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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NC 해커(33)에게 가을의 기억은 썩 유쾌하지 못하다. 이번만큼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NC는 오는 20일 미디어데이를 시작으로 21일부터 LG와의 플레이오프에 본격 돌입한다.

지난해 NC는 정규시즌 2위의 성적을 남기고도 3위 두산에게 2승3패로 패해 한국시리즈 문턱을 밟는데 실패했다. 3차전까지 2승1패로 앞서고 있었지만 남은 2경기를 모두 놓치면서 통한의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이번에도 같은 상황을 되풀이할 수는 없다. 물론 지난해 두산만큼이나 올시즌 LG의 기세도 만만치 않고, 테임즈가 1차전에서는 음주 운전에 대한 징계로 경기에 나설 수 없기 때문에 쉽지 않을 승부가 될 전망이지만 실패로 인한 교훈을 얻은 만큼 반드시 올시즌에는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겠다는 각오다.

김경문 감독을 비롯한 모든 선수단의 마음이 절실하지만 특히 팀 에이스 역할을 맡고 있는 해커의 각오는 더욱 굳건할 수밖에 없다.

해커는 지금까지 포스트시즌에 총 3차례 등판해 모두 패전투수가 됐다. 2014년 LG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처음으로 가을 무대를 밟았지만 3.1이닝 3실점으로 조기 강판됐고, 1차전에 이어 결국 2차전마저 내준 NC는 그 흐름을 뒤바꾸지 못한 채 1승3패로 최종 탈락했다. 2년 만에 LG를 상대로 설욕의 기회가 찾아온 만큼 이를 절대 놓치지 않아야 한다.

해커는 2015시즌에도 에이스의 자존심을 세우지 못했다.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 두 차례나 등판했지만 1차전에서는 4이닝 4실점으로 고개를 숙이며 기선 제압을 이루지 못했고, 4차전 역시 5.1이닝 3실점으로 그나마 좋아진 모습을 보였지만 돌아온 것은 패전의 멍에였다. 2승1패로 유리한 고지를 잡고도 결국 시리즈 전적이 원점으로 돌아간 가운데 NC는 5차전마저 내주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해커의 부진이 특히 아쉬웠던 이유는 2015시즌 그가 19승5패 평균자책점 3.13의 성적을 남기며 리그 최고의 투수 반열에 올랐기 때문이다. 다승과 승률 2관왕을 거머쥐었을 뿐 아니라 31차례 등판에서 무려 25번이나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한 해커였지만 포스트시즌 2경기는 기대감을 전혀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당시 두산의 에이스 니퍼트가 1차전 9이닝 무실점의 완봉승, 4차전 7이닝 무실점으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해커의 성적은 더욱 초라하게 느껴졌다. LG에 대한 설욕의 의미도 있지만 결국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을 때 두산에게도 마찬가지로 설욕을 할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이번에는 더욱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2013년 KBO리그에 입성한 당시 해커는 평균자책점 3.63의 호투에도 단 4승(11패) 밖에 챙기지 못했던 불운의 아이콘이었다. 이같은 아쉬움을 꾸준함을 통해 서서히 씻어내며 지난해 잊지 못할 시즌을 보냈고, 올해 역시 13승3패 평균자책점 3.45로 변함없이 뛰어난 성적을 남긴 만큼 포스트시즌에서도 반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증명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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