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근사태·사인거래 이어 위상추락 자초… '초상집' 삼성, 대국민사과 발표 검토

서울중앙지검이 7일 인터넷 상습 도박에 연루된 프로야구 선수 16명을 수사 중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프로야구에 다시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호사다마(好事多魔)란 말마따나 한국 야구는 올 해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13년 만에 500만 관중을 재현해 최정점에 올랐다가 일부 선수들의 도박 실태가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명예에 심한 손상을 입은 채 2008년을 마무리하게 됐다.

프로야구는 2004년 8개구단 선수들이 병역 비리 사건에 대거 연루돼 맹렬한 비난을 받은 데 이어 또 선수들이 공인의 신분을 망각하고 도박으로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켰다는 점에서 야구팬과 국민이 받은 충격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제 한파로 체감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고액 연봉을 받는 프로야구 선수들이 익명을 담보로 수백~수천만원을 내걸고 도박을 했다는 사실에 일반 국민이 느끼는 박탈감은 큰 편이다.

1982년 태동 당시 프로야구의 원대한 목표는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것이었기에 더욱 그렇다.

처벌의 경중을 떠나 정수근 폭력사태, 최근 '사인거래' 파동 등 일련의 사태로 선수들이 위상 추락을 자초한 이상, 중징계는 불가피하다.

야구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상대적으로 관대했던 그라운드 밖에서의 선수들 사생활 문제에 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공인으로서 품위를 스스로 지켜갈 수 있도록 선수들을 지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대두하고 있다.

◇ 삼성, 사과 성명 검토 중

검찰이 수사중인 16명 중 13명이나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삼성 라이온즈는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구단이 선수들의 사생활을 일일이 간섭할 수 없기에 이번 사건에 대한 비난 여론에 억울한 측면도 있지만 뉴욕 양키스(미국)나 요미우리 자이언츠(일본)처럼 최고명문 구단의 자부심을 선수들에게 심어주지 못했다는 측면에서 책임감을 통감하고 있다.

게다가 히어로즈와 장원삼 트레이드건으로 야구판을 한바탕 뒤흔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소속 선수들의 도박 건이 터지면서 삼성은 더욱 전전긍긍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소속 선수들의 잘못은 충분히 달게 받겠다. 선수들이 인터넷으로 워낙 비밀리에 도박을 하다 보니 미리 나서서 막지 못한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전적으로 모그룹의 지원으로 구단을 운영 중인 상황에서 자꾸 좋지 않은 뉴스로 그룹 이미지를 깎고 있어 당혹스럽다. 밝고 좋은 소식으로 그룹 이미지를 고양해야 할 스포츠단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 더욱 아쉽다. 이번 사건으로 내년 그룹의 지원이 줄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삼성은 사건에 연루된 선수들을 대신해 대국민 사과 발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선수들, 공인의 위상은 스스로 지켜야

도박 사실이 들통난 선수들은 대부분 차명계좌가 아닌 자신의 계좌를 이용하다 검찰에 쉽게 발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습적이건 재미삼아 몇 차례 시도했건 연루된 선수들은 치부가 드러나는 바람에 망신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해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신인 선수들을 위주로 공인으로서 소양 교육을 한다. 프로야구선수협회도 나름대로 비슷한 교육을 선수들에게 하고 있으나 이를 받아들이는 건 순전히 선수 개인의 몫이다.

예전처럼 술을 마시는 선수들이 많지 않은 요즘, 선수들의 일상은 단순하다. 매일 오후 야간 경기를 위해 오전과 오후는 휴식과 훈련으로 보내고 늦은 밤 여가 때 노트북을 이용해 인터넷을 하는 정도다.

문제는 공인 의식이다. 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매일 TV 전파를 타고 야구팬들의 뇌리에 인식된다. 팬들의 꿈과 사랑을 먹고사는 야구 선수들은 연예인과 똑같은 공인이다.

팬들의 뜨거운 시선을 받는 이상, 당연히 사적인 행동에서도 조심스러워야 하나공인 의식이 모자란 일부 선수들은 폭력, 여자 문제 등으로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키다 급기야 도박 사태까지 몰고 왔다.

다시는 이런 일로 팬들의 비난을 받지 않으려면 선수들은 '회장님' 송진우(한화)처럼 그라운드 안팎에서 모범적인 생활로 공인의 품격을 스스로 높여갈 필요가 있다.

KBO나 각 구단은 야구규약에 명시된 품위 손상 규정을 추상처럼 적용해야 한다.

야구규약 146조 2항은 '경기외적인 행위와 관련해 감독, 코치, 심판, 선수 또는구단 임직원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프로야구 품위를 손상했다고 판단되면 KBO 총재가 영구 또는 기한부 실격처분, 직무정지, 출장정지 등 적절한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지난 7월 음주 폭력 사건을 일으킨 정수근은 이에 근거, 무기한 실격 처분을 받고 근신 중이다.

선수 사생활을 존중해야 하나 프로야구 전체 품위와 직결된 문제라면 일벌백계로 영을 세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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