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잠실=박대웅 기자] 넥센이 ‘선취점’과 ‘5회까지의 리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사냥했다. 결국 이를 발판으로 창단 이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진출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넥센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12-2로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넥센은 5전 3선승제의 이번 시리즈를 3승1패로 마무리하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를 통해 올시즌 최후의 승자를 가리게 됐다.

‘선취점’과 ‘5회 리드’는 준플레이오프를 포함해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승리로 향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였다. 선취점을 따낸 팀은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마지막에도 미소를 지었으며, 5회 이전 리드를 잡은 팀이 패한 경우도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LG가 넥센에게 역전을 당한 것이 유일했다.

양 팀 사령탑 염경엽, 양상문 감독 역시 이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며 두 요소를 확보하는 것에 중점을 두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넥센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데 성공하면서 결국 4차전에서 시리즈를 매듭지었다.

1회초 선취점에서 서건창의 활약이 빛났다. 지난 3차전까지 10타수 1안타 2볼넷 1타점 3삼진에 그치며 정규시즌 200안타 사나이로서의 존재감을 뽐내지 못했던 그는 첫 타석 우전안타를 때려낸 뒤 2루 도루까지 성공시키며 상대 선발 류제국을 뒤흔드는데 성공했다.

비록 로티노의 안타로 3루를 밟은 이후 유한준의 3루수 땅볼 때 런다운에 걸려 아웃됐지만 타자 주자가 1, 2루에 무사히 안착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고,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게 제 역할을 다해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넥센은 계속된 1사 1, 2루에서 박병호의 볼넷 및 강정호의 내야안타로 선취점을 뽑는데 성공했으며, 김민성의 중견수 희생플라이까지 더해 2-0으로 기선을 제압할 수 있었다.

3, 4회말 LG의 추격으로 승부가 2-2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넥센의 선취점도 다소 의미를 잃고 말았다. 그러나 넥센은 5회초 다시 한 번 달아나며 양상문 감독이 그토록 강조했던 ‘5회 3점 차 리드’를 LG로부터 오히려 가져오는 양상을 만들어냈다.

2사 후 집중력이 돋보였다. 로티노와 유한준이 나란히 루킹 삼진에 그치며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하는 듯 했던 넥센은 박병호의 좌전안타를 앞세워 기회의 불씨를 살렸고, 강정호가 좌중간 안타를 터뜨려 순식간에 1, 3루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때마침 김민성이 류제국의 3구째 시속 145km 직구를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스리런 홈런(비거리 125m)을 폭발시키며 분위기를 타고 있던 LG 덕아웃에 찬물을 끼얹었다.

5회 리드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LG로서는 오히려 부담감이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었고, 6회에는 오지환이 실책을 범하는 등 흔들리는 모습이 곳곳에서 노출됐다.

넥센이 이 틈을 파고들며 LG에게 반격의 기회조차 내주지 않았다. 7회 들어 강정호가 쐐기 투런포를 쏘아올린 것을 비롯해 4점을 추가로 몰아치며 9-2까지 크게 달아난 것.

LG의 일부 관중들은 경기가 모두 끝나기도 전에 미련없이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미 승리의 열쇠를 모두 잃었다는 것을 그들 역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 열쇠를 확실하게 움켜잡은 넥센이 9회말 현재윤의 2루수 플라이 아웃과 함께 이번에도 마지막에 활짝 웃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