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NC 장현식(22)이 경험의 축적을 통해 신데렐라 스토리 2막을 열 수 있을까.

지난 시즌 83승58패3무를 기록한 NC는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냈지만 두산에게 내리 4연패를 당하며 눈물을 쏟았다.

아쉬웠던 순간들을 뒤로하고 2017년만큼은 반드시 정상의 자리에 올라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NC지만 오히려 전력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많다.

마운드에서는 우선 지난해 12승8패 평균자책점 4.56을 기록한 스튜어트와 결별을 했다. 물론 새롭게 가세한 제프 맨쉽이 그 이상의 활약을 펼쳐줄 가능성도 있다. 맨쉽은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2승1패 평균자책점 3.12를 기록했으며, 180만 달러(약 21억원)의 특급 대우를 통해서도 그가 얼마나 높은 기대감을 받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사진=박대웅 기자
그러나 해커와 맨쉽이 원투 펀치의 역할을 소화하더라도 토종 선수들이 그 뒤를 받치지 못한다면 지난해 우승팀 두산의 선발 ‘판타스틱4’를 넘어서는 것도 불가능하다.

NC는 이태양이 승부조작에 가담해 영구실격 제재를 받았다. 또한 이민호는 선발로서 한계를 노출하며 지난 시즌 중반부터 불펜으로 자리를 다시 옮겼기 때문에 이재학과 최금강 정도가 현재로서는 자리를 잡은 토종 선발 자원이다.

남은 한 자리를 놓고 배재환, 구창모, 정수민 등 수많은 젊은 투수들이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장현식 역시 경쟁력 있는 5선발 후보 중 하나다.

지난 2013시즌부터 2015시즌까지 단 4경기 출전에 그쳤던 장현식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김경문 감독에게 중용받기 시작했다. 주로 초반에는 패전조 내지는 추격조의 역할을 했지만 이같은 기회마저 장현식에게는 성장에 있어 소중한 경험이 됐다.

결국 7월부터 안정적인 활약을 선보인 장현식은 9월 초 스튜어트가 부상으로 빠져있는 동안 선발 보직을 맡는 쾌거를 이뤘으며, 선발로 나선 총 5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 1.59(28.1이닝 3실점)의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시 김경문 감독도 “장현식이 너무 잘 던져주고 있다. 다른 팀들보다 남은 일정이 많고 일부 투수가 빠지는 상황을 걱정했는데 장현식이 상대 선발과 붙어 잘 싸워줬다. 선발을 발굴한 것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김태군 역시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장현식이 우리팀의 분위기 메이커가 될 것 같다. 자체 청백전에서도 마지막에 좋은 느낌으로 끝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승부조작 논란에 시달리고 있었던 이재학 대신 포스트시즌 선발 중책까지 맡게 됐지만 장현식은 LG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너무나도 허무하게 마운드를 물러나야 했다. 1회 선두타자 문선재에게 볼넷을 내준 것을 시작으로 아웃카운트 총 3개를 잡는 동안 무려 5개의 볼넷을 내줄 만큼 제구가 흔들렸기 때문.

결국 더 이상의 기회는 없었다. 실질적으로 우승의 향방이 기운 한국시리즈 4차전에 불펜 등판했을 뿐 그마저도 0.1이닝 2피안타 1실점으로 아쉬움이 남는 피칭을 했다. 신데렐라 탄생을 알렸지만 경험의 벽 앞에 막혀 유종의 미를 거두진 못한 다사다난했던 시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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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식은 지난달 31일 스프링캠프 출국을 앞두고 “이제 한 시즌을 보냈을 뿐이다. 부족한 점,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잘 준비해서 돌아오겠다”는 소감을 밝힌 뒤 “지난 시즌에는 폼이 자주 바뀐 면이 있는데 일정한 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첫 시즌이다 보니 중요한 상황에서 조절을 잘 못했는데 1군 무대가 많은 경험이 됐기 때문에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캠프에서의 목표와 각오를 나란히 언급했다.

또한 그는 지난해 포스트시즌의 부진에 대해서는 “컨디션을 잘 조절했어야 했는데 잘 해내지 못했다. 아무래도 경험이 없다보니 그런 모습이 나오게 됐다”며 아쉬움을 전하면서도 “기회가 다시 온다면 이번에는 컨디션 관리를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경험을 해본 것과 아닌 것의 차이는 크다. 올해는 몸에 대한 자신이 있고 충분한 준비를 거쳤기 때문에 최대한 끌어올려볼 계획이다”는 말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선발 경쟁에 대해서도 자신감으로 충만해있었다. 장현식은 “내가 추구한 방향대로 노력한다면 선발 경쟁도 자신이 있다. 선발 한 자리를 꿰차고 풀타임을 소화하는 것이 가장 큰 포부다”고 밝힌 뒤 “힘이 금방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 꾸준히 던질 수 있다는 점이 선발로 나섰을 때의 내 강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그는 이어 “새로운 무기를 개발하기보다 현재 던지고 있는 것들을 보다 완벽하게 만들고 싶다. 슬라이더는 어느 정도 자신 있기 때문에 직구와 슬라이더를 받치는 다른 변화구들을 많이 던져보도록 하겠다”며 이번 캠프에서 더욱 발전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올 것을 다짐했다.

장현식이 이같은 약속을 지켜낸다면 NC가 대권에 재도전할 힘도 충분히 갖출 수 있게 된다. 장현식이 2017년에는 신데렐라 스토리를 확실하게 완성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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