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이 아시안컵 최종명단을 꾸렸다. 명단 자체에서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색깔이 확실히 드러난다. 하지만 여러 변수가 존재하는 토너먼트에서 플랜A가 통하지 않았을 때 특화선수를 통한 플랜B가 부재될 수 있다는 아쉬움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20일 오후 울산 롯데호텔에서 2019 아시안컵에 나설 최종엔트리 23명을 공개했다.

축구대표팀은 22일 출국해 2019년 1월 1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최종 평가전 이후 1월 7일 필리핀, 키르기스스탄(11일), 중국(16일)과 C조 경기를 차례로 치른다.

아직 벤투호에서 한경기도 뛰지 못한 왼쪽 풀백 김진수, 아우크스부르크 듀오인 구자철과 지동원이 부상 등을 이유로 벤투호에 대부분을 빠졌음에도 선발된 것이 언급되고 있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뽑히지 못한 선수들의 면면이다. 11월 호주 원정에서 멋진 골을 넣고 꾸준히 조커로 활용되던 문선민, 10월 A매치에서 데뷔골을 넣는등 왼쪽에서 경쟁력을 보여주던 박주호, 대표팀 최고 인기스타 이승우, 뽑히지 못한 선수들 중에서는 가장 큰무대인 프랑스리그 주전급으로 활약중인 석현준이 제외된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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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벤투호의 노선은 지지한다

벤투 감독은 지속적으로 자신의 축구 철학은 ‘지배’와 ‘점유’라고 정의내린 바 있다. 경기를 지배하기 위해 공을 많은 시간동안 점유한다는 것. 실제로 벤투 감독 취임 후 어떤 상대로도 쉽게 지배를 내주지 않을 정도로 금방 색깔을 다졌다.

특히 아시안컵에서는 이런 스타일이 확실히 먹힐 수 있다는 것은 2015 아시안컵에서도 증명됐다. 비슷한 축구철학을 가진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준우승까지 차지했고 아시아 레벨에서는 이란, 일본, 호주 등을 제외하곤 한국의 이런 축구철학에 대응하기 쉽지 않아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벤투 감독이 23인의 명단 전부를 자신의 스타일을 이해하고 실현시킬 수 있는 선수로 뽑은 것은 이해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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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특화’ 선수 제외 아쉬움있어

하지만 아시안컵같은 토너먼트 대회, 그것도 단판승부를 조별리그 3경기보다 더 할 수도 있는 아시안컵에서는 온갖 변수가 나올 수 있다. 상대가 대놓고 밀집수비를 펼치면서 시작할 수도, 중동 특유의 선제골 이후 침대축구를 펼칠 가능성, 일본이나 호주같은 팀에게는 지배하고 점유하려는 축구가 오히려 뒤질 가능성도 있다. 또한 승부차기를 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런 여러 변수에는 그 변수에 맞는 선수가 필요하다. 전성기의 바르셀로나도 대놓고 버스 두 대를 세우는 수비를 뚫지 못하자 ‘고공 플레이를 펼칠 선수가 필요하다’는 플랜B의 필요성이 대두되기도 했다. 또한 경기를 압도한 스페인이 이운재라는 페널티킥 전문 골키퍼에게 막혀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어떻게 이변의 대상이 됐는지 한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안다.

이번 명단에서 아쉬운 것은 장신 스트라이커가 전무하다는 점, 상대 체력이 떨어진 후반 조커로 들어와 빠른 스피드로 휘저을 선수가 많이 없다는 점, 공을 따내고 포백을 앞에서 보호하는 전문 수비형미드필더의 부재, 승부차기에 대비하는 골키퍼가 없다는 점이다.

석현준, 김신욱은 장신 스트라이커로써 경기가 안풀리거나 단순한 플레이가 필요한 지고 있는 상황에서의 후반 투입이 가능한 공격수다. 문선민이나 이승우, 김인성 등이 후반 조커로 상대 풀백을 흔들 수 있고,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기성용을 보조했던 한국영 같은 선수들이 공을 따내는데 집중하는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또한 수원 삼성의 거짓말 같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4강을 이끌었던 신화용 골키퍼야 말로 승부차기 전문 키퍼다.

물론 이 선수들을 모두 데려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다면 누군가를 빼야한다. 누군가를 뺐어야했다고 말하고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조금은 더 다양한 카드를 가진채 토너먼트에 임한다면 그 상황이 정말 펼쳐졌을 때 유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플랜 A가 확실하다면 B,C도 고려해야하는게 대표팀이다.

벤투 감독 역시 물론 고민 고민 하다 내린 23인 명단일 것이다. 그리고 모두를 만족시키는 명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아쉬움은 뒤로한채 벤투 감독은 UAE로 떠나야하고 결과를 내야한다. 책임과 영광은 모두 감독에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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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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