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LG전에서 패한 한화 선수들이 관중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가을 야구 희망은 사실상 사라졌다. 하지만 그대로 주저앉는 모습은 곤란하다.

한화는 21일 현재 60승71패3무를 기록하며 8위에 머물러 있다. 지난 18일부터 KIA와의 2연전 및 20일 LG전이 5강 싸움의 최대 승부처였지만 단 1경기도 승리하지 못하며 4연패 수렁에 빠졌다.

5위 KIA가 4연승을 내달리면서 한화와 KIA의 격차는 어느덧 5경기까지 벌어졌다. KIA가 남은 8경기에서 4승을 따낸다면 한화는 전승을 챙겨도 순위를 뒤집을 수 없게 된다. 최근 김성근 감독이 0.1%의 세밀함에 대해 강조했는데 이제는 한화의 가을 야구 진출 가능성이 0.1%에 미치지 못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한화는 마지막 10경기를 남기고 62승72패로 올시즌과 비슷한 성적을 기록 중이었고, 당시 5위 롯데와 2.5경기 차를 유지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SK가 5강 마지막 티켓을 손에 거머쥐었지만 한화는 롯데 및 KIA와의 순위를 뒤집는데 성공했으며, 10월3일 최종전까지 5위 향방을 미궁 속에 빠뜨리는 뒷심을 보였다. 당시 마지막 10경기 가운데 8경기가 1~4위팀과의 맞대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6승4패의 성적으로 포기하지 않는 집념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는 불과 며칠 전까지도 품에 안고 있던 희망이 한순간에 사라졌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아야한다는 동기를 가지고 경기에 임하기 어려워졌다. 지난 시즌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하다.

한화의 올시즌을 조금 미리 되돌아보면 4월 한 달 동안 6승17패에 머문 것이 결과적으로는 너무나도 뼈아팠다. 5월 이후 현 시점까지 5할 승률을 기록했고, 7월에는 특히 가파른 상승세를 통해 돌풍의 중심에 서기도 했지만 초반 난조와 함께 뒷심에서 또 한 번 아쉬운 모습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매 경기 한국시리즈를 방불케 하는 총력전을 펼치는 과정 속에서 이번에도 부상자는 속출했으며, 김성근 감독의 퀵후크 및 혹사 논란, 그에 따른 비판은 지난해보다 더욱 거세졌다. 하지만 압도적인 최하위에 머물러 있던 한화가 어느 순간 순위 경쟁에 뛰어든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각종 논란에 흔들리지 않고 선수들이 투혼을 발휘해낸 점은 한화의 5강 진출 여부와 별개로 오랜 시간 기억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할 경우 한화가 보여주고자 했던 과정의 의미도 다소 빛을 잃을 수밖에 없다. 남은 경기에서 5강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모든 전력을 쥐어짜내기보다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팬들도 알고 있다.

다만 갖추고 있는 전력 내에서 끈끈한 투혼을 계속 보여줌으로써 마지막까지 매 경기 감동을 안기려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그것이 한화가 개막전,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15년부터 지향해온 야구이기 때문에 더욱 잊지 말아야 할 마음가짐이다.

최근 4연패의 결과만큼이나 아쉬웠던 모습이 지난 20일 LG전의 7회초였다. 한화는 로사리오의 투런포를 통해 6회말 3-4로 바짝 LG를 추격했지만 7회초에만 무려 7점을 내주면서 그대로 주저앉았다. 마지막까지 경기장을 지킨 팬들은 많았지만 그들의 목소리에도 선수들의 플레이에도 7회 이후에는 힘을 찾아볼 수 없었다. 9월 들어 가장 무기력한 경기였다.

아직도 한화에게는 총 10경기가 남아있다. 특히 지난해 역대 최다 관중 기록까지 단 2만8666명차로 다가선 대전 홈 경기도 5차례나 남아있다. 지난해 마지막 홈경기를 마친 뒤 플래카드로 내건 ‘여러분이 있기에 우리는 꼭 다시 일어섭니다!’라는 약속을 올해도 지키기 어렵게 됐지만 그동안 선수단을 믿고 지지한 팬들의 성원에 끝까지 보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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