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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혁(왼쪽)이 인천 남구청 야구장에서 한 학생의 타격 자세를 교정해주고 있다. 인천=윤관식기자 new@sphk.co.kr
지난 18일 오후 인천 남구청 야구장. "똑바로 해야지!" 쩌렁 쩌렁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잔뜩 긴장한 어린이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남구청 리틀야구단을 통솔하고 있는 낯익은 억굴은 강혁(37ㆍ전 SK) 감독. 아마추어 무대를 평정한'야구 천재'에서 '비운의 스타'로, 소리 없이 은퇴한 뒤에는 유소년 야구 지도자로 변신한 그를 만났다.

▲돌아올 수밖에 없던 마음의 고향

2007년 SK에서 은퇴 후 꼭 4년만이었다. "SK에서 방출된 뒤 롯데에서 테스트틀 받았고, 다른 팀에서도 연락이 왔는데 대부분의 팀들이 세대교체를 하는 시기라 제가 들어갈 자리가 없었죠."

스타, 천재라는 수식어는 그를 더욱 힘들게 했다. "재능만 믿고 운동을 하지 않았다는 둥 폐인이 됐다는 둥 별 루머가 다 떠돌더라고요. 야구계에 대한 회의가 들어 골프쪽으로 나갈 생각도 했죠."

2년여를 고심과 방황으로 보내던 그에게 공익근무요원으로 일했던 남구청에서 리틀야구단 창단 감독을 제의해왔다. "결국 생각나는 건 야구밖에 없더라고요. 어린이들과 함께 하는 것도 좋은 기회라 생각했고, 지금까지 왔습니다."

▲리틀야구 감독은 선생님

"이틀 후면 창단 1주년이네요."어느새 1년이 훌쩍 지나갔다. 야구를 배우는 어린이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건 처음이나 지금이나 '예절'이다. "인간성이 먼저 갖춰져야 합니다. 특히 초등학교 시기가 가장 중요하죠. 아이들의 선생님 노릇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지금 어린이들은 '천재'강혁을 알까. "저를 보지는 못했지만 인터넷이 워낙 발달해서 다 찾아보고 오더라고요."

남구청 리틀 야구단은 인근 5개 초등학교에서 모인 14명의 선수들로 구성된 단출한 팀이다. 신생팀이다보니 아직은 경쟁력이 부족하다. "리틀야구는 규정상 중학교 1학년까지 뛸 수 있는데, 아시다시피 6학년과 중학교 1학년의 차이는 엄청나죠. 저희는 중학생도 없고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지난해 전국 대회에서 우승도 한번 했습니다."

▲만루에서 고의4구 얻어낸 '전설'의 타자

  • 채병용
신일고와 한양대 시절 상이란 상은 싹쓸다시피한 강혁이라는 이름은 대단했다. 대학 3학년 어느 대회에서 연세대 에이스 임선동으로부터 만루에서 고의4구를 얻어낸 건 유명한 일화. "아마 0-2로 지고 있던 경기 후반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상대팀 벤치에서 1점을 주고 저를 거르라는 사인이 나왔던 것 같아요. 그 다음 타석에서 홈런을 쳤죠."

야구팬들은 여전히 그를 '천재'로 기억한다. "어려서부터 지기 싫어해 노력을 정말 많이 했어요. 그런데 감독님이나 다른 선수들이 볼 때는 노는 척하고, 남들이 안볼 때 정말 열심히 했죠. 그래서 그렇게 불렸던 것 같아요."

강혁은 언젠가 프로 무대로 돌아갈 꿈을 꾸고 있다. "훗날에는 지도자로 그곳에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이 어린이들이 자라서 프로팀에 입단하게

■현역 시절 강혁은

신일고와 한양대 시절 야구의 '천재'라 불렸던 강혁은 한양대와 OB 사이에서 이중계약이 불거져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첫 영구제명의 불명예를 안고 실업팀인 현대 피닉스로 갔다. 우여곡절 끝에 징계가 풀리고 1999년 두산에 입단했다. 그러나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2007년 SK에서 은퇴할 때까지 7시즌 통산 타율 2할4푼9리, 홈런 18개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채병용 공익근무 "아이들 코치예요"
재활·군복무·야구 '1석3조'

인천 남구청 리틀야구단에서 강혁 감독을 돕는 익숙한 얼굴이 또 한 명 있었다. 2009시즌을 끝으로 군 입대한 SK 채병용(29)이 바로 이곳에서 코치로 활동 중이다. 남구청 소속 공익근무요원으로 행정 업무를 하다가 3개월 전 강 감독의 '콜'을 받고 야구공을 다시 잡았다. 강 감독이 주로 타격 지도를 한다면, 채병용은 투수 코치인 셈이다.

수술을 한 오른 팔꿈치 재활을 병행하며 군 복무도 하고, 지도자의 입장에서 야구를 다시 보는 기회까지 '1석3조'의 쏠쏠한 재미다. 채병용의 마지막 투구는 2009년 KIA와의 한국시리즈 7차전. KIA 나지완에게 끝내기홈런을 얻어맞고 고개를 떨어뜨리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채병용은 "지금 생각해도 그 때는 많이 아쉬웠지만, 지난해 우리 팀이 우승컵을 되찾아와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지난해 SK는 시즌 전만 해도 채병용의 공백이 크게 느껴졌지만, 남은 선수들이 힘을 모아 우승까지 이르렀다.

과묵한 성격의 채병용이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순간 유난히 밝은 표정에 말수도 부쩍 많았다. 어린이들을 가르치면서 스스로도 야구를 새로 보는 눈을 뜨고 있다는 게 강 감독의 귀띔. 팔꿈치를 비롯해 많은 투구로 무리가 왔던 몸도 거의 회복됐다.

내년 4월 소집해제가 예정된 채병용은 "SK가 올해도 당연히 선후배들이 열심히 해 1등 자리를 지킬 거라 생각한다. 나도 건강한 모습으로 복귀해서 내년엔 팀의 우승 순간을 꼭 지켜보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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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1/02/23 17:00:36   수정시간 : 2013/04/25 11: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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