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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고척=박대웅 기자] 2017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 대표팀이 이틀 연속 쿠바를 꺾고 감각을 확실히 끌어올렸다. 그러나 자신감과 컨디션을 보다 끌어올려야 할 과제를 받아든 선수들도 있다. 대표팀의 롱릴리프를 책임질 장시환 역시 아쉬움을 하루 빨리 씻어낼 필요가 있다.

한국은 26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쿠바와의 2차 평가전에서 7-6으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한국은 4회까지 쿠바 선발 블라디미르 바노스의 호투에 막혀 단 1점도 뽑지 못했으며 6회까지도 1-3으로 끌려가고 있었지만 7회에만 무려 6점을 폭발시키는 응집력을 과시, 기어이 승부를 뒤집는데 성공했다.

손아섭과 이용규의 방망이가 불을 뿜으면서 타선은 이틀 연속 합격점을 받았지만 마운드는 1차전에 비해 여러모로 부족함이 많았다. 선발 양현종이 3이닝 2실점으로 다소 불안한 시작을 알렸고, 불펜 역시 6이닝 도합 4실점을 내줘 뒷문 단속을 확실하게 해내지는 못했다.

4번째 투수로 등판한 장시환 역시 다소 아쉬움이 남는 피칭을 했다. 이날 장시환은 6회말부터 마운드에 올라 2이닝 동안 2실점(1자책점)을 기록한 뒤 역할을 마쳤다. 불펜으로 나선 선수 중에서는 1차전 이대은과 더불어 유이하게 2이닝 이상을 책임졌지만 6회와 7회 내리 실점을 내주고 말았다.

총 38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2피안타를 허용했으며 제구가 다소 흔들리면서 볼넷도 두 차례나 기록했다. 동료의 실책까지 나오면서 추가 실점을 떠안는 아쉬움도 있었다.

앞서 장시환은 지난 19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도 선발 장원준의 뒤를 이어받았지만 1이닝 2피안타 1실점을 기록해 불안함을 노출한 바 있다.

사실 대표팀 발탁 과정에서부터 장시환은 내심 씁쓸함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생애 첫 태극마크의 영광을 누리게 됐으나 2016시즌 KBO리그에서는 3승12패 6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6.33에 그쳤기 때문에 야구 팬들 사이에서 대표팀 자격 논란의 중심에 선 것도 사실이다. 본인마저 국가대표의 일원이 된 점을 무척 어색하게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투구수 제한이 있는 대회 특성상 두 번째 투수가 마운드에서 오래 버텨주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대표팀에서 장시환에게 거는 기대는 제법 큰 편이다. 차우찬이 최근 발목을 접질리면서 평가전 등판 여부가 불투명해 장시환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큰 무대에 대한 긴장감을 털어내고 장시환 스스로가 대표팀에 발탁된 이유를 증명해나갈 필요가 있다.

이날 장시환은 직구 최고 시속 147km를 기록, 한국 투수들 중에서는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했다. 본인의 강점이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현재는 전반적으로 슬라이더(13구)와 커브(11구) 등을 가다듬는데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에 조바심을 내기보다 차근차근 컨디션을 맞춰가는 과정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장시환이 WBC 개막 이후에는 그동안의 박한 평가를 뒤엎는 활약을 선보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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