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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매경기가 한국시리즈를 방불케 하는 총력전이었다. 하지만 현재 한화의 성적은 페이스 조절에 실패한 팀의 비참한 결말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한화는 23일 현재 60승72패3무를 기록, 전체 8위에 놓여있다. 와일드카드 마지노선인 5위 KIA와의 승차가 5.5경기까지 벌어져 남은 9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둬도 가을 잔치에 합류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오히려 9위 삼성에게도 1경기 차로 쫓기고 있어 현재 순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결과다. 한화는 시즌 시작부터 매 경기 모든 전력을 쏟아냈다. 마라톤 코스를 100m 달리기 하듯 숨 가쁘게 앞만 보고 달려왔다. 이미 지난 시즌에도 총력전의 부작용을 경험했지만 고스란히 같은 방식을 답습했고, 결과는 또 한 번의 실패였다. 물론 아직 일정이 끝나지 않았지만 이제는 기적을 바라기에도 시기가 너무 늦었다.

한화가 경기 도중 승부를 일찌감치 포기한 것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김성근 감독이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미안함을 드러냈던 극소수의 경기에서만 조기 항복을 선언했고, 대부분은 아무리 큰 점수 차로 뒤지고 있어도 모든 전력을 쏟아내 추격 기회를 노렸다.

사실 프로라면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다. 그러나 방법이 너무 과했다. 그날 준비된 전력 내에서 마지막까지 투혼을 불태웠다면 패하더라도 팬들은 충분히 한화의 야구를 납득하고 박수를 보냈을 것이다. 장기 레이스에서 다음을 대비해 한 발 물러나는 것은 프로로서 자격 미달이 절대 아님을 팬들조차 알고 있다.

그러나 한화는 말 그대로 내일이 없는 야구를 했다. 때문에 그 여파는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승패를 떠나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가짐만으로도 충분한 감동을 안길 수 있음에도 끝까지 이기겠다는 집착을 버리지 못했다. 큰 점수 차 열세에서 역전승 확률이 일반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눈앞의 1승에만 지나치게 얽매였다. 결국 차후 경기에서 쉽게 가져갈 수 있었던 1승마저 상대에게 내주는 등 부작용이 밀려왔다. 총력전의 효율성이 너무나도 떨어졌다.

김성근 감독은 시즌 초반 선발진의 줄부상과 관련해 깊은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초반부터 순위가 밀려날 경우 타 팀들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기존의 확고한 신념을 버리지 못하고 모든 자원을 끌어 쓰는 운용을 가져갔다. 전력의 우위를 점하기보다는 뒤떨어질 수 없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총력전이었다. 사실 목표부터가 10승16패로 5할 승률이 채 안 됐다.

문제는 한화가 4월 한 달 동안 7연패 한 차례를 포함해 6승17패에 그치며 시작부터 실타래가 제대로 꼬였다는 점이다. 승리는 승리대로 줄줄이 놓치고 힘은 힘대로 쏟았다. 설령 많은 패를 떠안았더라도 정상적인 운용을 가져가면서 새로운 자원 발굴에 나섰다면 전력이 집결한 시점에서 비축해 둔 힘을 좀 더 효과적으로 활용해 확실히 치고 나갈 계기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누군가가 돌아오면 또 다른 누군가가 팀을 이탈했다. 선발진이 살아나면 불펜진이 가라앉거나 타선이 침묵하는 등 엇박자가 나타났다. 총력전을 외쳤지만 말 그대로 진정한 총력전이었던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6월 후반부터 전력들이 뭉치며 힘을 낸 한화는 특히 7월 13승7패1무의 성적을 남기며 꼴찌 탈출에도 성공했으나 그 힘을 후반기에도 계속 이어가지는 못했다. 혹사 논란 속에서도 투혼을 발휘해왔던 주축 선수들이 차례로 자리를 비우기 시작했으며, 타팀들도 본격적인 승부수를 던지기 시작하면서 한화의 총력전은 또다시 효율성을 잃었다. 5강 경쟁팀들과의 맞대결이 몰려있던 9월 중반 가장 중요한 시점에 한화는 5연패 수렁에 빠졌고, 그대로 순위 경쟁에서 허무하게 밀려나고 말았다.

김성근 감독은 전반기를 마친 시점에서 가장 아쉬웠던 경기로 LG와의 개막 2연전을 꼽았다. 이같은 생각이 현재까지도 유효한지 묻자 “당시 뿐 아니라 최근 시합들도 아쉬움이 있지 않았나 싶다”며 베이스 러닝 등 선수들에게 강조했던 0.1%의 섬세함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 점을 언급했다.

결국 시즌의 시작과 끝을 가장 아쉬워 한 김성근 감독이지만 시작부터 실타래가 꼬이게 만든 것도, 마지막 순간 선수단이 제대로 힘을 쏟아낼 수 없었던 것도 김 감독에게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 이용규, 송창식, 권혁의 올시즌 복귀 가능성이 없음을 전하면서 선수들을 더 이상 무리시킬 수 없다고 밝힌 김 감독이 이같은 관리를 좀 더 이른 시점부터 세심하게 해줬다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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