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박대웅 기자] 한화가 전체 시즌의 4분의 1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단장을 새롭게 선임했다. 프로야구에서 감독과 단장의 시즌 도중 교체는 아주 이례적이다.

감독이 그라운드를 지휘하는 사령탑이라면 단장은 구단의 살림살이 전반에 대한 실무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시즌 구단의 운영 방침과 방향이 막 자리를 잡으려는 시점에서 교체한 것은 어떤 이유를 대도 좀처럼 납득하기 힘들다. 도대체 어떤 이유 때문일까.

한화는 지난 11일 구단 보도자료를 통해 "한화이글스 제8대 단장으로 박정규(51) 한화케미칼㈜ 상무가 취임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 2011년부터 만 4년 동안 한화를 이끌었던 노재덕 전 단장은 이번 주를 마지막으로 전 근무지였던 한화케미칼 임원으로 이동하게 됐다.

한화 측은 이같은 새 단장 취임에 대해 "지난해 말 김성근 감독의 영입과 함께 신임 대표이사 체제로 팀의 개혁과 변화를 준비했다. 노재덕 전 단장의 경우 신임 대표 및 감독의 안정적인 출발을 위해 인사를 늦춘 것이며, 현재 팀의 변화된 체제가 안정화 된 것으로 판단하고 이번 인사를 단행하게 됐다"고 교체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한화는 지난해 김성근 감독에게 사령탑을 맡긴 지 보름 만인 11월10일 김승연 회장의 비서실장 출신인 김충범 사장이 정승진 전 사장의 후임으로 취임, 개혁과 변화에 날개를 날았다.

그러나 불과 4개월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한화는 또다시 한화폴리드리머㈜ 대표이사이자 김승연 회장과 사촌지간인 김신연 사장이 새롭게 취임했다. 김충범 전 사장은 지병인 심장병의 재발로 장기 요양이 필요하다는 진단 결과에 따라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해 한화의 10대 사령탑에 선임된 김성근 감독을 맞이하고 있는 정승진 전 사장과 노재덕 전 단장. 박대웅 기자

이처럼 두 차례 사장 인사가 있었기 때문에 한화 측이 밝힌 사유대로 팀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분명 4시즌 동안 야구단을 경험한 노재덕 단장의 인사를 늦출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구단이 밝힌 입장은 허울 좋은 명목이 될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한화는 김신연 사장 취임 약 2개월 만에 단장을 교체하게 됐는데 과연 이 짧은 기간 동안 팀이 변화된 체제의 안정화를 이뤘는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신임 사장이 취임 2개월만에 구단 업무를 속속들이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

당장 FA 협상을 시작으로 비시즌 동안 노재덕 단장의 경험에 많은 도움을 받았을 수 있지만 정작 시즌에 돌입한 지 이제 한 달 하고도 보름이 채 지나지 않았을 뿐이다.

특히 김신연 사장은 오는 5월까지 한화폴리드러머㈜ 대표이사를 겸직할 예정이어서 당분간 야구단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가 결코 쉽지 않다. 또 박정규 새 단장은 야구단 경험 자체가 전무하다. 구단 수뇌부가 모두 야구에 문외한이라는 사실은 반박할 여지가 없다.

단장은 구단 내에서 선수단과 프런트의 가교 역할을 하는 실무적으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다. 때문에 시즌 초반부터 단장을 갑작스럽게 교체하는 자체가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기도 하다. 실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현 단장들은 시즌 중반, 혹은 시즌을 마친 뒤 야구단에 합류한 것이 대부분이다.

결국 구단 측이 발표한 단장 교체 사유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선뜻 이해하기 힘든 점이 많다. 단장 교체 배경에 또다른 숨은 사연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그래서 더 들수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야구계에서는 지난 스프링캠프부터 김성근 감독과 노재덕 전 단장 사이에 의견 대립이 있었다는 소문이 나돌았던 터여서 단장 교체에 대한 구단의 설명이 곧이 곧대로 들리지 않는다.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부분이지만 김성근 감독 선임 당시부터 많은 야구인들과 팬들이 우려했던 대목이 '감독과 프런트의 마찰'이었기 때문에 이같은 불화설은 단장 교체 시기와 맞물려 찜찜한 구석을 낳고 있다. 노재덕 단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짧은 인사를 전한 뒤 그 어떤 질문을 받는 자체에 대해서는 정중히 거절의 뜻을 전했다.


한화 제10대 김신연 사장(좌)과 제8대 박정규 단장(우). 한화 이글스 제공

어쨌거나 2000년대 중반부터 구단의 단장 선임 흐름은 예전과 분명 달라졌다. 두산(김태룡 단장)과 SK(민경삼)는 선수 출신을 단장직에 앉혔고, 삼성 안현호 단장은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단장직까지 맡게 된 최초의 인물이다. 넥센 역시 조태룡 단장을 외부에서 영입했으며, 그룹 계열사에서 야구단으로 이동한 경우라 할지라도 점차 전문성과 관련 경험을 중시하는 풍토가 자리 잡고 있다.

한화에게 우려되는 부분이 바로 이같은 고위직의 경험 부족이다. 이번 인사 조치로 당장은 김성근 감독의 팀내 영향력이 더욱 커질 수 있게 됐지만 상호간에 원활한 이해와 믿음이 지속되지 않을 경우 그에 대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게 팽창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반복했던 시행착오를 처음부터 겪게 될 수도 있음을 뜻한다.

결국 프런트 고위층이 김 감독과 충분한 교감을 나누며 새로운 틀을 신속하게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초반 고비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한화의 미래가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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