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한국 김영건 기자] LG 트윈스가 롯데 자이언츠와의 ‘엘롯라시코’에서 발야구의 진수를 선보였다. ‘뛰는 야구’로 거인을 무너뜨린 LG다.

도루 성공하는 LG 트윈스 박해민. ⓒ연합뉴스
도루 성공하는 LG 트윈스 박해민. ⓒ연합뉴스

LG는 30일 오후 6시30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와의 홈경기에서 4도루를 성공한 ‘발야구’에 힘입어 3-1로 승리했다.

이날 LG는 도루로 경기를 풀어갔다. 먼저 1-0으로 앞선 3회말 신민재가 발야구의 '명과 암'을 보여줬다. 선두타자로 나서 유격수 내야안타를 때렸다. 곧바로 2루 도루에 성공하며 무사 2루를 만들었다. 이에 흔들린 롯데 우완 사이드암 선발투수 한현희는 후속타자 홍창기에게 기습번트 안타를 내줬다. 이때 3루를 밟은 신민재가 뒤늦게 홈까지 질주했다. 결국 홈에서 잡히며 LG는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빠른 발로 2루까지 갔지만 또 빠른 발로 욕심을 내 홈플레이트를 노린 것이 화근이었다. 이후 문성주의 안타가 나오면서 더욱 아쉬움을 삼켰다.

LG의 발야구에서 백미는 1-1로 맞서고 있던 5회말이었다. 한 이닝에만 도루 3개를 터트리며 '뛰는 야구'의 가치를 증명했다. 선두타자 박해민이 볼넷을 얻어낸 뒤 2루 도루를 성공했다. 후속타자 신민재도 좌전 안타를 터트린 후 2루 베이스를 훔쳐 무사 2,3루를 만들었다. 순식간에 도루 2개를 기록하며 절호의 기회를 잡은 LG다.

도루로 만든 기회에서 홍창기가 한현희의 가운데 몰린 패스트볼을 받아 때려 2타점 중전 적시타를 작렬했다. LG가 3-1로 역전에 성공했다. 홍창기마저 기습적인 2루 도루를 기록해 무사 2루로 기회를 이어갔다. 후속타 불발로 추가 득점은 올리지 못했지만 LG는 적극적인 주루로 5회에만 소중한 2점을 뽑아냈다. 이후 롯데가 이렇다 할 반격을 하지 못하면서 LG가 3-1로 이겼다.

도루 성공하는 LG 트윈스 신민재. ⓒ연합뉴스
도루 성공하는 LG 트윈스 신민재. ⓒ연합뉴스

LG는 롯데 포수 유강남의 낮은 도루 저지율을 이용해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를 펼쳤다. 유강남은 이날 경기까지 도루 저지율 13.9%(허용 31개 저지 5개)를 기록했다. 이는 100이닝 이상 소화한 포수 15명 중 kt wiz 장성우에 이은 14위다. LG는 이를 간파하고 발야구로 롯데를 완전히 흔들었다.

특히 LG, SSG 랜더스와 함께 3강팀으로 평가받는 롯데를 상대로 펼친 도루 행진이기 때문에 더 값지다. 롯데도 최근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로 돋보인 팀이다. 지난 19일 SSG전에서 상대 허를 찌르는 더블 스틸도 선보였던 롯데는 5월 도루 성공 및 시도(35번 시도 26번 성공) 1위다. 이런 롯데 앞에서 LG가 한 수 위의 기량을 선보인 경기를 했다.

사실 LG는 4월 수많은 도루 시도와 실패로 시행착오를 겪었다. 65번의 도루 시도에서 39번밖에 성공하지 못했다. 통상 성공률 75%가 넘어야 효율이 있다고 평가하는 도루지만 LG의 도루 성공률은 60%로 이에 크게 못 미쳤다. 4월 도루 시도 2위 NC 다이노스(38번 시도 25번 성공)와의 차이도 컸다.

5월 들어 '뛰는 야구'에 대한 LG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LG는 5월 29번의 도루 시도 중 19번을 성공하며 시도 공동 2위, 성공 3위에 올라있다. 절대적인 수치가 아직 많고 성공률(65.5%)도 그리 높진 않지만 4월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도 자체가 크게 줄었다. 여기에는 효율적으로 상대에 맞춰 뛰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LG 염경엽 감독은 "4월에 도루를 많이 하고 작전도 많이 참여했다. 시즌 초부터 쳐지면 안 되기 때문에 승부를 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 ⓒ스포츠코리아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 ⓒ스포츠코리아

올 시즌 '뛰는 야구'를 선언한 LG. 그들의 야구가 같은 3강팀인 롯데를 상대로 먹혔다. 시즌 초 많은 주루사로 시행착오를 겪었던 LG의 발야구가 자리를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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