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2017시즌 도루왕 타이틀을 가져갈 선수는 과연 누구일까.

지난 두 시즌 동안 KBO리그에서 최고의 ‘대도’로 선정된 선수는 삼성 박해민이다.

박해민은 2014시즌 36도루를 기록하며 입지를 확실하게 굳힌 뒤 2015시즌에는 무려 60도루를 성공시켜 생애 첫 도루왕에 올랐다. 지난 시즌에도 52차례나 베이스를 훔쳐 2연패에 성공, ‘람보르미니’라는 별명을 얻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박해민은 KBO리그 시상식 당시 “도루왕 3연패가 가장 욕심이 난다. 최다안타 타이틀에도 도전해보고 싶다”며 타격을 더욱 보완해 출루율을 높여 도루왕을 수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3년 연속 도루왕을 노리는 삼성 박해민. 스포츠코리아 제공
비록 도루왕 등극에 가장 큰 힘이 됐던 김평호 코치가 NC로 떠나게 됐지만 올시즌부터 삼성 지휘봉을 잡은 김한수 감독이 ‘뛰는 야구’를 선언한 만큼 박해민 역시 리드오프로 투입되는 기회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박해민의 3연패를 막기 위한 도전자들도 만만치 않다. 먼저 NC 박민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민우는 2014시즌 50도루, 2015시즌 47도루를 기록하며 2년 연속 이 부문 2위에 오른 경험이 있다. 비록 지난 시즌 20도루로 10위에 그쳤지만 이는 NC가 달리는 야구를 최대한 억제하는 움직임을 가져가면서 비롯된 결과다.

실제 2015시즌 팀 도루 204개로 압도적 1위에 올랐던 NC는 지난해 99개로 수치가 절반 이하까지 떨어졌다. 도루 시도 역시 264회에서 140회로 100회 이상이 줄었다. 그러나 테임즈가 메이저리그로 발길을 옮기면서 화력이 약해진 만큼 NC는 2017시즌 다시 한 번 거침없이 달리는 야구를 선보일 방침이다.

박민우가 2017년에는 다시 한 번 적극적으로 달리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박민우는 지난달 31일 스프링캠프 출국 직전 “팀 스타일이 바뀌게 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나 역시 개인적으로 더 많이 뛸 계획이다”며 “많이 뛸 수 있는 몸을 만들겠다. 김평호 코치님도 오셨고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신다. 리그에 잘 뛰는 선수들이 많지만 기회가 된다면 도루왕에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의욕을 드러냈다.

박해민, 박민우 외에도 쟁쟁한 선수들은 더 있다. 지난해 42도루로 전체 2위에 오른 롯데 손아섭은 2013년에도 36도루로 도루왕 김종호의 뒤를 이은 바 있다. 아직까지 타이틀을 손에 넣은 적은 없지만 2016시즌 전년 대비 4배 가까이 수치를 끌어올리며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기 때문에 2017시즌에도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 밖에 통산 500도루까지 단 18개만을 남겨놓고 있는 이대형도 kt에서 최근 두 시즌 동안 44도루, 37도루를 기록했기 때문에 2010년 이후 7년 만이자 통산 5번째 도루왕을 충분히 노려볼만 하다.

또한 ‘고볼트’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고종욱(넥센)도 스피드에서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도합 통산 303도루를 성공시킨 KIA 새 외국인 타자 버나디나도 KBO 사상 최초의 외국인 도루왕에 도전한다.

버나디나는 “타격이 준수하고 홈런도 칠 수 있지만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주루라고 생각한다. 특별히 정해놓은 수치는 없지만 최대한 많이 달려 팀 승리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KIA 버나디나도 도루왕 경쟁에서 의외의 복병이 될 수 있다. ⓒAFPBBNews = News1
이처럼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도루왕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마지막에 미소를 짓기 위해서는 결국 출루율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난해 도루 상위권에 오른 선수들 가운데 출루율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이는 박민우(0.420, 8위), 손아섭(0.418, 9위)이 전부다. 박해민은 출루율 48위(0.357), 이대형은 36위(0.368), 고종욱은 35위(0.370)에 그쳤다. 흥미로운 사실은 박해민, 이대형, 고종욱 모두 타율에서는 3할을 넘었다는 점. 선구안이 그만큼 아쉬웠음을 의미한다. 버나디나도 메이저리그 통산 3할7리, 마이너리그 3할5푼7리로 출루율에서 약점을 드러낸 것은 마찬가지다.

도루는 대주자가 아닌 이상 궁극적으로 출루에 성공한 선수에게만 시도할 기회가 주어진다. 결국 2017년 도루왕 타이틀은 단순히 발만 빠른 선수가 아닌 정교한 타격 및 눈 야구까지 능통한 선수의 품에 안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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