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대구=박대웅 기자] 삼성 이승엽(38)이 완벽한 부활에 성공하며 삼성을 4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우승으로 이끌었다.

삼성이 지난 16일 대구 KIA전을 끝으로 9개 구단 중 가장 먼저 페넌트레이스 일정을 마친 가운데 이승엽은 올시즌 타율 3할8리(506타수 156안타) 32홈런 101타점 83득점을 기록하며 명예회복을 이뤄냈다.

불과 1년 전 그는 타율 2할5푼3리 13홈런 69타점 62득점에 그치며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는 듯 했다. 타율은 데뷔 이후 가장 낮은 수치였고, 9년 연속 20홈런 행진도 이어가는데 실패했다. 득점권 타율은 불과 2할1푼8리에 그쳤다.

하지만 한 시즌 만에 부활을 알리며 역대 최고령 '30홈런-100타점' 기록을 갈아치운 그의 활약 덕분에 삼성은 4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을 수 있었다. 류중일 감독도 최고의 우승 수훈갑으로 이승엽을 꼽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올시즌 모든 경기에 꾸준히 출전해왔던 이승엽은 지난 15일 우승이 확정되면서 KIA와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는 모처럼 휴식을 부여받았다. 그는 경기를 앞둔 상황에서 이번 시즌을 되돌아보며 여러 이야기보따리를 취재진에게 풀어놨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 절박함이 마음가짐을 새롭게 일깨우다

극적으로 매직넘버를 지우며 우승을 차지한 탓인지 이승엽은 "새벽 6시에 잠에서 깼다"며 전날 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줄곧 1위를 달리고 있었지만 마지막 날 순위가 뒤집히면 그보다 억울한 일도 없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

이승엽은 올시즌 부활에 성공한 비결을 묻자 "최선을 다한 결과"라며 무덤덤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게 돼 있다. 작년에는 몸이 좋지 않아서 야구에 대한 애정도 그만큼 식지 않았나 생각한다. 하지만 올해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고 뒤처지지 않아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절박함이 생기면서 야구를 대하는 태도가 보다 신중해졌고 공손해진 것 같다"며 마음가짐과 노력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았다.

살아남기 위해, 오랫동안 야구를 선보이기 위해 그는 캠프 때부터 타격폼을 과감하게 바꾸는 결정을 내렸다. 몇 년 동안 유지해온 자세를 한순간에 바꾸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았지만 인내심을 통해 조금씩 적응해나갔고, 5월21일 롯데전에서 멀티포를 쏘아 올린 이후에는 확실하게 감을 찾았다는 것이 이승엽의 이어진 설명이다.

그는 한국무대 복귀 이후 처음으로 30홈런을 정복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이승엽은 "나 뿐만 아니라 올해 전반적으로 홈런이 많이 터지고 있다. 스트라이크 존이나 공의 반발력 문제 등을 언급하는 분들도 있지만 외국인 타자들과의 경쟁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운을 뗀 뒤 "홈런이 쏟아졌던 1999년에도 샌더스나 스미스 등 외국인 홈런 타자가 많았고, 올해도 테임즈나 나바로와 같은 선수들이 홈런 경쟁을 이끈 것 같다"며 이같은 환경이 경쟁의식을 고취시키는 하나의 계기가 됐다고 털어놨다.

▲ 아시안게임, 그리고 박병호

이승엽은 아시안게임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그는 이번 야구 대표팀의 모든 경기를 지켜본 것은 아니지만 문자중계 등을 통해서라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졌다고 밝혔다. 결승전 역시 경기를 보지는 못했으나 금메달이 최종 결정된 이후 시상 장면을 지켜보며 가슴이 울컥했다는 설명을 보탰다.

그는 "야구 뿐 아니라 배구와 농구 경기도 봤는데 금메달이 결정되는 순간 마치 내가 따기라도 한 듯 가슴이 찡했다"며 "하나의 목표를 위해서 모든 선수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통해 준비했는지를 나 역시도 경험해봤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가 들면 감수성이 예민해진다"는 농담을 던져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또한 이승엽은 올시즌 50홈런을 돌파한 박병호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50홈런은 미치지 않으면 절대 칠 수 없는 기록이다"고 운을 뗀 뒤 "지금까지 딱 3명(이승엽 2회, 심정수, 박병호) 밖에 이루지 못했는데 어떤 핑계를 대도 대단한 기록이다. 목동구장의 거리가 짧다거나 역대급 타고투저 등을 언급하며 가치를 깎아내리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는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한 선수에게 대단히 실례가 되는 말일 수 있다"며 박병호의 50홈런 가치를 인정했다.

그는 이어 "동등한 선수의 입장에서 봤을 때 박병호는 정말 대단한 선수다"며 "내가 봤을 때 병호가 3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할 수 있었던 데에는 철저한 자기 관리나 야구에 대한 열정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후배이지만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며 박병호를 다시 한 번 치켜세웠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다짐하다

페넌트레이스 우승은 이뤘지만 이승엽과 삼성에게는 뚜렷한 다음 목표가 있다. 바로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향해 나아가는 일이다. 이승엽은 "어떻게든 우승하고 본다"며 한국시리즈 우승에 대한 강한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1위로 페넌트레이스를 마치는 것이 상당한 이점을 가질 뿐 아니라 지난 3년 간 우승을 줄곧 해왔다는 점에서 이승엽은 "우승을 해도 본전이라는 생각까지 가지고 있다"는 말까지 입 밖에 꺼냈다. 우승을 '이루고 싶은 일'이 아닌 '이뤄내야만 하는 일'로 여기는 그의 태도에서 비장함이 한껏 묻어나 있었다.

이승엽은 통합 우승을 차지해야만 하는 한 가지 흥미로운 이유를 제시했다. 바로 지난해에는 스스로가 부진했기 때문에 팀의 우승으로 아쉬움을 씻거나 책임감을 덜어내고 싶었다면 올해에는 본인이 좋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더더욱 우승을 해야만 한다는 것.

이승엽은 "아시안게임 휴식기 때 준비를 제대로 못해서 10월에 부진한 모습을 보여드렸다. 하지만 두 번의 실수는 없을 것이다. 아직 기간이 충분한 만큼 연습을 많이 해서 한국시리즈 1차전 첫 타석부터 자신 있게 방망이를 휘두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