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4일(이하 한국시각) 에버튼전에서 2골 1도움 2골 직간접적 관여로 영국 진출 이후 최고 경기를 펼친 손흥민의 활약상이 대단하다. 그야말로 손흥민 전성시대가 열리는 듯 하고 이런 활약은 지속적으로 더 보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시안컵 때문에 손흥민이 토트넘을 떠나야하는데 대승적 차원에서 아시안컵 차출을 포기해야한다. 더 큰 무대에서 뛰게해야하고 아시안컵에 가지 않는게 손흥민의 체력 문제에도 좋다’라고 주장한다.

그야말로 말도 안되는 주장이다. 손흥민은 토트넘 선수이기 이전에 한국인이며 아시안컵은 월드컵 다음으로 한국이 출전할 수 있는 가장 크고 권위있는 대회다. 59년간 우승컵을 들지 못한 한을 풀어야하는 대회다. 아시안컵을 우승할 수 있다면 그 어떤 우승보다 손흥민 커리어 최고의 업적이 될 수 있다.

손흥민을 아시안컵에 차출하지말자는 주장은 손흥민도, 대표팀도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이기적이며 무지한 발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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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힘들었을 2018년의 손흥민

손흥민에게 2018년은 상당히 힘들지만 뜻깊은 해였다. 2017~2018시즌을 잘 마친 후 6월 월드컵에서 2골을 넣은 것은 물론 ‘세계 1위’ 독일을 꺾는데 일등공신이었다. 8월에는 아시안게임에서 주장으로 팀원들을 이끌어 40년만에 원장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어 병역 문제도 해결했다.

하지만 이렇게 맹활약 하는 사이 손흥민도 인간이기에 지쳤다. 영국에서 시즌을 마치자마자 한국에 돌아와 훈련하다 다시 오스트리아(대표팀 전지훈련), 러시아를 거쳤고 이후 영국, 미국(토트넘 전지훈련)을 거쳐 인도네시아로 아시안게임을 치렀다. 그리고 9, 10월에는 영국과 한국을 오가며 A매치 일정도 가졌다. 손흥민은 어딜 가도 핵심 선수이기에 출전 경기수도, 출전 시간도 많았다. 지속적으로 손흥민 ‘혹사 논란’이 제기될 정도였다.

분명 많은 것을 이룬 것은 맞지만 개인적으로 상당히 힘들었을 손흥민이다.

▶확실히 A매치 차출 거른 후 나아진 손흥민

그나마 숨통이 트인 것은 11월 호주 원정 A매치에서 손흥민이 제외된 이후였다. 의무 차출 규정이 없는 아시안게임에 차출하는 대신 11월 A매치와 아시안컵 첫 두 경기를 제외하는 것으로 토트넘과 대한축구협회는 협상했고 11월 A매치 휴식기동안 손흥민은 호주를 가지 않고 영국에서 휴식을 취했다.

그 효과는 즉각 드러났다. 올시즌 손흥민은 토트넘 소속으로 8,9,10월 9경기에 나섰지만 0골 1도움에 그쳤다. 하지만 11,12월에는 13경기에 나서 8골 3도움으로 완전히 달라진 활약을 했다.

11월 전후의 손흥민

8,9,10월의 손흥민 : 9경기 0골 1도움
11,12월의 손흥민 : 13경기 8골 3도움

손흥민 스스로도 11월 A매치 휴식기때 쉰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고 재충전된 손흥민은 시간이 갈수록 발끝이 날카로워지고 있다. 이런 모습만 본다면 일각에서 주장하는 ‘손흥민의 미래와 체력 보전을 위해 아시안컵에 차출해서는 안된다’는 말이 일리 있어 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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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도 같은 논란 겪어… 아시안컵 우승은 축구선수의 꿈

박지성 역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전성기를 보내던 시절 같은 논란을 겪은 바 있다. 2011 아시안컵을 앞두고 가뜩이나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아 대표팀 은퇴까지 앞둔 박지성을 차출하지말자는 여론이 있었다. 하지만 박지성 스스로 “아시안컵 우승을 하며 대표팀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했다. 은퇴 후에도 “아시안컵은 선수 생활 중 가장 아쉬운 대회였다"고 말함과 동시에 "한국에서는 아시안컵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가 안 돼 있는 듯하다”고 얘기했을 정도.

아시안컵의 가치는 그만큼 크다. 월드컵이 세계 축구 최고봉임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월드컵 다음으로 중요한 대회는 올림픽도, 아시안게임도 아닌 대륙별 대회인 아시안컵이다. 유럽팀은 유로, 남미팀은 코파 아메리카, 아프리카팀은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등 각 대륙별로 최고 대회가 있고 한국은 아시안컵 출전이 가능하다. 선수 커리어에서 바로 이런 대회를 우승했는지 아닌지는 매우 중요하다. 매년 38경기나 하는 리그 경기보다 4년에 한번 열리는 아시안컵이 훨씬 중요한 것이다.

한국은 부끄럽게도 ‘아시아의 강자’라고 자칭하면서도 마지막 우승은 59년전이다. 차범근도, 박지성도 끝내 들지 못한 것이 아시안컵 우승컵이다. 바로 이런 대회에서 손흥민이 주장으로써 우승컵을 들 수 있다면 고작 리그 몇 경기 더 나가는 것보다 손흥민 인생 최대 업적이 될 수 있다.

이토록 중요한 대회와 경기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인터넷 용어로 ‘축알못’이다.

물론 손흥민은 쉴 틈없이 많은 경기를 뛰어와 참 힘들 것이다. 그리고 또 아시안컵을 위해 내년 1월 낯선 UAE로 향해야 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손흥민에게는 사상 초유의 아시안컵 개막 후 2경기나 치른 후 합류하는 배려가 이뤄졌고 이는 대표팀 주장없이 2경기를 치러야하는 대표팀의 큰 마이너스 요소다.

‘손흥민을 위해 아시안컵에 차출하지 말자’는 주장이야말로 그 누구보다 손흥민을 위하지 않는 주장이자 한국 축구를 무시하는 ‘축알못’의 부끄러운 주장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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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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