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김성근(73) 감독이 또 직접 방망이를 들고 내야수들에게 '지옥의 펑고 훈련' 세례를 쏟아냈다.

한화의 자체 훈련이 진행된 28일 일본 오키나와현 야에세 고친다구장.

오후 타격 연습이 시작되자, 김성근 감독은 어느새 자리를 비우고 야구장 옆의 보조구장에 나타나 세 명의 선수를 불러들였다.

주장 김태균(33)과 내야수 강경학(23), 이창열(24)이었다.

김 감독은 이창열을 2루수, 강경학을 유격수, 김태균을 3루수 위치에 세워두고 쉴 새 없이 직접 타구를 날렸다.

일본 고치에서 진행한 1차 스프링캠프까지는 여러 차례 김 감독이 직접 펑고를 쳤지만, 오키나와 2차 캠프에서 펑고에 나선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김 감독은 바운드가 커지기 전에 앞으로 달려나가서, 공을 몸 중심에 위치시킨 채 잡을 것을 끊임없이 요구했다.

"앞으로 나와라", "가운데로 잡아라"는 독려가 거듭됐다.

선수들이 공을 놓치기라도 하면 "기다릴래? 더 나와!", "앞으로 나오면 안 빠지잖아, 왜 기다려?", "다리가 움직여야지!", "춤 추느냐?" 등 질책이 쏟아졌다.

선수들도 공을 받을 때마다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젖 먹던 힘까지 쏟아냈다.

김 감독이 직접 진행한 펑고는 50분 이상 계속됐다. 약 250개의 공이 들어가는 상자 두 개를 모두 사용하고 나서야 훈련은 끝났다.

훈련도 쉽게 끝내주지는 않았다.

마지막 한 개의 공이 남자, 김 감독은 김태균을 향해 "이것을 네가 잡으면 끝이고, 아니면 한 상자 더 한다"고 으름장을 놓고는 타구를 보냈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

김태균의 포구가 성공하기만을 바라던 두 후배는 비명을 지르고는 "삼세 번! 삼세 번!"을 외쳤고, 김 감독이 기회를 더 주자 "선배님 수고하십니다!"라며 간절한 외침을 터뜨렸다.

김태균이 4번째 기회에서 마침내 타구를 잡아내자, 이번에는 지켜보던 후배들의 목에서 환희의 비명이 터졌다.

펑고를 마친 선수들은 한동안 그라운드 구석에 드러누워 가쁜 숨을 달랬다.

선수들과 똑같이 땀으로 흠뻑 젖은 채 보조구장을 빠져나가던 김 감독은 "진기명기야"라는 한 마디와 함께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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