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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한화가 외국인 원투펀치와 두 베테랑 선발의 활약으로 올시즌 선발 야구에 대한 청신호를 밝혔다. 그러나 마지막 퍼즐이 남았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극심한 난조를 겪었던 이태양(27)이 살아나야 한다.

한화는 5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리는 NC와의 경기에 이태양을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이태양은 팔꿈치 인대접합수술로 2015시즌을 통째로 쉬었고, 2016시즌 중반까지도 그 여파가 계속 남아있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몸상태가 점차 올라오기 시작했다. 승리 없이 5패 평균자책점 6.64에 그쳤던 전반기와 달리 후반기에는 5승3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4.07로 희망을 쏘아 올렸다.

그러나 올시즌 3선발 역할을 맡을 것이 유력했던 이태양은 스프링캠프 총 4차례 연습경기에서 9이닝 16피안타 4볼넷 3탈삼진 12실점(9자책점)의 난조를 드러냈다. 3차례 시범경기에서는 9.1이닝 22피안타(4피홈런) 2볼넷 6탈삼진 17실점으로 더욱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전반적으로 제구가 높게 형성됐고, 불필요한 힘이 많이 들어가는 가운데 구속은 오히려 감소했다.

물론 성적에 연연하기보다는 개막전에 맞춰 본인의 페이스대로 성적을 끌어올리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이지만 너무나도 부진한 투구 내용을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없었다. 결국 김성근 감독은 개막 선발 엔트리에 이태양을 제외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5일 경기에 선발로 예고됐기 때문에 곧장 1군 무대를 밟게 됐지만 짧은 기간 동안 얼마나 컨디션이 회복됐는지는 알 수 없다. 무엇보다 자신감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태양의 예상치 못한 부진 속에서도 한화는 지난 4경기 선발진의 내용이 상당히 좋았다. 두산과의 개막전에서 비야누에바가 6이닝 1피안타 2사구 6탈삼진 비자책 2실점으로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고, 오간도의 경우 4.2이닝 4실점으로 부진했지만 갑작스럽게 쏟아진 비와 함께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던 점을 감안해야 한다.

오히려 토종 선발진은 외국인보다 더욱 강렬한 첫 등판을 가졌다. 송은범이 6.1이닝 3피안타 3볼넷 무실점을 기록했고, 4일 경기에서는 배영수가 NC를 상대로 6이닝 3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이어나갔다.

특히 송은범과 배영수는 2014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어 나란히 한화 유니폼을 입은 뒤 지난 2년 동안 극도의 부진을 겪었던 선수들이다. 하지만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서 심상치 않은 피칭으로 부활의 조짐을 보였고, 실제 페넌트레이스 첫 등판에서도 그 기세를 연결시키는데 성공했다.

비록 리허설은 최악으로 마쳤지만 이태양까지 살아나는 모습을 보인다면 한화는 선발 싸움에서 더욱 강력한 경쟁력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부진이 계속된다면 이태양 개인으로서는 팀 내 입지가 급격히 좁아질 수도 있다. 이미 송은범과 배영수는 좋은 스타트를 끊었고, 김성근 감독이 불펜으로 기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윤규진을 제외하더라도 안영명, 심수창, 장민재 등이 선발로 뛸 수 있는 자원이기 때문이다.

보직을 자주 옮겨 다닌 내부 경쟁자들과 달리 이태양은 본인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린 2014시즌 이후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이상 대부분을 선발로만 활약해왔다. 경기 초반 기복이 있어 피안타율도 높은 편이며, 그동안 이닝 이터로서 진정한 진가를 발휘해왔기 때문에 자칫 계륵 신세로까지 전락할 수 있다. 한화로서도 팀의 현재와 미래를 이끌어야 할 이태양의 추락은 큰 손실일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이태양에게 물러설 곳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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