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후 파격적이고 신선한 이미지로 국민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먼저,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그는 청와대 민정수석과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해 국정을 어떻게 운영하고 지휘해야 하는 지를 잘 알고 있다. 정치하는 사람은 국회의 입법활동을 모르면 안되는데, 초선이지만 4년간 금뱃지를 달고 의정활동을 경험했고 야당 대표도 지냈다.

이러니, 취임 첫날부터의 행보가 남다르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업무를 멀리 떨어진 관저가 아닌 비서동에서 비서진들과 거리낌없이 수행하는 것은 청와대 경험이 없으면 힘들다.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는 ‘반면(反面)교사’가 있었지만.

프로야구 감독도 마찬가지다. 코치 경험을 쌓으며 향후 감독직 수행을 준비하지 않으면 막상 감독이 됐을 때 시행착오를 일으키게 된다.

대표적인 이가 삼성 김한수 감독이다. 타격 코치에 전념하느라 짜임새있는 선수진 구성, 투수 육성 등 전반적인 야구단 운영을 깊이 있게 곁눈질하지 못했을 것이다. 삼성은 전력 보강이 신통찮았던데다 감독마저 지략을 발휘하지 못하니 최하위를 벗어나기 힘들다.

2012년 7월 경기도 고양시 고양원더스구장을 방문해 캐치볼을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제공
반대로 ‘염갈량’으로 불리는 염경엽 전 넥센 감독(현 SK 야구단장)은 준비를 철저히 했다. 코치와 프런트 시절, 경기와 훈련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며 메모한 대학노트가 10권 가까이 됐다.

필자가 1군 감독이 되려면 퓨처스리그(이하 2군) 감독을 거치는 게 필수코스라고 여러번 강조하는 것은 구단에서 사전에 유망한 코치를 감독감으로 준비시켜 시행착오를 줄이라는 뜻이다.

1군 수석코치와 2군 감독은 업무가 확연히 틀린다. 수석코치가 전반적으로 감독을 보좌하지만, 직접 지휘를 하지는 못한다.

2군 감독은 훈련 스케줄 작성, 스타팅 멤버 선발, 선수 교체(특히 투수), 코치진 통솔 등 1군 감독과 거의 맞먹는 업무를 실행하므로(규모나 스케일이 절반도 안되지만), 전격적으로 1군 감독이 돼서도 혼란을 일으킬 확률이 아주 적다.

문대통령은 취임 3일만인 지난 12일, 국민의 소리를 듣는 첫 순서로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답은 현장에 있다. 부르는 대통령이 아니라 찾아가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국정운영방식을 몸소 실천한 것.

얼마전 LG 양상문 감독이 2군 경기장을 찾은 게 뉴스가 됐다. 왜냐하면 다른 9개팀 감독들은 2군 경기를 시즌중에는 거의 관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1군 감독이 2군 리포트만 보고 전력을 파악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 어쩌면 직무유기다. 어떤 선수인지는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2군 경기는 거의 매일 오후 한시에 열린다. 1군 경기가 있다 하더라도 감독들은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운전기사까지 있으므로) 가까운 곳에서 열리는 2군 경기를 볼 수 있다. 쉬는 날인 월요일에는 2군 경기가 야간에 한경기씩 열리므로 열정만 있으면 2군 유망주의 경기를 지켜볼 수 있다.

프로야구 역시 현장에 답이 있다. 7개월간 포성없는 전쟁을 치르는 감독에겐 하루라도 휴식이 있을수 없다.

문대통령의 이른바 ‘서번트(Servant) 리더십’도 화제에 오르고 있다.

문대통령은 이전 대통령들과 달리 벗었던 옷을 스스로 입고, 비서관들과 겸상으로 차를 마시고, 구내식당에서 직접 식판에 밥과 반찬을 담아 국민들에게 시원한 감동을 주고 있다.

프로야구도 이젠 감독들이 권위적인 모습을 벗는게 좋지 않을까? 자유분망한 신세대인 젊은 선수들에게 군림해서는 통솔이 되지 않는다. 가까이 다가가는 게 오히려 팀워크 조성과 기량 향상에 도움이 된다.

스프링캠프 때 부터 선수들과의 소통에 열성을 기울인 kt 김진욱 감독이 시범경기에서 1위를 하고 개막 6연승의 신바람을 낸 것은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린 덕분이다. 지난해말 전력 보강이 거의 되지 않아 확실한 중위권을 확보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스승의 날을 앞두고 ‘노래하는 교장선생님’이 화제가 됐었다. 아현산업정보학교 방승호교장선생님은 평소 기타치고 노래하며 학생들을 선도, 취임 1년만에 교내의 담배꽁초를 싸악~사라지게 했다.

아무튼 새 대통령의 신선한 행보는 야구뿐 아니라 스포츠감독들, 기업체 CEO에게도 많은 교훈을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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