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 외침 "바람아 멈추어 다오"… 엎치락 뒤치락 라이벌 얄궂은 운명… 올핸 초반부터 종범 연일 맹타 우세

프로야구 3세대의 대표적 간판 스타 이종범(38ㆍKIA)과 양준혁(39ㆍ삼성). 학교는 88학번인 양준혁이 1년 선배지만 프로는 93년 입단 동기다.

둘은 데뷔 첫 해부터 프로야구를 평정했다. 거구(188㎝ 95㎏)인 양준혁은 호쾌한 홈런포, ‘바람의 아들’ 이종범(178㎝ 73㎏)은 날카로운 타격과 날렵한 주루 플레이, 시원한 수비가 트레이드마크다.

2004년까지는 이종범의 판정승이었다. 이종범은 93년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 94년 정규시즌 MVP를 비롯해 각종 공격 타이틀을 휩쓸었다. 97년에는 30홈런-30도루 클럽에까지 가입했다. 이종범은 2001년 8월 국내 복귀 이후로도 성적과 인기를 양손에 거머쥐었다.

양준혁은 첫해 이종범을 제치고 신인왕을 거머쥐었지만 이후 상대적으로 이승엽(요미우리)에 가렸다. 최고타자 자리와 팀 간판은 후배 이승엽의 몫이었다. 이종범이 일본 주니치를 거쳐 국내에 복귀하는 동안 양준혁은 삼성에서 해태로 트레이드 됐다가 다시 LG로 옮겨야 했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뒤에야 다시 파란색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양준혁의 압승이었다. 양준혁은 3년 동안 타율 3할2리에 46홈런 203타점의 알토란 활약을 펼쳤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양준혁은 구단과 2년 최대 24억원의 다년계약을 했다.

반면 이종범은 2005년 3할1푼2리를 정점으로 2006년 2할4푼2리, 지난해에는 프로 첫 1할대(1할7푼4리)로 추락했다. 은퇴 압력에 시달렸던 이종범은 연봉도 지난해 5억원에서 올해 60%가 잘려나간 2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전체 일정의 4분의 1을 소화한 결과 올시즌 이종범과 양준혁의 처지는 또 다시 뒤바뀌었다. 이종범은 최근 5경기에서 3할7푼5리의 맹타를 휘두르며 팀 5연승을 지휘했다. 수비에서도 이종범은 지난 10일 생애 첫 1루수로 나서는 등 맹활약이다. 시즌 성적은 타율 2할6푼에 10타점 2도루.

양준혁은 올해 들어 체면을 구기고 있다. 지난해 말 발목부상 여파로 동계훈련이 부족한 탓인지 좀처럼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있다. 타율 2할3리에 2홈런 19타점을 기록 중인 양준혁은 최근 5경기 타율이 1할4푼3리밖에 안 된다. 5월 삼성의 하향세가 양준혁의 부진과 무관하지 않다.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이종범과 양준혁이 시즌 후 어떤 성적표를 받을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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