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동기는 이해 어려워… 범행수법·경위 아리송 경찰 일대 `혼란'

김모(45.여)씨와 세 딸 등 모녀 4명 실종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이 10일 공개수사에 나선 직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돼 온 전직 야구선수 이호성(41)씨가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데 이어 이날 밤 김씨 모녀 4명도 시신으로 발견되자 경찰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경찰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사건을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유력한 용의자 이씨에 대해 공개수배에 나섰지만 이번 사건의 실체가 '살인사건'인지 '단순실종'인지조차 확신하지 못한 채 '실종사건'이라는 애매한 용어를 사용하면서 피해자들의 생사 문제에 대해 말을 아꼈다.

경찰은 단순실종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납치ㆍ감금'이나 '살인사건'에 수사의 초점을 맞춰왔지만 이씨가 김씨 모녀 4명을 납치해 살해했다고 하더라도 범행 동기나 범행경위가 명확하지 않은 점이 수사의 난제였다.

경찰이 이번 사건을 '살인사건'으로 봤던 주요한 근거는 실종 당일 김씨 아파트 CCTV에서 대형 여행가방을 여러 차례 옮기는 남성이 목격됐다는 점과 김씨 집에서 혈흔이 발견됐다는 점 등이었다.

하지만 김씨 집에서 발견된 혈흔은 극히 소량이었으며 집안 내에서 누군가가 다투거나 침입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고 실종 당일 CCTV에 찍힌 남성이 집안에 들어갔다 가방을 들고 나오는데 걸린 시간이 채 6분에 불과했다는 점 등에 대해서 경찰은 이렇다할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결국 이날 오후 김씨 일가족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이씨가 이들을 살해한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지만 사건 당사자들이 모두 숨진 채 발견되면서 정확한 범행 동기와 수법, 경위 등은 쉽사리 밝히기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이씨가 김씨의 어린 딸 셋까지 살해해 암매장했다는 점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번 사건의 어느 한 대목도 명확하지 않다는 점 때문에 경찰은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는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이씨를 찾아내고 그의 진술을 듣는 것이 무엇보다도 절실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수사 초기에는 사건을 숨기기에 급급했고 실종사실이 본격적으로 알려지자 다급한 마음에 곧바로 공개수사로 전환하는 등 허둥대는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이렇게 우왕좌왕하는 사이 경찰은 공개수배 하루 만에 용의자와 피해자를 모두 시신으로 발견하는 '허탈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특히 검안결과 이씨 사망추정 시각이 경찰의 공개수사 방침이 발표된 이날 오전 10시 전후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이씨가 경찰의 공개수사 방침을 지켜본 뒤 투신을 결심한 게 아니냐는 추측을 가능케 하고 있다.

아직 이씨의 유서 등이 추가로 발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현재로서는 사건 해결의 열쇠를 쥔 이씨와 피해자인 김씨 가족이 모두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됨에 따라 경찰이 사건의 전모를 밝히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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