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LG의 코치 제안을 거부하고 방출을 자청했던 베테랑 왼손 투수 류택현이 1년3개월 재활 끝에 '플레잉코치'로 LG에 재입단한다. 아울러 현역 최고령 투수로 마운드에 다시 서게 됐다.
LG는 이달 초 복귀 테스트를 실시했던 류택현에 대해 내부 회의를 거쳐 최근 복귀를 확정했다. 단, 현역 연장을 고집했던 류택현과 코치직을 내밀었던 구단의 절충안으로 플레잉코치로 합의했다. 류택현은 1월 초 합동훈련부터 팀에 합류해 투수들의 사이판 전지훈련부터 동행할 예정이다.
자진 방출 후 재입단까지 눈물겨운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2009년까지 LG의 왼손 스페설리스트로 활약한 류택현은 지난해 9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다. LG는 이미 불혹을 바라보던 나이에 기나긴 재활까지 거쳐야 하는 류택현을 안고 갈 수 없었다.
때문에 코치직을 제안했지만 류택현은 장고 끝에 스스로 옷을 벗고 재활 후 현역 연장을 선언했다. 사실상 모험이었다. LG는 그간 희생한 류택현을 배려해 훈련 장소(2군 구리구장)까지는 제공했지만, 복귀는 보장해줄 수 없었다.
류택현은 곧바로 자비를 들여 미국에서 1차 재활을 한 뒤 국내로 돌아와 구리구장에서 끈질긴 재활에 매달렸다. 팔꿈치 상태는 거의 정상을 회복해 구속도 방출 전까지와 비슷한 130㎞ 대 중반까지 끌어 올렸다.
LG가 류택현을 다시 받아들이기로 한 건 그의 불굴의 의지에 감복하기도 했지만, 팀 마운드 사정과도 무관하지 않다. 송신영(한화)의 이탈로 불펜이 약화됐고, 특히 마땅한 왼손 요원이 이상열 정도를 제외하곤 없다. 오상민이 올시즌 초 옷을 벗었고, 서승화와 민경수도 최근 방출됐다.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42세가 되는 류택현이지만 원포인트 릴리프로는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류택현은 내년 마운드 복귀로 대기록 달성이 확실해졌다. 지난 94년 데뷔해 811경기에 출전한 류택현은 3경기만 더 등판하면 조웅천 SK 코치가 보유한 투수 최다 경기 출전 기록(813경기)을 갈아치우게 된다. LG 관계자는 "플레잉코치로서의 구체적인 보직과 계약은 추후에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