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50억원 밀약설’에 웃음만, 애증의 LG “2년간 잠실 유학 갔다 온 기분”

4년간 50억원의 거액에 LG에서 친정팀 넥센으로 돌아간 이택근이 23일 목동구장 덕아웃에서 상념에 잠겨 있다. 넥센 제공
'50억원의 사나이'.

그가 2005년 삼성 심정수(4년간 60억원) 이후 자유계약선수(FA) 사상 두 번째'잭팟'의 주인공이 되리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게다가 그에게 거금을 안긴 팀은 열악한 재정 탓에 2년 전 자신을 팔았던 친정이었기에 더욱 충격적이었다. 넥센과 손을 잡고 FA 시장 최대의 '반전'을 일으킨 이택근(31ㆍ넥센)과 23일 목동구장 인근에서 만나 그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 삼성과 '50억 밀약설'

"저도 그 소문을 듣고 혼자 웃었죠."이택근은 17명이 신청을 한 이번 FA 시장에서 블루칩으로 일찌감치 여러 구단의 타깃이 됐다. 이 과정에서 "삼성이 이택근에게 50억원을 베팅했다"는 소문이 돌았고, 금액이 부담스러웠던 여러 구단이 한 발 물러나는 듯했다.

"재미있는 이야기 해드릴까요? 간접적으로 삼성만 빼고 모든 구단이 저에게 과분한 관심을 보였어요."애초부터 삼성만 이택근 영입 계획이 없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택근은'50억원'이라는 숫자는 자신의 의지였음을 분명히 했다.

"프로에 입단하면서 세운 목표였어요. 100억원은 너무 많은 것 같고, 50억원은 제 나름대로 성공의 기준이었다고 할까요."이택근은 더 솔직하게 말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해도 실력에 비해 너무 많이 받았어요. 흔히 말하는 FA 대박은 운도 맞아야 하고, 야구 외적인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맞아 떨어져야 하는 것 같아요."

▲ 넥센이라면 '27억원도 OK'

"우리(LG)가 책정한 금액은 총 27억원에 옵션은….""네가 필요하다. 우리(넥센) 다시 같이 한 번 해보자."이택근은 LG의 첫 협상, 그리고 이장석 넥센 사장과의 만남을 차례로 떠올리며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사실 50억원은 저에게 가장 중요한 조건은 아니었어요. 옵션 얘기부터 꺼내는 팀과 진심으로 저를 필요로 하는 팀… 만약 이 사장님이 저에게 '(이)택근아, 미안하지만 지금 우리가 가진 돈이 27억원밖에 없다. 하지만 너와 함께 팀을 일으키고 싶다'고 했다면 전 넥센을 택했을 겁니다."

이 사장은 이택근에게 "내년 성적 필요 없다. 못 해도 된다. 부담 갖지 마라. 중간에서 네 몫만 부탁한다"고 말했다. "말이라도 큰 돈에 FA를 영입하면서 그런 구단이 어디 있겠어요."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이택근이 요즘 매일 오전 9시에 목동구장으로 출근하는 이유다.

이택근의 몸값은 계약금 포함, 총액 44억원에 플러스옵션 6억원. 순수 보장액(44억원)만으로는 역대 최고액이다. "옵션이 많으면 선수들은 더욱 이기적이 될 수밖에 없어요. 시즌 후반 옵션 채우기에 급급해 팀 성적이고 뭐고 안 보이죠. 그러다 구단과 트러블이 생기고요. 거액에 다년 계약으로 FA를 영입하는 구단 처지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옵션은 선수들에겐 '족쇄'라고 생각해요."

▲ 2년간 '유학'하고 떠난 애증의 LG

"2년 전 구단(넥센)에서 절 트레이드해야 한다고 했을 때 가능하다면 고향팀인 롯데로 보내달라고 했어요."상황은 여의치 않았고, LG행이 결정됐지만 나쁘지 않았다. 모든 선수들이 한번쯤 가보고 싶은 인기 서울팀이었다.

하지만 출발부터 꼬였다. 트레이드 직후부터 연봉 문제로 구단과 마찰을 빚었고, 외야를 버리고 1루 미트를 끼었으며 급기야 올시즌 도중에는 트레이드 카드로 내몰리며 '계륵'신세가 돼 버렸다. LG가 이택근과의 협상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건 예정된 수순일 수도 있었다."팬들에게는 드릴 말씀이 없죠. 야구 못한 건 변명하고 싶지 않아요."

"그나저나 LG는 어떻게 해요?"그래도 2년간 정든 팀이 걱정되는 모양이다. 자신을 비롯해 송신영(한화)과 조인성(SK)까지 빠져 나간 LG의 전력은 크게 약화됐다."친형과 다름없는 고려대 1년 선배 (박)용택이형과 10년 만에 만났다가 다시 헤어져 아쉽네요. 룸메이트였던 (박)경수는 너무 착해서 탈이고요. 잠실에서 친한 형, 동생들과 실컷 수다 떨던 기억은 잊지 못할 거예요."

영원한 '넥센맨'을 선언한 이택근은 LG에서의 2년을 많은 경험을 한'잠실 유학'이라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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