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대구=박대웅 기자] "떠오를 때의 기분이요? 더 높이 올라가고 싶었어요."

삼성 안지만(31)이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야구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맞이했다. 대만과의 결승 당시 2-3으로 뒤져있던 7회말 무사 1, 3루 최대 위기 상황에서 안지만은 상대의 추가점을 막아내며 분위기를 한국 쪽으로 되돌렸고, 결국 극적인 역전승과 함께 한국이 금메달을 획득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경기 직후 류중일 감독 다음으로 헹가래를 받는 영광을 안은 것도 결국 안지만이었다. 이날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가 누구였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 류중일 감독도 경기 직후 안지만의 맹활약을 세 차례나 거듭 강조하며 그가 최고의 수훈을 세웠음을 언급한 바 있다.


아시안게임 대만과의 결승에서 한국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낸 안지만.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 지고 있었기 때문에 부담 없어

안지만은 경기 직후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시간 관계상 급히 인터뷰를 마쳐 가슴 벅찬 소감을 온전히 전하지 못했다. 1일 롯데와의 경기에 앞서 "사실 금메달 수상 직후 하고 싶은 말들이 많았었다"며 미소를 지은 그는 비로소 시간적 여유를 갖고 당시의 기쁨을 마음껏 드러냈다.

안지만은 "축하 연락을 너무나도 많이 받았다.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돼있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를 실감했다"고 운을 뗀 뒤 "지금껏 인터뷰를 해본 적이 많지 않았는데 마침 생일(10월1일)이 겹쳐서 오늘 아침까지도 잠을 못 잘 만큼 많은 전화를 받았다"고 최근 며칠 간의 근황을 전했다.

안지만은 등판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에 대해서는 대수롭지 않았다는 듯 쿨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사실 배짱이라기보다는 부담이 전혀 없었다. 지고 있던 상황에서 등판했고, 원래 하던 일을 한다고 생각했을 뿐이다"며 리드하고 있었을 경우 오히려 부담이 더 컸을 것이라 털어놨다. 점수를 내줘야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전혀 없었지만 무사 1, 3루에서 점수를 허용하는 일은 흔하기 때문에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는 것.

대만전에 대한 자신감도 충만한 상황이었다. 안지만은 "예선에서 맞붙었을 때에는 일부러 몸쪽 승부를 전혀 하지 않았다. 대만 타자들이 몸쪽에 약점이 있다는 것을 관찰했는데 이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이나 작년 아시아시리즈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며 결승전 호투의 비결을 밝혔다.

그러나 안지만은 금메달의 성과가 선수단 모두가 함께 이룬 것이라며 스스로를 이내 낮추는 겸손함을 함께 보였다. 그는 "유지현 코치님이 (나)성범이에게 전진 수비를 하도록 지시했고, 성범이가 안타성 타구를 무사히 잡아내기도 했다. 모든 것이 잘 맞아떨어진 덕분"이라고 강조한 뒤 "또한 포수 (이)재원이를 믿고 던졌다. 재원이에게 포크볼을 잘 받아달라고 했는데 어느 코스에 던져도 상관없다며 든든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당시의 상황을 덧붙여 설명했다.


안지만이 불펜은 물론 야구 선수로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헹가래를 동료들로부터 받고 있다.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 이승엽도 경험 못한 헹가래, 안지만 인생의 최고 영광

안지만은 경기 직후 동료들로부터 받은 헹가래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선수들이 감독님을 헹가래 한 이후 내게도 헹가래를 해주겠다는 말을 했다. 중간 투수로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대표팀에서는 내가 최초라고 들었다"며 "(이)승엽이 형도 헹가래는 아직까지 받아보지 못했다고 하더라. 이번이 두 번째 국가대표였는데 너무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수많은 동료들의 힘을 통해 하늘 높이 솟구치는 기분을 난생 처음 느껴본 안지만은 이내 "공중에 붕 뜨니까 '더 높이 올라갔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놔 주변을 웃음바다에 빠뜨렸다.

안지만이 재치 있는 입담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그는 가슴에 태극마크를 새긴다는 것이 실제로도 큰 힘이 된다고 언급한 뒤 "광저우 아시안게임이나 그동안의 한국시리즈 같은 큰 무대 하이라이트는 결정적인 장면만 여러 번 보여준다. 그동안 내 모습이 나올 일은 거의 없었는데 이제 앞으로는 (TV를 통해서도) 좀 더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뿌듯하다"며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었다.

그는 대만과의 결승에서 7회와 8회를 마친 이후 덕아웃의 분위기가 서로 크게 달랐음을 소개하기도 했다. 위기의 순간을 막아냈던 7회말 이후에 대해서는 "선수들이 '나이스'를 외치는 정도였다"고 밝힌 반면 8회 역전 이후에는 "어서 오라는 말과 함께 하이파이브까지 받았다"며 좋은 분위기 속에 금메달을 직감할 수 있었음을 전했다.


안지만이 10월1일 본인의 생일을 맞아 삼성 유니폼을 갈아입었지만 휴식기 이후 첫 등판 결과는 썩 좋지 못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 아쉬웠던 복귀 첫 등판,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안지만은 이번 대표팀에서의 활약이 자신감을 끌어올리는데 큰 힘이 됐다고 털어놨다. 또한 주축이 아니었던 시절부터 태극마크에 대한 자부심만큼은 늘 간직해왔다고 전한 뒤 앞으로도 국가를 대표하는 경기라면 언제든 출전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그는 대표팀에서 이뤄낸 금메달 성과에 안주하기보다 지금부터가 진정한 시작임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소속팀 삼성의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위해 모든 힘을 보태는 것이 그의 다음 목표다. 올시즌 이후 FA 자격을 얻는 만큼 대표팀에서 선보인 활약을 남은 일정에서도 이어가는 것이 몸값 대박을 위해 필수적이다.

그러나 안지만은 1일 롯데전에서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2-2로 맞선 6회초 밴덴헐크의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오른 그는 아웃카운트 2개를 잡는 동안 2피안타 2볼넷 1실점을 기록, 롯데가 역전을 이뤄내는 원인을 제공하고 말았다. 연장 12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삼성이 재역전 승을 거둬 한시름 놓게 됐지만 자칫 쑥스러운 생일로 기억될 뻔 했다. 이제는 아시안게임의 영광을 잠시 뒤로 제쳐두고 산만할 수도 있는 분위기를 하루 빨리 다잡는 것이 안지만에게 주어진 중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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