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대결만 펼치면 불방망이 후끈, 본인팀 아닌 상대팀의 불안요소로 작용

누구도 경계 대상으로 꼽지 않았지만 맞대결에서만큼은 경계대상 제1호가 되어야 할 것 같다. 한화 정범모와 넥센 박동원이 지난 3연전에서 최고의 활약을 통해 '포수의 반란'을 일으켰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미디어 박대웅 기자] 농구만화 ‘슬램덩크’에서 능남 유명호 감독은 북산의 불안요소 가운데 하나로 ‘풋내기’ 강백호의 존재를 꼽으며 승리를 자신했다. 하지만 결국 강백호의 미친 존재감으로 인해 전국대회로 향하는 티켓을 손에서 내려놓아야 했다.

종목은 다르지만 프로야구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 29일부터 31일까지 목동구장에서 맞대결을 펼친 넥센과 한화에게는 한 가지 공통 불안요소가 존재했다. 바로 포수들이 타석에서 좀처럼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는 점이다. 그러나 3연전 동안 팀 승리를 책임진 선수는 바로 다름 아닌 ‘포수’ 박동원(24)과 정범모(27)였다.

넥센 박동원은 지난 3연전에 임하기 전까지 시즌 타율이 1할9푼6리(46타수 9안타)에 그쳐있었다. 특히 한화를 제외한 7개 구단을 상대로는 타율 8푼3리(36타수 3안타)로 존재감을 전혀 발휘하지 못했다. 포수의 최우선 덕목은 수비이지만 타선에서 이처럼 ‘쉬어가는 수준’으로까지 인식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박동원은 3연전 중 1차전에서 6타수 3안타 5타점 1득점을 폭발시키는 만점 활약을 통해 넥센의 18-3 완승을 이끌어냈다. 앞선 세 타석에서 모두 안타를 터뜨릴 때까지는 한화전 맞대결 타율이 무려 6할9푼2리(13타수 9안타)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2차전의 히어로는 4타수 3안타(1홈런) 3타점 2득점 1볼넷을 기록한 이택근이었지만 박동원도 3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을 기록하는 쾌조의 활약 속에 ‘한화 킬러’로서의 명성을 다시 한 번 이어갔다. 넥센 역시 6-2로 승리를 거두며 거침없는 4연승 행진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박동원이 3차전에서 3타수 무안타 1삼진으로 침묵하는 사이 이번에는 한화 쪽 포수가 존재감을 발휘했다. 정범모가 박동원의 1차전 활약이 부럽지 않은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설욕전에 나선 것.

정범모는 1차전에서 8회말 수비 때 교체돼 타석에 들어서지 못했고, 2차전은 출전조차 하지 못했다. 6월부터 두 달 동안 2할대 초반의 타선 침묵과 함께 수비마저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면서 안정감을 나타내고 있던 조인성에게 주전 포수 마스크를 넘긴 채 덕아웃에서 경기를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3차전에서 정범모는 무려 5타수 4안타(1홈런, 2루타 2방) 5타점 1득점을 기록, 사이클링히트에 3루타 하나만이 부족한 미친 존재감을 뽐내며 한화의 9-8 짜릿한 승리를 이끌었다. 박동원의 1차전 때와 마찬가지로 이날 본인의 최다 안타와 최다 타점 기록을 나란히 뛰어넘는 활약(박동원 최다안타는 타이 기록)을 선보인 것.

이번 3연전 뿐 아니라 올시즌 내내 박동원은 한화에게, 정범모는 넥센에게 평소보다 훨씬 강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박동원은 한화전 7경기에서 타율 5할(22타수 11안타)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모든 타점의 73%(8/11), 모든 득점의 77.8%(7/9)를 한화전에서 쏟아냈다. 정범모 역시 넥센전 10경기에서 타율 4할(25타수 10안타)을 기록했고, 10안타 중 홈런 3방, 2루타 3방을 몰아쳤다. 또한 전체 타점의 43.8%(7/16)를 넥센전에 집중시켰다.

무엇보다 포수 마스크가 아닌 산소 호흡기를 달고 경기에 임하듯 서로의 팀을 상대로 그동안의 부진을 털고 출전 기회를 연장시켜낸 점이 흥미롭다. 두 선수 모두 최소한 이번 3연전에서만큼은 본인의 팀이 아닌 상대의 팀에게 ‘불안요소’로 작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동원과 정범모는 결국 팀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포수들이기도 하다. 이번에 얻어낸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제는 서로의 팀이 아닌 모든 팀들을 상대로도 좋은 활약을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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