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문광은이 세 번째 선발 등판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통해 이만수 감독의 선발진에 대한 근심을 덜어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미디어 문학=박대웅 기자] SK 이만수 감독의 꾸준한 믿음과 배려 속에 문광은(27)이 마침내 성적으로 화답했다.

문광은은 지난 2일 문학 한화전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해 4.1이닝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문광은은 마운드를 내려가기 전까지 SK의 4점 차 리드를 견인했지만 아웃카운트 2개가 부족해 승리투수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또한 그가 5회를 채웠다고 해도 SK 불펜이 난조를 드러냈기 때문에 불운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문광은은 총 83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최고 시속 148km의 빠른 직구(57개)를 중심으로 상대 타이밍을 뺏는 커브(23개), 포크볼(2개), 슬라이더(1개)를 각각 선보이며 상승세에 놓인 한화 타선을 효율적으로 틀어막았다.

승리투수를 손에서 내려놨지만 한화 에이스 이태양(4이닝 6실점)과의 선발 대결에서만큼은 판정승을 거두는데 성공했다. 지난 22일 김광현이 이태양을 상대로 패전투수가 된 경험이 있었기에 더욱 의미가 남는 ‘대리 설욕전’이었다.

전날 경기를 앞두고 이만수 감독은 팀의 4, 5선발 자리에 대한 고민이 깊다고 털어놓은 뒤 “상황에 따라서 기존 투수들을 활용해야 할 것 같다. 2군에서 올릴만한 투수가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난달 31일 KIA전에서는 신윤호를 선발로 등판시켜봤지만 2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1탈삼진 2실점을 기록, 2,164일 만에 1군 마운드에 선 투혼과는 별개로 경기 내용이 좋지 못했다. 결국 이 감독은 신윤호를 불펜으로 보직 이동 시키겠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2일 등판한 문광은도 이만수 감독이 실험하고 있는 선발 카드 가운데 하나였다. 이 감독은 그동안 문광은에 대한 신뢰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지난달 11일 마산 NC전에서 4이닝 6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지만 3회까지 3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의 호투를 이어간 점을 높이 샀다. 사실 우천으로 노게임이 선언됐으나 그는 바로 하루 전인 10일에도 1이닝 무실점 피칭을 선보이는 등 경기 초반부터 강력한 모습을 통해 이만수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대구 삼성과의 경기에서 아웃카운트 3개를 잡는 동안 3피안타(1피홈런) 2볼넷 1탈삼진 4실점의 부진을 겪으며 문광은이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선발 카드로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 어느 정도 증명되는 듯 했던 경기였다.

그러나 이만수 감독은 10일 만에 그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부여했고, 문광은도 이번만큼은 이를 확실하게 움켜쥐는데 성공, 이 감독의 적지 않은 고민 중 하나를 덜어낼 조짐을 보였다.

문광은의 이와 같은 호투 속에는 이만수 감독의 신뢰 뿐 아니라 적절한 교체 타이밍도 영향을 미쳤다. 물론 승리 요건까지 아웃카운트 2개만을 남겨놓고 그를 내리기는 했지만 6-2로 앞선 5회초 1사 1, 3루에서 자칫 추가점과 함께 추격의 빌미를 허용했다면 당장의 1승보다 장기적으로 자신감 하락이 더 큰 문제를 낳을 수도 있었다.

이미 NC와의 맞대결에서 아쉬운 뒷심을 노출한 경험이 있고, 한화전 역시 3회와 4회 연속 실점을 내주는 등 또다시 이를 반복할 여지도 충분했다. 결과적으로 마운드를 이어받은 이재영이 6회초 통한의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지만 5회만큼은 김경언을 병살타로 돌려세우며 문광은에게 추가 실점이 돌아가지 않았다.

이만수 감독은 경기 직후 “(문)광은이가 올시즌 세 번째 선발인데 가장 인상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다음 등판이 기대될 정도로 자신 있는 공을 던졌다”는 극찬과 함께 다시 한 번 그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아직 포스트시즌 진출에 대한 희망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문광은이 4, 5선발 중 한 자리를 보다 확실하게 꿰찰 수 있다면 SK의 4위 추격전도 한층 더 탄력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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