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닭강정’서 최선만 역 맡아

배우 류승룡 /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류승룡 /사진제공=넷플릭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올해 상반기 넷플릭스 라인업 중 기대작으로 꼽혔던 ‘닭강정’이 베일을 벗었다. 이병헌 감독과 류승룡, 안재홍, 김유정이 뭉친 오리지널 시리즈 ‘닭강정’은 ‘사람이 닭강정이 된다’라는 기발한 소재로 허를 찌르는 유머와 미스테리의 조화로 큰 사랑을 받은 박지독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영화 ‘극한직업’을 통해 1600만 관객을 모아 역대 한국 영화 흥행 2위를 기록한 이병헌 감독과 류승룡의 만남과 ‘멜로가 체질’로 뛰어난 코미디 감각을 발휘했던 안재홍까지 함께 뭉쳐 신개념 코미디를 탄생시켰다.

지난 15일 오후 전세계에 동시 공개된 ‘닭강정’은 의문의 기계에 들어갔다가 닭강정으로 변한 딸 민아(김유정)를 되돌리기 위한 아빠 선만(류승룡)과 그녀를 짝사랑하는 백중(안재홍)의 이야기를 그렸다. 닭강정이 된 딸 민아를 되돌리기 위해 분투하는 딸바보이자 모든기계 사장 최선만 역을 맡아 다시 한 번 코미디 연기의 새역사를 쓴 배우 류승룡을 지난 19일 스포츠한국이 만났다.

“처음엔 캐스팅 제안을 받은 건 아니에요. 이병헌 감독이 닭강정으로 변한 딸을 구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차기작으로 할 거라는 이야기를 들려줬죠. 그때는 농담인 줄 알고 좀 혼란스러웠어요. 시간이 지난 후 공식 제안이 들어왔고 바로 원작 웹툰을 봤어요. 이번 시나리오를 제일 처음 받은 사람이 저인데 이미 이병헌 감독 스타일에 학습이 돼 있었고 저 또한 창작하는 사람이니 새로운 도전의 기회가 반가웠어요. 사전 정보 없이 시나리오를 받았다 해도 저로서는 이런 독특한 아이디어를 영상으로 만든다는 사실 자체를 격하게 반겼을 거예요.”

‘닭강정’은 딸이 닭강정으로 변한 이후에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가 실타래처럼 풀려나오는 코믹 드라마다. 기존 드라마의 내러티브 공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가 확장되고 뻗어 나간다. 특히 연극적이고 만화적으로 표현된 장면과 캐릭터들이 다수 존재했기에 드라마의 가장 중심축을 맡은 류승룡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배우 류승룡 /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류승룡 /사진제공=넷플릭스

“최선만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딸 민아를 다시 원래대로 되돌려 놓는 일이잖아요. 아무리 코믹 터치가 중요하다고 해도 이 일을 절대 잊어서는 안됐어요. 이번 작품에는 로맨틱 코미디부터 인류애와 가족애 등 굉장히 보편적 이야기가 담겼어요. 이런 이야기들을 독특한 아이디어에 담아낸 것이죠. 외계인도 등장하고 시공간도 다양해요. 닭강정 뿐만 아니라 애벌래, 좀비새도 등장하고요. 연극적 대사들로 이 정도까지 과장된 표현을 허용한 드라마는 ‘닭강정’이 처음 아닌가 싶어요. 초반부에서 코믹한 내용을 표현했지만 코어에는 진지함을 항상 염두에 뒀죠. ‘내 눈앞에 딸 최민아가 있다’는 내용을 항상 스스로에게 주지시켰죠.”

‘닭강정’ 9회에서 방영돼 가장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장면이자 포복절도할 웃음 없이 보기 힘든 코믹 장면으로 탄생한 '핵·미사일·꽃사슴·BTS' 신에 대한 후일담과 현장 에피소드에 대해서도 설명이 이어졌다. 해당신은 극중 외계인 4인방인 백정(김태훈), 주모(황미영), 상인(정순원), 광대(이하늬)가 지구인 선만과 백중 등을 위협하기 위해 지구인이 가장 무서워할 만한 것들을 몸으로 형상화하는 방식으로 표현됐다.

“이번 현장에서 웃음을 참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슛이 들어가기 전 미리 웃어버리면 실제 관객들의 웃음을 끌어내는데 써야할 에너지를 끌어내기 어렵죠. 슛이 딱 시작됐을 때 웃음이 터질 연기를 선보여야 했어요. 그런데 외계인들이 ‘해애액~’이라고 말할 때 정말 놀라 한대 때릴 뻔했어요. ‘미사일~’까지는 참을만 했는데 ‘핵’부터 견디기 힘들었고 ‘사슴’은 정말 무서웠죠. BTS를 외치며 댄스를 추는 김태훈은 또 얼마나 놀랍습니까. 저도 모르게 ‘와우, 따라할 뻔 했네’라는 애드리브가 튀어나왔어요. 저도 모르게 현타가 온 장면이죠.”(웃음)

배우 류승룡 /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류승룡 /사진제공=넷플릭스

딸 민아를 다시 사람으로 되돌리기 위한 여정을 함께 하는 고백중 역의 안재홍과는 이번 작업에서 가장 깊은 호흡을 주고받았다. 연기에 대한 진지한 자세와 캐릭터를 향한 끊임없는 탐구로 유명한 안재홍 또한 류승룡과 호흡에 대해 ‘마치 자웅동체처럼 뛰어난 호흡을 이룰 수 있었다’고 극찬한 바 있다.

“만약 제가 성장판이 아직 안닫혔다면 안재홍 같은 훌륭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작품 몰입도와 캐릭터 몰입도가 존경스러워요. 너무 사랑스러운 배우죠. 단 한번도 후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냥 동료죠. 안재홍 배우도 굉장히 샤이하고 내성적인 배우라 현장에서는 누구보다 진지해요. 이번 현장에서는 특별히 리허설을 하지 않았어요. 웃음이 미리 누수되지 않게 크리스탈처럼 소중하게 다뤘죠. 실제 안재홍과 촬영 장면에서는 서로 예민하다 싶을 정도로 진지하게 촬영에 임하면서 다양한 코믹 장면들을 만들어 냈어요.”

류승룡은 지난 2월 서울 성동구 베이직 스튜디오에서 열린 배우 류덕환이 기획한 전시 ‘논펀저블: 대체 불가한 당신의 이야기’에서 인터뷰 영상과 두 편의 퍼포먼스 작품을 공개했다. 해당 전시는 ‘배우는 왜 작품의 저작권을 가질 수 없는가’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된 전시다. ‘타인의 삶을 살아야 하는 배우의 인터뷰를 통해 조망하고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퍼포먼스로 표현해 그 영상을 저작권으로 소유하는 내용으로 진행된 전시다. 1편 분량이 30분 내외인 미드폼에 신개념 코미디인 ‘닭강정’과 ‘논펀저블: 대체 불가한 당신의 이야기’는 누구도 도전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류승룡이 이병헌, 류덕환 등 젊은 창작자들의 도전에 기꺼이 손을 잡고 함께 하는 이유는 뭘까.

“배우라는 직업은 어떤 설계도에 생명과 살을 붙이는 역할이잖아요. 배우는 다른 아티스트와 달리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는 없어요. 화가, 음악가, 작가와는 다르죠. 이런 뷴야에서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새롭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지만 배우인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작품의 선택 밖에 없어요. 배우로서 나를 구현해낼 방법을 고민하다가 카빙이나 오브제에도 도전해봤고 제주 올레 홍보 대사 등 NGO 활동도 하고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가치관을 이런 창구를 통해서 표현했죠. 그런데 류덕환 배우가 제 고민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더라고요. 배우의 독특한 생각을 영상화하고 전시하는 것이었는데 성황리에 많은 분들이 보고 가셨어요. 앞으로도 다양한 감독님들의 새로운 도전에 과감히 함께 손잡고 싶어요. 그분들의 도전을 향한 밑걸음이자 자양분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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