 응원단의 선수 라인업 발표 응원가 속에도 평소와 달리 ‘야신 김성근’이라는 후반부 가사가 생략됐다.

김 감독의 유니폼을 입은 한 관중은 “감독님이 부임한 이후 한화의 포기하지 않는 야구를 지켜보며 많은 힘을 얻었다. 기사를 통해 소식을 접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유니폼을 입고 왔다”며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또 다른 한화 팬은 “그동안 선수 혹사 등 아쉬웠던 점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내일이 없는 야구를 해왔기 때문에 걱정이 많다. 지금이라도 물러난다는 입장을 밝혀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김 감독의 사의 표명을 반기기도 했다.

만약 한화가 사의 표명을 최종적으로 수용할 경우 그라운드 위 선수들의 경기력에서도 한동안 김 감독의 빈 자리를 느낄 수 있을 전망이다. 그것이 긍정적인 새 변화로 거듭날지 그 반대일지는 물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