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프로축구선수로서의 은퇴 경기를 마친 수원FC 박주호(36)가 자녀들에게 은퇴 얘기를 전달했을 때의 반응을 전했다. 자신의 선수 생활을 돌아보며 감사한 마음도 밝혔다.

ⓒ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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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FC는 6일 오후 4시30분 경기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17라운드 울산 현대와의 홈경기에서 1-3 역전패를 당했다.

이날 경기는 박주호의 은퇴 경기였다. 2008년 J리그에서 프로 데뷔를 한 뒤 바젤, 마인츠, 도르트문트 등 유럽 유명 축구팀에서 이름을 날린 박주호는 지난 2018년 울산 유니폼을 입고 K리그에 데뷔해 2020년까지 뛰었으며 2021년부터는 수원FC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고 2022년에는 팀의 주장도 맡았다. 국가대표로서는 A매치 40경기를 소화하며 1골을 넣었다.

그리고 박주호가 K리그에서 몸 담았던 두 팀의 맞대결이 이날 그의 은퇴 경기로 펼쳐졌다. 박주호는 이날 91분을 뛰며 본인의 프로축구선수 인생 마지막 땀을 흘렸다.

경기 후 은퇴 기자회견에 임한 박주호는 “시즌 도중 은퇴 결정 쉽지 않았는데 결정 한 뒤 마음이 편하다. 비록 마지막 경기에서 패했지만 최선을 다해서 16년의 프로생활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프로 선수로 뛰며 목표를 했던 것을 이뤄나갔다. 선수 생활 때는 60~70점을 주고 싶지만 이날만큼은 100점을 주고 싶다 지난해부터 은퇴 생각을 해왔다. 운동장에서 건강할 때 은퇴를 하고 싶었다. 선수로 뛸 때는 훈련을 가면서 최대 1~2달 집을 비울 때도 있었다. 그런 부분에서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그 외에는 최대한 함께 했다. 이번 은퇴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나은이와 건후에게 얘기했을 때 나은이는 ‘어떤 방법으로 돈을 벌 거냐’며 요리는 하지 말라고 하면서도 수고했다고 하더라. 건후는 울다가도 함께 축구할 시간이 많을 거라고 했더니 안심했다”고 전했다.

선수로서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는 질문에 박주호는 “K리그에 온 후 울산에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 2년 전 수원FC의 파이널A 진출, 그리고 이날이 최고의 순간이다. 수원FC 소속으로 울산 원정 첫 승도 기억에 남는다. 포항, 서울 등 쉽게 이겨보지 못했던 상대들을 이겼을 때도 좋았다. 울산에서 2019년 준우승을 했을 때는 아쉬웠다. 항상 스타일이 바뀌는 선수였다. 그래서 감독님들이 다양한 위치에 기용해주셨다. 팀과 주어진 상황에 맞춰서 뛰는 선수였다고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은퇴 기자회견에 임한 박주호.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은퇴 기자회견에 임한 박주호.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박주호의 은퇴를 둘러싸고 아내의 암 투병이 원인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박주호는 지난 4일 개인 SNS와 유튜브를 통해 “아내의 건강이 많이 호전돼 일상생활을 잘 하고 있다. 은퇴는 갑작스레 결정한 부분이 아니라 지난해부터 가족, 회사와 많은 대화를 하며 신중히 결정한 것이다. 최대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때 떠나는 게 맞는 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수원FC 관계자 역시 “박주호의 은퇴 사유는 아내의 건강 문제가 아닌 본인의 의지”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날 패배로 수원FC는 승점 18점(5승3무9패)으로 K리그1 12개 팀 중 9위에 머물렀다. 38경기로 이뤄진 K리그1이 절반 가까이 진행된 상황에서 반등이 간절하다. 팀의 주장도 해 본 고참이자 수원FC의 리그 17경기 중 14경기를 뛴 주축 미드필더인 박주호 입장에서 마음이 가벼울 수는 없는 상황.

이에 박주호는 “감독님께 은퇴 의사를 밝혔을 때는 팀이 4경기 정도 지지 않고 5위 정도를 유지했다. 내가 빠져도 선수들은 충분히 잘하고 있을 것이고, (이)영재가 전역하고 여름 이적시장 보강이 이뤄지면 반등할 것이라고 봤다. 이후 연패로 힘들었지만 직전 수원 더비에서 이기고 앞으로도 이길 수 있는 힘을 보여줬다고 생각해서 떠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은퇴를 앞두고 조언을 해준 사람으로는 “은퇴 결정 후 친구 이용에게 얘기를 했다. 선수들에겍는 전북전이 끝나기 전까지도 말을 안하다가 경기 후 얘기했다. 가족, 회사와 가장 많은 얘기를 나눴다. 일본에서도 가가와 신지 등 동료둘이 은퇴를 축하해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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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은퇴 후 계획에 대해 박주호는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6월에 정리를 하면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볼 것이다. 선수들이 6개월 이후에 (조)원희 형처럼 복귀하라고도 하더라(웃음). 이청용 등 울산 선수들도 고생했다며 연락을 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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