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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미디어 대구=박대웅 기자] 지난 13일 광주 KIA-kt전에서 김민우의 연장 10회말 끝내기 홈런 보다 뜨거운 화제를 불러온 사건이 있었다. KIA가 9회초 2사 2, 3루 위기에서 김상현과의 승부를 피하기 위해 심동섭에게 고의4구를 지시한 것.

여기까지는 이상할 것이 전혀 없는 장면이다. 그러나 3루수 이범호가 갑자기 포수 이홍구의 뒤쪽으로 이동하면서 경기장에 있던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혹시나 벌어질 수 있는 폭투에 대비해 김기태 감독이 이같은 판단을 내렸지만 야구 규칙 4.03에는 ‘경기 시작 또는 경기 중 인플레이 상황에서는 포수를 제외한 모든 야구가 페어 지역 안에 위치해야한다’고 명시가 돼 있다. 당연히 이 시프트는 제지를 받았다.

경기를 마친 김기태 감독은 규칙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음을 솔직하게 밝혔다. 이후 ‘승리에 대한 굳은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혹은 ‘참신한 발상이었다’와 같은 긍정적인 의견도 있었고, 다소 조롱이 섞인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좀처럼 보기 힘든 이 사건은 결국 외신을 통해 전세계에 소개될 만큼 다음날까지도 뜨거운 이슈를 불러 모았다.

14일 삼성-한화전이 열린 대구구장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양 팀 사령탑은 전날 광주에서 벌어진 특별한 광경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먼저 삼성 류중일 감독은 “우리 쪽 승부가 일찍 끝나서 광주 경기를 볼 수 있었다”고 운을 뗀 뒤 “김기태 감독이 접전 상황에서 아마도 잠시 착각을 한 것 같다”는 반응을 드러냈다.

규칙 숙지 여부를 떠나 류 감독은 비록 고의4구 상황이라 할지라도 야수를 포수 뒤에 배치하는 발상 자체는 충분히 가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투수들이 전력을 다해 던졌을 때와 힘을 뺐을 때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

류중일 감독은 “평소보다 50~60%의 힘으로 던졌을 때 가까운 거리를 제대로 던지지 못하는 선수들이 있다. 염종석 코치가 현역 시절 그런 모습을 보였고, 우리 팀의 김태한 코치 역시 마찬가지였다”며 이들을 상대로는 의도적으로 투수 방면을 향해 번트를 대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이야기만 들었을 때에는 이해가 잘 안 되지 않느냐”고 되물은 뒤 “나 역시 신기하기만 하다”며 미소를 드러냈다.

반면 한화 김성근 감독은 전날 KIA의 수비 시프트 장면에 대해서는 지켜보지 못한 듯 했다. 이에 대한 설명을 들은 김 감독은 “10회에 3점을 뽑았다가 4점을 내준 것이 오히려 더 희귀한 일 아닌가”라는 농담을 던진 뒤 심동섭의 평소 제구력이 어떤지를 묻는 등 관심을 드러냈다.

김성근 감독 역시 김기태 감독과 같은 발상은 충분히 가져볼만 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착각을 했다기보다는 승리에 대한 절박함이 컸기 때문에 그와 같은 선택을 내렸을 것이라는 생각.

하지만 김 감독은 “야수를 포수 뒤에 둘 수가 없기 때문에 우리에게도 그런 상황이 일어난다면 잠자리채를 준비시켜야 할 것 같다”는 농담을 던져 이내 덕아웃을 웃음바다로 빠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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