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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선수들이 너무너무 잘해주고 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이 지난 20일 kt전 승리로 7연승을 달성한 직후 남긴 짧고 굵은 소감이다.

두산은 15경기를 소화한 현재 11승3패1무를 기록, 2위 SK에 2경기 차 앞선 단독 선두에 올라있다. 특히 최근 7연승의 거침없는 기세 속에 디펜딩 챔피언의 저력을 선보이고 있을 뿐 아니라 점차 무결점의 팀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점이 상대에게 더욱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

실제 두산은 팀 평균자책점 3.35로 전체 1위, 팀 타율 2할9푼7리로 2위에 올라있을 만큼 공수에서 균형 잡힌 전력을 자랑하고 있다.

타선에서는 오재일과 민병헌의 위압감이 그 어느 때보다 돋보이고 있다. 오재일은 타율 4할8푼7리(1위) 2홈런 11타점(11위) 11득점(공동 10위) 장타율 7할4푼4리(2위) 출루율 5할8푼3리(1위) 등 프로 12년 차에 접어들며 마침내 기량이 만개한 모습이다. 하위 타순에서 오히려 기대감을 갖게 만들 정도로 ‘공포의 7번타자’로서 제 몫을 다해내고 있다.

민병헌도 타율 3할4푼9리(12위), 5홈런(2위) 16타점(2위) 14득점(2위) 장타율 6할6푼7리(3위)를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에 대한 기대감을 바짝 높이고 있다. 무안타에 그친 경기가 2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폭발력 뿐 아니라 꾸준한 모습까지 선보이면서 4번 에반스의 부진은 물론 김현수의 공백마저 느끼지 못하게 할 만큼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또한 마운드에서는 니퍼트, 보우덴, 장원준, 유희관까지 4명의 선발이 10승(무패)을 합작해낸 가운데 불펜에서는 정재훈과 오현택을 주축으로 이현호, 김강률, 허준혁, 이현승이 동반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추격의 여지를 원천 봉쇄하고 있다. 불펜 평균자책점 2.21로 2위 LG(3.63)와도 상당한 격차를 나타내고 있다.

물론 두산도 선수들의 활약이 엇박자를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이같은 아쉬움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특정 선수의 부진마저 또 다른 누군가가 덮어버리며 ‘잘 풀리는 집안’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일 kt전에서는 선발 니퍼트가 5이닝 4실점으로 올시즌 첫 퀄리티스타트에 실패했고, 3회까지 0-4로 끌려가는 경기를 하고 있었으나 타선의 뒷심과 불펜진의 안정된 활약 속에 13-4로 완벽한 뒤집기를 이뤄내는 기염을 토했다. 리드를 내주고 있어도 팬들에게서 조마조마한 기색은 전혀 찾아볼 수 없으며, 선수들의 표정 역시 언제든 역전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가득 차 있다. 실제 7연승 동안 두산은 초반부터 확실한 기선제압에 성공한 경우가 많았지만 역전승 역시 3번이나 기록했다.

김태형 감독은 20일 경기를 앞두고 두산 지휘봉을 잡은 이후 최다 연승을 달리고 있다는 언급에 “거기까지 생각할 틈은 없다. 사실 연승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지금과 같은 페이스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목표가 우승이라고 미디어데이에서도 언급했지만 시범경기부터 타 팀들의 만만치 않은 전력을 확인했고, 서로 물고 물리는 모습이 있어서 쉽지 않은 시즌이 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며 현재 성적에 내심 놀라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감독은 이어 “중요한 것은 부상 선수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초반에 그런 아쉬움이 없이 시작하고 있다”고 상승세의 원인을 진단했다. 또한 지난해 우승을 차지한 경험 역시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비롯한 여러 부문에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 어쨌거나 그야말로 모든 것이 잘 풀리고 있는 상황에 대한 만족감을 그의 표정에서 엿볼 수 있었다.

두산은 21일 노경은을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올시즌 선발 가운데 유일한 패배를 떠안았고, 두 차례 등판 모두 아쉬움을 노출한 가운데 평균자책점 역시 10.80(6.2이닝 8실점)으로 좋지 못했다. kt가 앞세운 엄상백이 프로 2년 차에 불과하지만 지난 시즌 두산전 6경기에서 1승무패 평균자책점 3.10(20.1이닝 7실점)으로 좋은 모습을 보였고, 특히 9월12일에는 두산 타선이 6회까지 매이닝 병살타 및 심지어 삼중살을 당하는 굴욕을 경험했기에 쉽지 않은 경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의 언급대로 두산이 연승을 이어가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지도 않을뿐더러 연승이 끊기더라도 당장의 기세가 순식간에 움츠러들 분위기는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불안 요소를 노출한 노경은이 등판한 날마저 승리를 쓸어 담는다면 서로에 대한 믿음이 더욱 굳건해지는 것은 물론 내심 독주 체제까지 노려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좋은 기회를 앞두고 있는 상황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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