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손흥민(30·토트넘 홋스퍼)이 토트넘 새 감독을 맞이하게 됐다. 시즌 시작 전 예상해 본 손흥민과 새 사령탑의 전술적인 궁합은 마냥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손흥민(왼쪽)과 토트넘 새 감독 엔지 포스테코글루. ⓒAFPBBNews = News1
손흥민(왼쪽)과 토트넘 새 감독 엔지 포스테코글루. ⓒAFPBBNews = News1

토트넘은 6일(이하 한국시간)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오는 7월1일 4년 계약으로 팀에 합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트넘 다니엘 레비 회장은 "포스테코글루는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빠르고 공격적인 플레이 스타일을 제공한다. 그는 선수 개발에 대한 강력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아카데미와의 연결의 중요성, 즉 토트넘에 중요한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다. 그와 함께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손흥민과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전술적 궁합은 어떨까. 손흥민은 다양한 공격 상황에서 장점을 드러내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자신 있어 하는 공격은 바로 역습이다.

손흥민은 역습과 같은 적은 기회에서 득점을 올림에 있어 세계에서 가장 능한 선수다. 그는 2021~2022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23골로 득점왕에 올랐음에도 슈팅 숫자는 86개로 10위에 그쳤다. 23골로 공동 득점왕을 차지한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가 슈팅 수 139개로 전체 1위를 차지했고 손흥민보다 득점이 적은데도 슈팅은 많은 선수가 8명이나 됐다.

역습 전술을 다듬는다면 손흥민이 가장 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멍석이 깔리는 것이다. 2021~2022 시즌 케인의 패스와 손흥민의 침투에서 나오는 합작골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AFPBBNews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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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올 시즌 손흥민의 부진에는 전술적으로 맞지 않은 옷을 입었던 부분도 컸다. 전임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전반기 동안 왼쪽 윙백 이반 페리시치에게 측면 돌파를 주로 맡기고 손흥민에게는 중원에서의 조율과 공 운반 등 역습을 나가기 쉽지 않은 지역에서의 임무를 주로 부여했다.

또한 파울루 벤투 감독이 한국 국가대표팀을 지휘할 때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전까지 벤투호는 많은 패스와 높은 점유율, 후방 빌드업으로 대표되는 축구를 했다. 그 과정에서 손흥민은 팀의 공격 작업이 풀리지 않을 때 아래로 내려와 패스를 조율하고 반대 측면 전환을 통해 득점 기회를 만들어 주는 모습을 자주 선보였다. 경기장 전체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며 대표팀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는 했지만 정작 본연의 임무인 득점에 집중하기는 어려웠다.

이런 점에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전술적인 색채는 걱정을 낳는다. 포스테코글루는 벤투와 유사하게 후방 빌드업 과정을 조직해 뒤에서부터 세밀하게 만들어나가는 축구를 선호한다. 특히 EPL의 맨체스터 시티와 같은 압도적인 리그 내 위상을 스코틀랜드에서 갖고 있던 그의 전 팀 셀틱에서는 이러한 전술적인 선택이 큰 성공을 거뒀다. 직전 2022~2023시즌에는 오현규와 함께 리그, 스코티시컵, 리그컵 등 스코틀랜드 내 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도메스틱 트레블'을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토트넘은 맨시티가 아니다. 우승은커녕 유럽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는 것이 시즌의 성공 여부를 가르는 척도이며 2022~2023시즌에는 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는 물론 가장 낮은 레벨의 유럽대항전인 유로파 컨퍼런스리그에도 나가지 못하는 8위에 그쳤다.

토트넘은 ‘손-케 듀오’의 역습으로 재미를 보고 4위로 챔피언스리그에 나갔던 2021~2022시즌과 손흥민을 내리고 점유를 늘리려다 약팀의 역습에 여러 차례 당해 8위에 머무른 2022~2023시즌을 모두 경험한 뒤 포스테코글루를 맞이한 것이다. 토트넘 팬들이 벌써부터 의구심을 품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AFPBBNews = News1
엔지 포스테코글루. ⓒAFPBBNews = News1

물론 포스테코글루가 토트넘을 이끌고 경기를 치르지도 않았는데 시즌의 실패를 말하는 것은 이르다. 하지만 그가 그동안 보여준 전술적인 색채가 손흥민-토트넘과 어우러졌을 때 나타날 상황을 과거 경험을 통해 짐작해 본다면 마냥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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