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잠실=박대웅 기자] 1회말 대량 실점이 결국 고스란히 패배로 이어졌다. SK가 경기 초반 아쉬운 판단 및 실책성 플레이로 인해 고개를 숙였다.

SK는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에서 0-9로 완패를 당했다. 이로써 SK는 3연패 늪에 빠지며 24승18패를 기록, 2위 두산과의 승차가 1경기로 벌어지게 됐다.

이날 SK는 1회에만 두산에게 4점을 허용하면서 초반부터 분위기를 완벽히 내주고 말았다. 이 스코어가 7회초까지 줄곧 이어졌으며, 결국 SK는 단 한 번도 리드를 가져가지 못한 채 무기력한 영봉패를 받아들여야 했다.

대량 실점을 막아낼 기회가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먼저 1회말 정수빈의 유격수 방면 내야안타 때 근소한 차이로 세이프가 선언됐는데 SK 측에서 합의 판정을 요청하지 않았다. 특히 정수빈의 슬라이딩 타이밍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1루수 박정권이 아웃을 확신하지 못한 듯 주저했고, 경기가 그대로 진행됐다.

1회 첫 타자부터 합의 판정을 요청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는 있었지만 방송 카메라에 잡힌 느린 화면상으로는 아웃 판정이 내려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기 때문에 과감한 선택을 내리지 못한 것이 뼈아프게 작용했다. 결과론적이지만 결국 이는 대량 실점의 시발점이 됐다는 점에서 더욱 짙은 아쉬움을 남겼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김현수에게 2타점 적시타를 얻어맞고 0-2로 끌려가던 SK 선발 채병용은 계속된 무사 1, 3루 위기에서 양의지에게 재차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하지만 적시타가 나오기 전 양의지가 우익선상 밖으로 향하는 파울 타구를 만들어냈는데 브라운이 이를 놓치면서 아웃카운트를 잡아내지 못했다. 고의 낙구를 시도한 느낌마저 자아냈다.

물론 브라운이 타구를 잡았다면 3루 주자가 여유롭게 태그업 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격차가 3점으로 더욱 벌어졌겠지만 무사 1, 3루를 실점 없이 막아내기가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채병용의 초반 컨디션을 감안했을 때 오히려 신속히 아웃카운트를 잡아내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필요가 있었다. 결국 채병용은 첫 아웃카운트를 잡아내기까지 무려 36개의 공을 던져야만 했으며, 오재원의 유격수 땅볼 때 추가 실점을 기록해 1회에만 4점을 내주고 말았다.

이 밖에 오재원을 상대로도 병살타를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유격수 김성현이 공을 더듬으며 1루 주자를 잡는 것에 만족하는 등 수비가 깔끔하지는 못했다.

이후에도 SK는 추가 실점은 없었으나 2회 1루수 박정권이 정수빈의 타구를 다리 사이로 빠뜨렸고, 3회 역시 안정광이 민병헌의 타구 때 동일한 실책을 범하는 등 최근 문제점으로 떠오른 수비 불안을 이번에도 계속 이어갔다.

7회말 또다시 대량 실점을 내주는 과정에서도 아쉬움은 있었다. 무사 2루에 몰린 SK 두 번째 투수 서진용이 허경민의 희생번트 때 과감히 3루로 공을 뿌려봤지만 결국 주자는 물론 타자까지 모두 살아남는 최악의 상황이 만들어진 것.

이 역시 4점 차와 5점 차가 가져다주는 부담감의 차이를 감안했을 때 승부수를 던진 선택으로 이해할 수는 있지만 1회 이후 SK와 마찬가지로 줄곧 침묵을 지키고 있던 두산 타선의 기만 살려주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말았다. 이로써 3차전에서 SK가 느끼게 될 부담감은 더욱 커지게 됐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