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동휘가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배우 이동휘가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최근에 촬영 때문에 두바이에 가는데 비행기 안에서 많은 어르신들이 휴대폰으로 ‘카지노’를 보고 계시더라고요. 저는 몰래 카메라 이벤트인 줄 알았어요.(웃음) 한정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특이한 인물들의 이야기라 많은 공감을 얻을 소재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사랑해주셔서 감사해요.”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2’는 카지노의 전설이었던 차무식(최민식)이 위기를 맞이한 후, 코리안데스크 오승훈(손석구)의 집요한 추적에 맞서 인생의 마지막 베팅을 시작하는 이야기다. 지난해 12월 베일을 벗은 시즌1에 이어 올해 2월 시즌2가 공개됐다. 배우 이동휘(38)는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한국과 만나 '카지노2'를 마무리한 소감을 전했다. 

“결말이 호불호가 갈린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저도 이해해요. 한편으로 설득됐던 건 차무식이 유년기부터 지금까지 온 과정이 약간 만화 같잖아요. 기세 하나로 밀어붙이고. 그런 사람이 정말 말도 안 되게 허무한 엔딩을 맞는 게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살다보면 운이 너무 좋아서 불안할 때가 있는데 그걸 차무식을 통해서 잘 보여준 것 같아요.”

이동휘가 맡은 정팔은 차무식의 오른팔을 자처하며 극진히 보필하던 인물로, 일련의 사건 이후 그에게 묘한 거리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김소정과 필립이 연루된 카지노 VIP 100억 도난 사건을 통해 이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목격한 그는 차무식의 부재와 몰락 속에서 자신만의 판을 설계하기 시작한다.

“정상 범주에서 좀 벗어난 직업을 가진 사람이죠. 돈을 빌리면 당연히 갚아야 하는데 이 사람은 빌렸다는 사실조차 잊고 오히려 당당해요. 그저 본능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했어요. 상대에 대한 배려도 없고 자기 일만 생각하는, 정말 주변에 있다면 빨리 ‘손절’해야 하는 그런 사람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좀 더 설득력 있게 연기로 풀었어야 했는데.(웃음)”

이번 시즌에서는 우여곡절을 거쳐 필리핀 최대 규모 카지노의 전설이 된 차무식이 더 큰 위기에 직면하는 과정이 스펙터클하게 펼쳐지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또 믿음과 의심, 배신 사이에 놓인 정팔과 서태석(허성태)의 새로운 변화가 한층 확장된 이야기의 재미를 선사했다. 이동휘는 탄탄한 연기력으로 시즌1과는 완전히 달라진 정팔의 감정 변화를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카지노2’의 중심 서사를 책임졌다. 그는 “납득이 안 가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찾아보곤 했다”고 밝혔다.

“기사를 보다보면 횡령하고 사라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그런 사람들은 어떤 심리일까, 도대체 어떻게 책임지려고 그럴까 궁금해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나갔어요. 정팔이 딱 그런 사람인 것 같아서요. 무책임하고 계속 사회면을 장식하면서 잡혀 들어갔다가 나오기를 반복하는, 그런 사람이요. 개인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인물을 연기하는 게 참 쉽지 않다고 새삼 느꼈어요.”

특히 25년 만에 시리즈물로 복귀한 최민식의 존재감은 이번에도 강력했다. 그와 함께 '카지노2'의 박진감 넘치는 전개를 이끈 이동휘는 “(최민식) 선배님은 ‘배우들의 배우’”라며 존경심을 표했다.

“선배님과 연기하는 게 소원인 후배들이 많아요. 저도 학창시절부터 선배님의 출연작으로 연습했었고요. 이 작품을 하신다기에 어떤 역할로든 꼭 함께 하고 싶었어요. 현장에서 정말 배운 게 많은데요, 항상 1시간 일찍 오셔서 준비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자연스럽게 똑같이 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주눅 들지 않게 부드럽게 풀어주셨고, ‘연기는 농구 게임 같아서 언제 어떤 패스가 와도 받을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는 조언이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올해로 데뷔 10년차를 맞은 이동휘는 그간 ‘베테랑’, ‘뷰티 인사이드’, ‘부라더’, ‘극한직업’, ‘새해전야’ 등을 통해 코믹하거나 능청스러운 매력으로 사랑받았다. 그 가운데서도 ‘국도극장’, ‘어린 의뢰인’ 등 색다른 변주를 시도해온 그에게 ‘카지노2’는 누아르 속 강렬한 얼굴을 끌어낸 작품이었다.

“항상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있죠. 그렇지만 배우가 자기 입맛에 맞는 것만 할 수는 없으니까 저도 제안 주시는 작품들을 감사한 마음으로 해왔고 그중 해소가 안 되는 부분들은 독립영화를 통해서 나름의 숙제를 풀어가고 있어요. ‘국도극장’ 같은 작품으로 시작해 본 건데 물론 수지타산은 안 맞지만 그래도 꾸준히 하다보면 ‘그래도 이 배우가 자기 몫은 해내려고 하는구나’, ‘뭘 시켜도 잘하네’ 하는 칭찬도 듣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카지노2’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이동휘는 일찌감치 준비한 차기작들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간다. ‘범죄도시4’, ‘빙의’(가제) 등이 줄줄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빨리 벼락을 맞든 뭘 하든 해서 지금보다 실력이 좋은 배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가장 커요. 특히 이번에 최민식 선배님과 만나 제 부족함을 여실히 느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특히 선배님이 ‘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 연기하라’고 말씀해주신 게 기억에 남아요. 어떤 트로피나 칭찬, 금전적인 이유가 아닌 본인을 위한 작품을 하라고요. 그게 지금까진 쉽지 않았는데 40대에는 꼭 해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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