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창원=김성태 기자] LG가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가져가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LG는 19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13-4로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LG는 5전 3선승제로 열리는 단기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며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을 한층 밝혔다. 역대 1차전을 승리한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확률은 무려 82.5%(19/23)에 달한다.

이날 LG는 1회부터 무려 6점을 폭발시키는 확실한 기선제압에 성공하며 손쉬운 승리를 가져갔다. 특히 타선에서는 선발 전원 득점(손주인 제외 선발 전원 안타)을 기록했으며, 이병규(7)가 2루타 두 방과 함께 2타점 1득점, 최경철이 스리런포를 각각 쏘아 올리며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또한 박용택(4타수 2안타 1홈런 2타점 3득점)과 스나이더(4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 1볼넷) 역시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양상문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사실상 승부는 1회에 갈렸다

승부는 1회부터 완전하게 LG쪽으로 기울었다. 역대 준플레이오프 1회 최다 득점(두산 2001년 대전 한화전 1회초 8점)에는 다소 미치지 못했지만 무려 6점을 쏟아내며 NC 선발 이재학과 두 번째 투수 웨버까지 나란히 무너뜨린 것.

특히 정성훈과 이병규는 2루타를 쏘아 올리며 포스트시즌 첫 타석부터 진가를 발휘했으며, 최경철은 웨버로부터 좌월 스리런 홈런(비거리 115m)까지 쏘아 올려 분위기를 완벽하게 끌어올리는 역할을 수행했다.

반면 NC는 1회부터 박민우와 이종욱이 류제국에게 헛스윙 삼진을 당하는 등 공 10개 만에 세 타자가 범타로 물러나며 출발이 좋지 못했다.

단기전에서는 초반 분위기 싸움이 가장 중요한 법이다. 특히 강력한 선발투수들이 나서는 1차전이었다는 점에서 양 팀 모두 선취점에 사활을 걸어야 했다. 그러나 1회에 완벽하게 희비가 엇갈리면서 승부는 일찌감치 LG 쪽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경험의 차이 드러난 1차전

NC는 창단 2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선수들의 큰 무대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은 준플레이오프 이전부터도 NC의 약점으로 줄곧 언급돼왔다.

물론 김경문 감독을 비롯해 손시헌, 이종욱, 이호준 등 베테랑들이 이러한 아쉬움을 채워줄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선발 이재학이 1회초부터 대량 실점을 내줌에 따라 이들 역시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다.

풀타임 2년 차를 맞이한 이재학은 처음부터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선두타자 정성훈에게 좌중간 2루타를 내준 것도 결과적으로 그가 흔들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작용했다. 이재학은 아시안게임 중국과의 준결승에서 쌓은 소중한 경험을 발휘해내지 못한 채 아웃카운트 단 2개만을 잡고 초라하게 마운드를 물러나야 했다.

NC는 경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서 막판에는 베테랑들까지 흔들리는 모습을 노출했다. 8회 이민호가 몸에 맞는 볼 2개를 연달아 던지면서 1사 1, 2루 위기를 자초한 가운데 7번째로 마운드에 선 이혜천까지 안타 두 방과 몸에 맞는 볼을 또다시 허용하는 등 2차전 분위기 반전을 위한 호투를 선보이지 못했다. 박용택의 적시타 과정에서는 중견수 이종욱까지 어이없는 송구 실책을 범하며 고개를 숙였다.

반면 지난해 11년 만에 가을 잔치에 초대됐던 LG는 2년 연속 큰 무대를 경험하며 선수단이 한층 여유를 갖고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 LG 역시 암흑기 시절이 길었기 때문에 NC에 비해 압도적인 포스트시즌 경험을 갖춘 것은 아니지만 지난 시즌 4위 두산에게 발목을 잡혔던 실패가 이날 경기에서는 좋은 약으로 작용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 류제국의 헤드샷 퇴장, 큰 변수 없었다

지난해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던 류제국은 이번에도 큰 무대의 선봉장이라는 막중한 역할을 부여받았다. 비록 5회초 의도하지 않았던 헤드샷으로 인해 퇴장은 당했지만 그는 4이닝 4피안타(1피홈런) 1사구 3탈삼진 2실점으로 NC 타선을 봉쇄하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몇 차례의 장타 허용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모습이 돋보였다.

류제국 이후 마운드에 오른 6명의 불펜진(윤지웅-신재웅-임정우-유원상-정찬헌-이동현) 역시 5이닝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5탈삼진 2실점의 호투를 합작해내며 류제국의 ‘헤드샷 사건’에도 흔들림이 없는 모습을 보였다.

빡빡한 일정을 감안했을 때 류제국의 퇴장으로 인해 불펜진을 조금이라도 더 아끼지 못한 점은 물론 아쉬움으로 남을 수도 있다. 그러나 투수진이 역할을 분담하며 부담을 최소화했고, 자신감을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오히려 LG는 더 큰 소득을 얻었다.

반면 NC는 이재학의 조기 강판 이후 또 다른 선발 카드 웨버를 올리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그 역시 피홈런 2방을 포함해 4.1이닝 3실점(2자책점)으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이재학이 20개의 공을 던지는데 그쳐 빠른 시일 내에 재등판이 가능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감이 크게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얼마나 좋은 모습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NC는 LG보다 오히려 1명이 더 많은 총 8명의 투수를 가동해야 했으며, 이 가운데 절반이 실점을 기록했다. 2차전에서 긴장은 풀릴 수 있겠지만 이번 완패가 여러모로 팀 분위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 최경철-스나이더, 그들의 활약이 더 반가운 LG

LG는 이날 선수들의 고른 활약에 힘입어 승리를 가져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가운데서도 최경철과 스나이더는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는 모습으로 단순 1승 이상의 기쁨을 팬들에게 선사했다.

먼저 1차전 데일리 MVP로 선정된 최경철은 선발 포수 겸 8번타자로 나서 4타수 1홈런 3타점 2득점 1사구를 기록했다. 특히 그는 3-0으로 앞선 1회말 사실상 승부의 향방을 완벽히 기울이는 스리런 홈런을 쏘아 올려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수비에서도 만점 활약이었다. 육상부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빠른 발을 자랑하는 NC(시즌 팀 154도루, 2위) 주자들이지만 이날은 최경철 앞에서 아무런 힘도 쓰지 못했다. 3회에는 류제국이 폭투를 범하는 사이 2루를 파고들던 김종호를 정확한 송구를 통해 잡아냈으며, 7회에도 유사한 상황에서 대주자 이상호를 다시 한 번 처리하는 진가를 발휘했다.

스나이더 역시 양상문 감독의 믿음에 확실히 보답했다. 정규시즌 타율 2할1푼 4홈런 17타점 17득점의 초라한 기록에도 불구하고 양상문 감독은 준플레이오프를 앞둔 미디어데이부터 “마산 구장에서 스나이더가 미쳐주기를 바란다”며 그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선발 중견수 겸 6번 타자로 나선 그는 6-1로 앞선 3회초 우전 안타를 터뜨린 뒤 과감히 2루 도루를 시도, 김태군의 송구 실책까지 이끌어내면서 3루에 안착했고, 결국 NC의 추격 의지를 사실상 꺾는 득점에 성공했다. 이후 안타 두 방과 타점까지 보태는 등 4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 1볼넷을 기록, 지난 7월10일 잠실 두산전(5타수 3안타 4득점) 이후 최고의 활약을 중요한 순간에 해냈다.

반면 NC는 이와 같이 소위 ‘폭발하는 존재감’을 드러낸 선수가 없었다. 테임즈(4타수 2안타 1타점)와 김종호(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 손시헌(3타수 2안타) 등이 멀티히트에 성공했고, 나성범과 이호준이 각각 솔로 홈런을 때려냈지만 한 번 기울어진 분위기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차전에서는 대반격을 이끌 영웅이 절실한 NC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