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최형우 등 꾸준한 베테랑에 구자욱·박해민·이지영 등장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오른쪽)과 구자욱. (연합뉴스 자료사진)
우승 후유증은 없었다.

한국프로야구 사상 가장 많은 경기(팀당 144경기)를 치르고, 10구단 시대가 열리는 변수에도 삼성 라이온즈는 흔들리지 않았다.

베테랑이 중심을 잡은 견고한 라인업은 여전했고, 기존 선수들의 높은 벽을 뚫는 신예도 등장했다.

2015년 삼성은 신구조화를 이뤘다. 현재를 포기하지 않고도 미래를 준비하는 큰 그림을 그렸다.

'국민타자' 이승엽(39)은 건재했다. 한국프로야구 최정상급 좌타자 최형우(32)의 파괴력도 여전했다.

박한이(36)는 꾸준했고, 채태인(33)과 박석민(30)은 힘과 정확도를 겸비한 타격을 선보였다.

30대 베테랑의 활약은 예상했던 바다.

여기에 처음으로 1군 무대를 밟은 구자욱(22)이 KBO리그를 대표하는 차세대 주역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삼성의 히트 상품으로 꼽힌 박해민(25)은 공수주를 모두 갖춘 외야수로 도약했다.

이지영(29)은 '포스트 진갑용'의 꼬리표를 떼고 삼성 주전 포수로 자리매김했다.

삼성은 정상권에 머무는 팀이 소홀할 수 있는 세대교체에도 힘을 쏟았다.

베테랑 선수들은 후배들의 좋은 자극제가 됐다.

이승엽은 불혹을 앞둔 나이에도 타율 0.332, 26홈런, 90타점을 기록했다. 9월 17일 옆구리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지 않았다면 30홈런, 100타점도 도달할 수 있는 속도였다.

이승엽은 개인 최고 타율을 올리며 변함없는 기량을 과시하기도 했다.

가장 먼저 야구장에 도착해 개인 훈련을 하는 '국민타자' 이승엽의 모습은 후배들에게 좋은 참고서가 됐다.

최형우는 개인 최다 홈런과 타점을 기록하며 '발전하는 4번타자의 표본'이 됐고, 박한이는 부상으로 두 차례나 1군 엔트리에 빠지는 힘겨운 상황에서도 역대 두 번째 15시즌 연속 100안타의 대업을 이뤘다.

주장 박석민도 개인 최다 타점을 올렸고, 채태인도 타율 0.340대의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베테랑이 주춤할 때 신예들이 힘을 냈다.

구자욱은 채태인, 박한이, 박석민이 부상으로 고전하자 1루수, 외야수, 3루수를 오가며 선배의 공백을 훌륭하게 메웠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운이 따르기도 했지만, 구자욱이 철저히 준비한 덕에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고 구자욱을 칭찬했다.

구자욱은 타율 0.349, 11홈런, 57타점, 17도루를 기록하며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부상했다.

박해민은 김상수와 함께 삼성의 뛰는 야구를 구현했다. 박해민은 삼성 구단 역사상 한 시즌 최다 도루 기록을 작성했다.

안타성 타구를 걷어내는 '신기'에 가까운 수비는 삼성 더그아웃을 환호하게 했다.

진갑용의 은퇴로 공백이 생긴 주전 포수 자리는 이지영이 꿰찼다. 이지영은 '최정상급 포수'의 상징인 타율 3할·도루 저지율 3할을 기록하며 KBO리그에서 손꼽히는 포수로 자리매김했다.

베테랑과 신예의 조화는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초의 '100안타 타자 10명 배출'이란 기록을 낳았다.

삼성의 시스템 야구가 완전히 자리 잡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삼성은 1996년 2군 전용 훈련장 경산볼파크를 개장하며 "선수 육성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가장 먼저 선수 육성 시스템을 갖추긴 했지만 단기간에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1985년 전후기 통합 우승으로 한국시리즈를 치르지 않은 채 우승을 차지한 삼성은 2002년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때까지 '강하지만 최고는 아니다'라는 평가에 시달렸다.

삼성은 우승에 대한 갈증으로 2003년과 2004년, 박종호·심정수·박진만 등 FA(자유계약선수) 시장 대어를 영입해 2004·2005년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 야구는 상대적으로 시장이 좁다. 유망주를 자체 육성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강팀이 될 수 있다"며 "확실한 육성 시스템을 갖춰야 무너지지 않는 강팀이 된다"는 철학은 바뀌지 않았다.

경산에서 성장한 최형우·박석민·채태인이 삼성 중심타자로 자리매김했고, 구자욱·박해민·이지영이 뒤를 이었다.

삼성은 지난해 B.B. 아크(Baseball Building Ark)를 설립해 유망주 육성에 더 힘을 냈다.

당장 1군에 진입할 수 없는 유망주를 전문 코치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육성하는 시스템이다. 2군 혹은 3군과 함께 이동하며 집중 교육을 받기 어려웠던 젊은 유망주들이 체계적으로 훈련할 기회를 잡았다.

21세기 최강팀으로 군림한 삼성이 장기집권을 이어갈 가능성은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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