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건창-손승락-이진영, 28일 경기서 맹활약 통해 팀 승리 견인...탈락자 자존심 세워

넥센 서건창이 SK전에서 4타수 3안타 3득점 1타점 1볼넷 1도루의 맹활약을 남겼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미디어 박대웅 기자]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아쉬움이 없다면 당연히 거짓말이다. 그러나 이들은 좌절하기보다 무력시위를 통해 대표팀 탈락의 한을 풀었다.

지난 28일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 최종 명단 24인의 주인공이 가려진 가운데 14명의 선수는 마지막 관문을 넘지 못하고 고배를 마셔야 했다. 탈락자 중에서 당일 문학(SK-넥센)과 잠실(LG-롯데) 경기에 출전한 선수는 총 3명. 넥센 서건창과 손승락, LG 이진영이 그 주인공이다.

▲ 독기 품은 서건창, SK전 3안타 3득점 1타점 1볼넷 1도루

대표팀 사령탑 류중일 감독은 서건창을 최종 엔트리에 선발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 "리그 최다 안타를 기록 중인 서건창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소화할 수 있는 포지션이 2루수뿐이기 때문에 탈락하게 됐다. 반면 오재원을 2루수로 낙점한 것은 그가 내야 전 포지션을 책임질 수 있고 대주자에 이르기까지 활용도가 많기 때문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서건창의 대표팀 탈락은 3루수 붙박이로 예상됐던 박석민이 이름을 올리지 못한 사실 이상으로 많은 논란을 불러 모았다. 박석민의 경우 손가락 부상 여파가 남아있는 반면 서건창은 올시즌 넥센의 84경기(발표 시점 기준)에 모두 나섰을 만큼 몸상태에 큰 문제가 없었다.

손승락이 SK 클린업 트리오를 상대로 9회 깔끔하게 삼자범퇴를 기록하며 팀 승리를 지켜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또한 최종 엔트리 발표 전까지 타율 5위(0.359) 득점 1위(82점), 최다안타 1위(127개), 도루 2위(33개)라는 기록을 남기며 대표팀 주전 2루수를 책임질 것으로 예상됐던 상황이었기에 '멀티 포지션 불가'는 여러 야구 팬들을 납득시키지 못한 탈락 사유였다.

서건창은 애써 아쉬움을 감춘 뒤 김민성을 비롯한 팀 동료들의 대표팀 합류를 축하했지만 결국 경기 내용을 통해 자신이 뽑혀야만 했던 이유를 간접적으로 설명했다.

SK전에서 서건창은 4타수 3안타 3득점 1타점 1볼넷 1도루를 기록하며 넥센의 10-8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1회에만 7점을 내주며 자칫 무기력하게 끌려갈 수 있었던 상황에서 5회와 7회 2루타 두 방을 터뜨리는 등 활력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냈다. 7회에는 2루타 이후 3루까지 내달리다가 태그아웃되기도 했으나 과욕이라기보다는 집념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를 만큼 서건창의 이날 플레이에는 어딘가 모를 독기가 묻어나 있었다.

▲ 손승락, SK 클린업 트리오 상대로 깔끔한 삼자범퇴 '시즌 23세이브'

팀 동료 손승락 역시 서건창과 함께 태극마크의 영광을 끝내 품에 안지 못했다. 류중일 감독은 "손승락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가 나왔지만 구위가 많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회의 결과 블론 세이브가 몇 차례 있었지만 그래도 임창용이 국제대회 경험이 많아 마무리로 가장 낫다고 결론을 내렸다. 봉중근 역시 왼손 타자가 나오면 임창용과 함께 마무리로 기용할 방침이다"는 뜻을 드러냈다.

이진영이 롯데전에서 4타수 4안타의 맹타를 휘두르며 베테랑의 자존심을 스스로 세웠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물론 손승락은 대표팀 발표 전까지 2승3패 22세이브(1위)라는 호성적 이면에 평균자책점 4.93(34.2이닝 19자책점), 블론 세이브 4회라는 아쉬운 기록이 함께 공존하는 상태였다.

그러나 일요일(10경기 3패 3세이브 8.1이닝 13자책점) 및 주간(5경기 2패 1세이브 3이닝 5실점) 징크스에 크게 시달린 것을 제외하면 올해도 세이브 1위를 달리며 나름대로 제 몫을 다해냈고, 무엇보다 지난해 세이브 타이틀과 함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선수였다는 점에서 엔트리 탈락은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국제대회 경험에서는 앞서있을지언정 임창용은 손승락 이상으로 부진한 모습(4승2패 21세이브 6블론세이브 평균자책점 4.80)을 보여줬기 때문에 "성적을 통해 선발하겠다"고 밝힌 류중일 감독의 당초 취지가 분명하게 지켜지지 않은 점도 손승락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수 있는 대목.

그러나 손승락은 SK전서 9회말에 등판해 최정(좌익수 플라이)-이재원(중견수 플라이)-김강민(유격수 땅볼)으로 이어지는 막강 클린업 트리오를 깔끔하게 삼자범퇴 처리하며 대표팀 탈락에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시즌 23세이브를 수확하며 2위 임창용과의 격차를 2개로 벌린 그는 2년 연속 구원왕 등극을 통해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각오를 전날 경기를 통해서 드러냈다.

▲ 이진영, 롯데전 4타수 4안타 맹타 '국민 우익수 살아있네~'

LG 이진영의 경우 '국민 우익수'라는 영예로운 별명을 뒤로한 채 이제는 대표팀에 큰 미련을 가지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물론 발표 전까지 타율 3할3푼9리로 팀 내 1위를 달리고는 있었지만 외야수 경쟁자들 모두가 쟁쟁한 실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후배들에게 길을 양보하는 그림이 크게 이상할 것은 없었다.

다만 베테랑의 입장에서 듣기에 다소 서운함을 느낄 수도 있는 류중일 감독의 언급이 있었다. 류 감독은 대표팀 명단 발표 당시 베테랑 선수들이 부족한 점에 대해 "전혀 문제없다고 생각한다"고 단언한 뒤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잘 할 것으로 믿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물론 그만큼 우수한 선수들이 많이 모였고, 홍성무(동의대)를 제외하면 모두가 '프로'의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이상 베테랑의 공백도 메울 수 있어야 한다는 뜻에서 나온 '악의 없는 말'이었다. 특별히 이진영을 겨냥한 말도 아니었다.

그러나 류 감독은 임창용, 강민호 등을 예로 들며 타 포지션에서는 경험의 중요성을 언급하다가도 전체적인 '베테랑'의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는 다소 상반되는 답변을 내놓았다. 물론 마무리투수와 포수 포지션이 갖는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경기 외적인 분위기 조성이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력도 그에 못지않게 크다.

비록 명단에 포함시키지는 못했으나 단골 국가대표이자 훌륭한 덕아웃 분위기 메이커로서 그동안 많은 공을 세운 이진영, 정근우 등의 가치를 인정하며 그들의 자존심도 함께 세워줬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을 남긴 자리였다.

어쨌거나 이진영은 사실상의 마지막 대표팀 합류 기회를 놓쳤지만 롯데를 상대로 4타수 4안타의 맹타를 휘두르며 스스로 '국민 우익수'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전날 경기에서는 지명타자로 나섰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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