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괴물' 50만 흥행 돌파 내한 인터뷰 가져 

영화 '괴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사진제공=미디어캐슬
영화 '괴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사진제공=미디어캐슬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영화 '괴물'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한국 흥행 50만 돌파를 기념해 내한 인터뷰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29일 국내 개봉한 '괴물'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일본 실사 영화 중 한국내 최고 흥행 신기록을 세웠다. 또한 '오늘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2022) 이후 처음으로 일본 실사 영화 중 50만 관객 돌파 기록을 세웠으며 최근 15년간 일본 실사 영화 흥행 기록에서도 흥행 TOP2를 기록했다. 지난달 29일까지 52만 7351명의 관객이 관람하며 여전히 롱런중이다. 

영화 '괴물'은 몰라보게 바뀐 아들 미나토(쿠로카와 소야)의 행동에 이상함을 감지한 엄마(안도 사쿠라)가 학교에 찾아가면서 의문의 사건에 연루된 주변 사람들 모두가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게 되는 이야기다. 

고레에다 감독은 최근 서울 강남구 NEW 사옥에서 진행된 내한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매번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를 분석했다. 그는 "제 영화를 한국 관객들이 많이 보시고 좋아해주시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봤다. 이와이 슌지 감독님 등 선배 감독들의 공도 크다. 또 제가 부산국제영화제가 시작될 무렵 데뷔를 해서 영화제와 함께 같은 길을 걸어왔다. 항상 저를 초청해주신 김동호 전 위원장님과 김지석 전 부집행위원장님 덕분이 아닐까 싶다. 그런 분들이 일본 영화를 사랑해주시고 계속 불러주셨기에 한국 관객들이 영화제에서 보고 또 다른 관객들도 일본 영화를 많이 봐주셨다고 생각한다. 그런 분들의 공이 크다"라고 답했다. 

- 성소수자 소년들의 이야기가 큰 줄거리다. 쉽지 않은 주제인데 이 내용을 영화로 촬영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이 있다면. 

▶ 사카모토 유지 작가 각본의 플롯을 읽었을 때 퀴어 소년을 그려내야 한다는 걸 느꼈다. 스태프들과 함께 공부를 시작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섬세한 대응이 필요하기에 아이들을 연기시키는 것에도 노력이 필요했다. 평소 아이들을 캐스팅할 때 각본을 주지 않고 각 아이의 개성에 맞게 각본을 써서 대사와 상황을 아이들에게 전달하곤 했다. 각 배역과 아이 본인의 개성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시켰다.

하지만 '괴물'은 이번 아이들에게 그렇게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처음부터 각본을 읽게 했고 LGBTQ가 무엇인지, 성정체성이란 어떤 것인지 알도록 교육시켰다. 인티머시 코디네이터(intimacy coordinator)를 기용해 신체 접촉 장면이나 친밀하게 표현하는데 있어서 문제가 없도록 전문가가 지도했다. 아이들에게 부담이 가지 않도록 연출하려고 했고 프로듀서도 그 부분에 대해 노력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숙제가 남아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할수 있는 모든 부분에 있어서 노력하려고 했다. 

영화 '괴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사진제공=미디어캐슬
영화 '괴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사진제공=미디어캐슬

- 한국에서 50만 관객이 관람할 정도로 큰 흥행을 했다. 관객들의 호반응이 많은데 알고 있나. 

▶ 한국에 오기 전 인터넷에서 평가를 찾아보지는 않았다. 평가를 찾아보는 일은 사실 심리적으로 좋지는 않다.(웃음) 쿠로카와 소야와 히이라기 히나타 두 주인공이 한국에 왔을 때 굉장히 따뜻하게 환대해주셨다고 들었다. 두 소년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한국에서 많이 좋아해주셨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번에 한국에 와서 GV를 했을 때 일본에서와 마찬가지로 여러 차례 관람한 관객이 많다는 걸 실감했다. 이 영화는 처음 볼 떄와 두 번째 볼 때, 세 번째 볼 떄 다 다르게 보인다는 특징이 있다. 한국에서 10번 넘게 관람한 분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관객은 저보다 더 영화를 깊이 포착하고 이해하고 또 의견을 내시는 것도 들었다. 이런 반응은 이 작품에 있어서 엄청난 행복이다. 

- 극중 미나토가 지우개를 떨어뜨리는 장면에서 엄마가 밖에 나갔다 왔는데도 같은 동작으로 여전히 멈춰있다. 이 장면의 의도는 무엇인가.  

▶ 영화 속에서 전혀 해결되지 않고 남아버린 묘사들이 있다. GV에서도 질문이 나왔다. 슈퍼마켓에서 교장 선생님이 여자아이에게 발을 거는 장면과 미나토가 지우개를 떨어뜨리고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그대로 있는 장면이다.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가 쓴 각본에서는. 엄마가 느끼고 엄마가 얻는 정보만으로 엄마의 기분과 정서에 관객이 똑같이 젖어들어가기를 바라는 의도였던 것 같다. 엄마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고 저 교장은 말도 안되는 교장이라고 느끼는 그런 마음을 관객도 똑같이 느끼기 위해 만든 것이 전반부라고 생각했다.

저도 그렇게 연출했다. 지우개를 주우려다 멈추는 장면은 미나토에게 '감정은 얼굴에만 있는 게 아니라 손끝에도 있고 배에도 발에도 있다. 몸으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그런 것을 의식해서 연기했을 거다. 그 장면에서 미나토의 감정은 주우려고 하는 자세 말고 줍고 나서의 감정, 즉 지우개를 막 주웠을 때의 감정이 더 많이 표현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감정을 동작으로 치환하라는 이야기를 항상 했다. 

영화 '괴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사진제공=미디어캐슬
영화 '괴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사진제공=미디어캐슬

- 미나토와 요리 두 아이가 뛰어가는 엔딩 장면에서는 어떤 것을 의도했나. 

▶ 엔딩을 찍을 때 두 아역에게 '일단 기뻐해라. 소리 지르고 뛰어올라도 된다. 우리는 우리로서 괜찮다는 사실에 대해 스스로 축복해라'라고 이야기를 했다. 두 아이가 뛰어가다가 뒤를 돌아보는 장면이 있다. 그렇게 끝을 낼려고 했는데 찍고 나서 생각해보니 그 장면에 사카모토 류이치 작곡가의 '아쿠아'라는 곡을 입혔을 떄 저렇게 뛰어가다가 뒤를 보지 않고 그대로 뛰어가면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것이 더 좋은 느낌이 들 것 같았다. 이 장면을 찍을 때는 그야말로 '축복'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아쿠아'라는 곡 자체에도 사카모토 류이지 착곡가의 딸이 태어났을 때를 축복하는 곡으로 알고 있다. 그런 것을 의식했기에 축복하는 내용을 더 그려낼 수 있었다. 

- 개봉 전 한국 취재진과 기자간담회 당시 괴물의 존재를 누구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엄마와 교장선생님, 담임선생팀 등 주변인이라고 답변했었다. 그렇게 생각한 좀 더 구체적인 이유가 궁금하다. 

▶ 알기 쉽게 말씀드리자면 극중 요리(히이라기 히나타)의 아버지나 교장 선생님 처럼 인간성을 잃어버린 존재를 괴물 같다고 말하는 것은 쉽다. 그런데 그들보다 두 아이를 궁지로 몰아가는 사람은 미나토의 엄마나 호리 선생님(나가야마 에이타)이다. 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행복이라던가, 평범한 가족이라는 단어를 말하고 호리 선생님은 "남자답게"라는 말을 종종 내뱉는다. 이런 말들에는 남들과 똑같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동조 압력이 깔려 있다. 같은 반 아이들에게도 이런 생각이 깔려 있다. 미스 카즈오라는 독특한 탤런트가 TV에 나온 모습을 보고 반 아이들이 요리를 놀리기도 한다. 그 아이들이 지금의 사회를 상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른들의 가치관이 아이들에게 스며들어 있다. 아이들 자체가 나빠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평범하고 일반적인 어머니와 선생님, 사실은 이런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내가 괴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원인이라는 사실을 관객들이 알아차렸으면 좋겠다. 일반화시켜서 죄송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요리 아빠나 교장 선생님 같은 입장은 아니겠지만 미나토의 엄마나 호리 선생님 같은 일반적으로 평범하게 살아가면서도 주위에서 괴물 찾기를 하는 사람들이 우리들 중 한명 아닐까. 결국 편집에서 쓰지는 않았지만 기차길에서 뛰어가던 두 소년이 우리를 쳐다보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 평소 각본을 직접 쓰는 형태로 영화를 만들다가 이번에 사카모토 유지 작가의 각본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다시 한 번 호흡을 이룰 생각이 있나. 

▶ '괴물'이라는 작품은 '내가 썼다면 이렇게 쓰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조차 해볼 수 없는 작품이었다. 플롯을 읽은 첫순간부터 나라는 사람은 쓸 수 없다고 생각했다. 사카모토 유지 작가와 의견 교홤을 많이 나눴다. 이 장면의 뉘앙스는 무엇인가 등에 대해 논의했고 그런 시간을 3년이나 이어갔다. 제가 각본을 쓰지 않았기에 저에게서 거리가 먼 영화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사카모토 유지의 스토리텔링은 압도적으로 뛰어나고 관객을 끌어들이는 힘이 강렬하다. 사카모토 유지의 이야기 자체의 힘이 컸고 앞으로 끌어나가는 힘이 컸다. 저는 이런 방식으로는 쓰지 못하는 사람이다. 이번에 사카모토 유지 작가와 콜라보는 너무 좋았다. 제가 오랜 시간 각본을 쓰고 연출을 하다보니 제가 쓰는 인물과 구성, 대사 등이 다 유사해져 버렸다. 제 스스로 질리는 지점이 있다. 존경해 마지않는 각본가와 함께 해 좋은 경험으로 남았다. 

- 특히 어떤 장면이 사카모토 유지 작가의 힘이 느껴졌나. 

▶ 미나토와 교장 선생님이 언어가 아닌 악기에 진심의 마음을 담는 클라이막스 장면이 있다. 이 장면에 굉장히 감동을 받았다. 저라면 이런 장면은 못쓴다. 저라면 악기 부는 사람으로 미타토와 요리를 설정했을 거다. 가장 먼 장소에 있고 가장 관련없다고 생각했던 교잔 선생님과 미나토가 그 순간에 같이 악기를 부는 장면은 굉장히 다이나믹했고 사카모토 유지가 아니었다면 못썼을 장면이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는 한국에서 매번 일본 영화 중 흥행에 성공하는 편이다. 한국 관객의 사랑의 근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제 영화를 한국 관객들이 많이 보시고 좋아해주시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봤다. 이와이 슌지 감독님 등 선배 감독들의 공도 크다. 또 제가 부산국제영화제가 시작될 무렵 데뷔를 해서 영화제와 함께 같은 길을 걸어왔다. 항상 저를 초청해주신 김동호 전 위원장님과 김지석 전 부집행위원장님 덕분이 아닐까 싶다. 그런 분들이 일본 영화를 사랑해주시고 계속 불러주셨기에 한국 관객들이 영화제에서 보고 또 다른 관객들도 일본 영화를 많이 봐주셨다고 생각한다. 그런 분들의 공이 크다.

- 이후 계획은.

▶ 앞으로 만들고 싶은 영화가 많다. 언제까지 현역으로 영화를 만들수 있는 시간이 있을지 알 수 없다. 머릿속 이야기를 다는 못만들겠구나 생각한다. 일본이 아닌 그 밖에서 만들고 싶은 기획도 있다.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배우들과 함께 빨리 실현시키고 싶다. 다음 신작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음 작품도 꼭 봐주시길 바라고 오늘과 같은 기회를 또 가지고 싶다. '괴물'을 향한 사랑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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