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피에가 야구 꿈나무 이영찬 군을 야구장으로 초청해 따뜻한 시간을 함께했다. 한화 이글스 제공
[스포츠한국미디어 대전=박대웅 기자] 한화 피에(29)는 누구보다도 개성이 넘치는 선수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주문을 시종일관 중얼거리거나 김응용 감독을 위해 마련된 의자에 걸터앉아 익살스럽게 행동을 따라하는 등 남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모습을 여러 차례 선보였다.

경기장 내에서도 승리를 향한 열정을 여지없이 표출하는 선수가 바로 피에다. 때로는 오해를 불러일으킨 순간도 있었다. 지난 4월16일 광주 KIA전에서 수비 도중 선발 클레이에게 다가와 말을 거는 돌발 행동을 펼쳐 한국 야구를 무시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피에는 사실 누구보다도 순수한 마음씨를 가진 남자다. 27일 대전 NC전을 앞두고 피에의 이와 같은 모습이 잘 드러났다.

피에는 최근 대전지역 리틀 야구선수인 이영찬(13) 군에게 스켈리도 야구 사랑 장학금을 전달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야구 선수의 꿈을 포기해야 할 상황에 놓인 이영찬 군의 소식을 전해 듣고 의류 용품 스폰 계약으로 제공되는 스폰비용 전액을 전달하고 싶다는 의사를 직접 구단에 전달한 것.

지난 13일에는 스켈리도 윤진혁 대표이사와 함께 루게릭병으로 투병 중인 이영찬 군의 아버지를 찾아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며 장학금 1,000만원을 전달했다.

이영찬 군이 피에에게 감동의 편지 한 통을 전달했다. 피에는 통역으로부터 내용을 전달받은 뒤 결국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한화 이글스 제공
당시 이영찬 군을 경기장으로 초대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던 피에가 결국 이날 자신의 소망을 실천에 옮겼다.

경기를 앞두고 이영찬 군과 캐치볼을 주고받으며 따뜻한 시간을 함께 보낸 피에는 이영찬 군으로부터 뜻밖의 편지 한 통을 전달 받았다. 그리고 편지를 읽던 피에가 갑작스럽게 모습을 감췄다.

사연은 이러했다. 한화 관계자는 “이영찬 군의 편지 내용에 ‘나중에 훌륭한 선수가 돼서 피에에게 용돈을 주고 싶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피에가 통역이게 이와 같은 내용을 전달받은 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쏟아지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 자리를 피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한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짐을 싸는 외국인 선수가 한 해에도 수없이 많다. 하지만 피에는 한국의 한 야구 꿈나무를 위해 선뜻 선행을 베푼 사실을 넘어 뜨거운 눈물로 본인을 응원해주는 팬과 진정한 교감을 나눴다.

올시즌 피에는 3할2푼9리(374타수 123안타) 15홈런 83타점 52득점을 기록하며 한화의 복덩이 역할을 다해내고 있다. 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팬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에 이와 같은 기록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

이영찬 군을 위해 감동의 플레이를 선보일 피에의 이날 활약과 더불어 이영찬 군이 먼 훗날 피에에게 용돈을 전달할 수 있는 훌륭한 야구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지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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